pgr에서 요즘 케스파 알바들이 활동을 재개했는지, 어처구니없는 글들이 쏟아지더군요. playxp 스2망드립은 유치해서 귀엽기라도 하지, 각잡고 쓴 뻘글은 보는 이의 얼굴을 달아오르게 합니다^^
모든 문제는 스타1과의 비교에서 비롯되는데, 여기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1. 스타2는 '보는 재미'가 없다 -경기 양상이 획일적이다
스타1과의 수평비교를 통해 스타2를 폄하하는 사람들은 한가지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죠. 그건 스타1이 이미 10여년 동안 팬을 유지해온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전례없는 하나의 문화현상의 주역으로 부상해서 10년간 기업프로팀의 프로리그와 수천만원의 상금이 걸린 개인리그를 유지해오며
이제는 단순한 컴퓨터게임이 아닌 산업으로 발전한 스타1을 정식발매한지 1년도 되지 않아 갓 리그를 시작한 스타2에 단순비교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스타1 초창기, 아니 거기까지 갈 것도 없이 6,7년전 명경기로 호응을 얻었던 경기를 VOD로 다시 보시면 확연히
느끼실겁니다. 명백하게 수준차이가 극명합니다. 이건 그 당시 프로게이머들의 수준이 낮아서도 아니고 지금 유명한 프로게이머들이
특별히 천재적이어서도 아닙니다. 시간과 투자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전술전략의 극단적 진화가 가져온 결과입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PC방에서 배틀넷을 하거나 친구들과 내기게임을 하던 것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끼리 아마추어 팀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그러던 것이 기업의 후원을 받고 경제적 안정을 얻더니 아예 기업에 의해 창단된 팀 내에서 연봉을 보장받으며
체계적인 훈련을 받게 되었죠. 시스템이 완성된겁니다.
일단 시스템이 갖춰지면, 그 안에서 체계적으로 기량을 단련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아마추어와는 압도적인 실력차가 벌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끼리 경쟁하고, 그런 경쟁의 장이 '내일 없어질지 모레 없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를 벗어나 안정적으로 차기 시즌이 보장될 정도로 확보되면, 어떻게든 상대를 이기고 팀을 승리하게 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더 잘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스타1은 10년동안 이렇게 발전해온겁니다.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딱 이영호, 이제동같은 요정들이 내려와서 갑자기 스타1의 명경기들을 만들어낸게 아닙니다.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는데, 결론적으로 스타2는 걸음마 단계이고, 거기에 10년동안 진화를 거듭해온 스타1 수준의 경기의 질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겁니다.
사실 지금의 스타2 게이머들과 GSL은 아마추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스타1 프로게이머나 방송사 주최 개인리그와는
현격한 수준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당연합니다. 한 게임타이틀이 새로 등장해서 경기가 열리는 초창기에는 언제나 '누가 진짜
실력자냐'에 의문을 던질수밖에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뜨고 지며 엎치락 뒤치락 오르내리기를 반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시간이 모든걸 해결해주진 않습니다. 그러나 '필요최소한의 시간'은 분명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수재라도 책 한권을
공부하려면 최소한 요구되는 시간이 있듯, 지켜보며 발전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요구되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감히 단언컨대,
스타2에 있어서 아직 그 시간이 경과하지 않았습니다.
2. 스타2는 '보는 재미'가 없다 -그래픽이 마음에 안든다
사실 논할 가치도 없어보이는 이야기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익숙함'과 '익숙하지 않음'의 차이일 뿐입니다.
관성이란 무섭죠. 블리자드도 스타1 팬들이 이 정도로 강한 관성으로 움직이리라곤 예측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
스타1 수준의 그래픽과 인터페이스로 게임을 내놓으면 아무도 손대지 않습니다. 십수년전에는 획기적이었던 시도가 십수년후에는 단지
고전명작으로 추억될 뿐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해 도태되는 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RTS의 방송중계에서 3D가 2D보다 열등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아니, 아직까지도 2D의 단순한 그래픽으로 방송경기가 진행될 정도의 인기를 유지하는 예는 스타크래프트가 유일합니다.
이건 그 그림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의 문제이지, 스타1의 10년전 단순하기 짝이 없는 2D그래픽의 우월함을 입증하는 예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스타1이 방송경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다는 게임은 그야말로 개코같은 소립니다. e스포츠라는 개념은 커녕 어떤 게임의 경기대회가 방송을 탄다는 것을 상상도 못하던 시절에 제작된 게임이 스타1입니다.
오히려 스타2는 다소 과할 정도의 타협을 해서 스타1의 그래픽이나 인터페이스의 골격을 거의 유지하면서 방송중계에 필요한
요소를 추가해서 내놓은 타이틀입니다. 방송적합성을 논하면서 감히 스타1을 스타2에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보는 재미가
없다는 주장에 대한 논거로 대는 것은 자가당착이죠.
'유닛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유닛이 뭉쳐있으면 구분이 안간다' 등의 드립도 황당한 이야기죠. 이를테면 바둑의 룰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바둑 경기를 보며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까? 그 어떤 스포츠도 룰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없이는 재미는 커녕 경기를 파악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 '보는 재미 쩌는 간지짱 게임' 스타1을 단 한번도 플레이해보지 않아 건물과 유닛, 각 종족의 특성이나 전략패턴을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봐도 재밌을까요? 아예 캐스터 중계와 해설조차 못 알아듣습니다. 스타2의 유닛을 모르면 당연히 유닛이 안보입니다-_-;;; 이런 드립을 치는 사람들은 자신이 게임을 해본적도 없다는, 단순히 스타2를 음해하려는 목적의식(혹은 스타1 팬으로서 막연한 스타2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개드립치는 걸 스스로 인증하는 것 밖에 안됩니다.
3. 스타2는 '보는 재미'가 없다 -스토리의 부재
스타1 팬들을 움직이는 힘은, 이미 게임자체보다는 어떤 '스토리'로 옮겨간지 오래입니다. 쉽게 말하면, 초창기 스타팬들이
'나도 이 게임을 하는데 도대체 방송에 나올정도라는 저 사람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라는 마인드로 경기를 감상했다면, 이제는 그
관심과 응원의 대상이 기업프로팀과 프로선수 개개인 그 자체로 옮겨갔습니다.
스토리의 고전이자 단적인 예는 바로 '임진록'입니다. 임요환과 홍진호의 대결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이제는 볼수
없지만...ㅠㅠ) 팬들 사이에 회자되어 흥미를 유발합니다. 물론 거기에 게임 경기도 중요한 요소지만, 여기서 놓치지 않아야 할
점은, '게임경기 자체'가 아닌 '게임경기도 한 요소'가 되었다는 점이죠.
개인리그를 10년이나 이어오면서 정말 많은 '스토리'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일일이 열거가 불가능할 정도죠. 과거로는 본좌론으로부터 최근으로는 육룡이나 택뱅리쌍과 같은 '최강자들의 스토리', 거기서 나름의 감동코드를 찾을 수 있는 선수 개개인의 스토리, 'XX리그는 언제나 결승전이 흥한다'는 식의 리그라는 브랜드가 낳는 스토리까지...
아직까지도 많은 팬들(심지어 일반적인 인식과는 상이하게 꽤 많은 여성팬까지)을 경기장으로 불러모으는 힘은 스타1이라는 게임 자체보다도 무수한, 그리고 거듭 발전된 '스토리'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스토리야말로 정말로 시간만이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10년전부터 스타 팬이셨던 분이라면 그동안 명멸해간 수많은
선수들과 그들이 만든 스토리들을 기억하실겁니다. 물론 스타1이라는, 전무후무할 정도로 히트한 게임의 인기와 그 인기를 바탕으로
완성된 안정적인 시스템이 기반이 된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이 이 판에 스토리들을 만들어줄 수 있었던 거죠.
스타2는 결정적으로 이 스토리가 없고, 또 그게 당연합니다. 지금의 스토리는 뭘까요? 몇몇 이름을 알린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그게 스토리가 되진 못했죠. 거기에는 선수 개인의 인간사도 없고, 택뱅이나 리쌍같은 라이벌 구도도 없으며 드라마틱한 이야기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게 생기기엔 아직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스타1 업계에서 일하며, 지재권 분쟁때문에 밥줄이 끊길까봐 인터넷으로 음해장난질을 하는 종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스타2 팬이고 GSL이 '흥해서' 더 많은 실력있는 선수들이 등장하고 재밌고 흥분되는 경기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지금 겨우 이 단계에 와서 실망하거나 비난할 것은 아닙니다. 그러는 것은 자유지만, 그러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는
겁니다.
실망하기엔 이릅니다. 스토리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선수가 몇명 있었죠. 김원기는 (그야말로 최악인 지금보다는 덜할지
모르지만;) 저그 암흑기에 등장해서 압도적 경기력으로 우승까지 거머쥐며 팬들을 열광시켰고, 다소 하락세인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됩니다. 장민철 역시 '도무지 질것같지 않다'는 포스를 보여주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줬죠.
스타2는 오히려 앞으로 발전하고 흥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스타1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1의
경험이 오히려 관성적으로 스타1에 매몰되어 스타2를 비난할 건덕지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스타1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듯
빠르게 스토리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거죠.
지금 최대의 화두는 역시 진영간 밸런스 문제죠. 블리자드는 바보가 아닙니다(아닐거라고 믿고 싶네요;). 소위 '테란판'이
되어서 저그,프로토스 유저들이 떠나간들 블리자드에게 남는 이익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치명적인 손해만 입힐 뿐입니다. 이걸
묵인하는 것은 자선사업단체가 아닌 수익을 내기위해 활동하는 사기업인 블리자드로서는 용납이 안됩니다.
밸런스에 대해서도 좀더 시간을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차기 리그부터 경기맵이 교체되고, 아예 래더맵 교체까지 거론되고
있으며 유력합니다. 과연 (테란유저에게조차 밸런스 똥망을 인정하게 한) 지금의 래더맵들이 교체됨으로 인해 밸런스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차기 리그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편이 현명합니다.
스타2는 스타1에 비해 치명적으로 열등한 게임도 아니며, 아직 망한 적도 없습니다. 스타2 망하라고 정화수 떠놓고 기도하는
부류라면 모를까, 스타2 유저로서 벌써부터 실망해서 '망했다 망했다' 주문을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응원하고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때로는 정당한 근거를 가지고 비판하며 개선점을 찾아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