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drakegog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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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07-16 15:49:16 KST | 조회 | 2,493 |
제목 |
일본 유학 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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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학교 생활
여긴 수강신청 하는 방법이 한국과 매우 다름.
사전에 인터넷으로 수강 신청해야 하는 바람에 오전 8시 딱 맞춰서 피터지게 수강신청 해야 하는 우리나라랑 달리,
여기는 개강하면 내가 듣고 싶은 강의를 미리 듣다가, 나중에 자신이 들을 강의를 용지에 작성해서 제출해야 됨.(연필로 마킹함)
수업 받으면서 몇 가지 특기할 만한 거만 적어봄
4-1.
교환 유학생들끼리 일본어 테스트를 해서 등급을 받는데,
나랑 같은 시기에 다른 학교에서 온 한국인 A군이 지각함. 그 덕분에 상중하 중에서 중을 받아 중급 반에 편성되었는데,
자기는 N1도(일본어 능력시험 1급) 있는데 중급이 말이 되느냐, 시험을 고작 한 번 쳐서 반을 나누는 게 말이 되느냐 이런 불평을 늘어놓음.
아니, 그럼 본인이 지각하지 말던가.
4-2.
나는 상급 반에 들어가서 따로 전담 교수와 함께 OT를 받음.
나는 일어일문과라서 여기서 일본어 관련 수업을 받아야만 나중에 전공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
마침 이 교수가 하는 게 일본어 관련 수업이라 들으려 하는데, 이상하게 설명할 때부터 뭔가 대충 설명하는 게 자꾸 안 하는게 좋다는 식으로 설명함.
참고로 이 수업은 상급반 과정에 포함된 과목임.
나중에 수업 들으러 갔더니 다른 유학생들(교환학생이 아니라 일반 4년제 유학생들)이 있었음.
근데 교수가 날 보더니, '그쪽은 일본어를 잘해서 굳이 안 받아도 됨' 하길래, 전공 인정 때문에 받고 싶다고 말함. 위에서 말했듯 수업 일단 듣다가 나중에 따로 신청하는 거니까 일단은 듣고 싶다고 얘기함.
근데 이 교수가 갈수록 표정이 험악해지면서 그래서 들을 거냐 안 들을 거냐고 성을 내기 시작함.
그러면서 나중에 메일 보내줄 테니까 정 할 거면 그 시간대에 내 방으로 와서 신청하라고 함.
아, 한 편 내 옆에 이 수업 들으려고 위에서 말한 A군도 같이 있었는데, '넌 중급 이라서 안 됨' 하고 교수가 딱 잘라 말함.
나중에 메일을 받았는데 '어쩔 수 없이 하고 싶다는 학생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다 보낸다. 하고 싶으면 12시~1시 사이에 내 방으로 와서 해라. 그 나머지 시간엔 안 받겠다.' 이럼.
한 마디로 받아주기 싫다 이거임.
와 시바 이게 일본식 돌려말하기구나 하고 생각함.
근데 위에서 말했듯, 이거 상급 반에 포함된 과목임. 일반 4년제 유학생은 받으면서 왜 교환학생들은 안 받겠다는 건지, 참 웃김.
여튼 그 교수와는 이 이후로 상종도 안 함.
뭐 나중에 이것 때문에 말이 많았다곤 하는데 잘 모르겠음.
4-3.
신청했던 과목 중에 게임 제작 수업이 있었음. 각종 게임 제작에 관한 이론인데,
한 마디로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재밌는 게임이 나오는가임.
당시 내 꿈이 라놉 작가였는데, 이게 또 소설 시나리오 창작이랑 밀접한 부분이 많아서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들음.
수업도 재밌었음.
일단 무작위로 4~5명씩 그룹을 만드는데, 나중에는 그룹이서 실제 주사위 게임을 제작해야 됨.
내 그룹은 다섯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일본애들임. 그것도 다 신입생들.
필요한 수업을 듣고, 이제 그룹이서 게임 제작 해야하는데,
역시 조별 과제는 거르는 게 답이라는 걸 물 건너 땅에서도 여실히 느낌.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머지 애들이 유효한 아이디어만 몇 개 던져 줬을뿐, 100퍼센트 내가 다 제작함. 내가 메일로 사소한 거라도 부탁하면 할 줄 모른다느니, 모르겠다느니 하면서 협조도 안 함.
내가 개인적으로 보드 게임 만드는 게 취미이기도 해서, 나름 타블렛까지 가져다 의욕적으로 만들었는데,
여튼 그 덕분에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나중에 교수가 메일로 종합 평가에서 1위 했다고 알려줌.
그리고 그 사실을 들은 위의 발암 년놈들은 라인(이 동네는 카톡 말고 라인을 씀)으로 자기들끼리 수고했다고 자화자찬.
ps:
내가 한국어로 필기하고 있는데, 위의 발암 년놈들 중 한 년이 그걸 보고선 나에게 이렇게 물음.
"이거 중국어임?"
와.... 세상에...
4-4.
정치 관련 수업을 들은적 있음. 교양과목 쯤 됨.
사실 1학기 때 이 교수 수업 들으려고 했는데 인원이 폭주해서 못 들었음. 그래서 2학기 때 들었는데 역시나 인원수가 폭주해서 나중엔 제비뽑기로 수강생 뽑음.
교수는 머머리인데 오타쿠임.
OT 때 나눠준 안내문도 달빠 냄새가 심하게 나길래, 뭐지? 했는데 수업 때마다 꼭 애니를 틀어서 수업에 써먹음.
당시 화젯거리였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단간론파 애니의 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는데, 와 이 교수 천재인가 싶었음.
단간론파 1화 보면, 캐릭터 A랑 B가 싸우려 할때 주인공이 둘을 말리려다 B한테 처맞는 장면이 있음.
주인공이 일본, A가 일본의 동맹, B가 A의 적대국에 대입해보면, 일본 내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왜 반대하는지 알 수 있음. (한마디로 남의 나라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피 보기 싫다 이거)
그리고 한번 2차 대전 직후 일어났던 영상물을 보여줬음.
흑백 영상인데, 과거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일본군 상이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알리는 그런 장면이었음.
어휴, 전쟁 가해자들이 또 뭔 개소릴 하나 싶었음.
그리고 교수가 이렇게 설명함.
"이 영상에 나온 군인들은 징병되었던 조선인들입니다."
헐?
이 군인들은 상이 군인임에도 피해 보상도 못 받았다는 게 주 내용.
일본 정부에 얘기했더니 "우리랑 관계없음 아몰랑"
한국 정부에 얘기했더니 "그걸 왜 우리한테 따짐? 아몰랑"
이런 역사도 있구나 해서, 놀랬던 일화.
4-5.
비슷하게 정치관련된 수업임. 앞으로의 수업 내용 중에 '이슬람 나라' 에 관한 게 있었음.
오호라, 이슬람 나라들에 관한 건가? 한 번 들어봐야지. 했더니,
그게 아님
이슬람국가, IS임.
띠용??
그리고 그룹으로 각자 IS에 관한 생각을 주고받았는데,
한 일본인 학생 왈:
"전쟁은 나쁜 거 아닌가요? 이건 힘의 균형이 없어서 전쟁이 발생하는 거라고요. 다들 냉전시대 때 소련과 미국이 각자 핵무기를 갖고 있으니까 서로 못 건드렸던 거 아시죠? 그러니 IS에게 핵무기를 주면 전쟁은 끝날 겁니다."
와 이건 뭐...
5. 기숙사 생활
기숙사가 싼 값에 좀 허름한 구석이 있고, 마트까지 왔다갔다 자전거로 1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재밌게 생활 잘 했음.
기숙사니까 나름의 규칙도 있고, 당번 정해서 청소도 해야 됨.
기숙사 관리인이 한 명인데 평일에만 근무하는 사람이라 자유도가 높았음.
게다가 기숙사가 알게 모르게 융통성이 대단한 사람이었음.
원칙대로는 안 되지만 그냥 모른 척 눈감아 준다는 식이 많음.
예를 들어 빈 기숙사 방을 안 잠그고 열어 놓은 게 대표적. 외부인 묵고 가는 건 원칙대로 금지이지만 그냥 이렇게 눈감아 준다는 식.
아, 물론 위에 말한 청소 당번은 해야 됨. 제대로 안 하면 관리인이 다시 해라고 함.
왜 이런 얘길 하냐면 아까 말했던 한국인 A 때문임.
솔까 이놈이 좀 개념이 없음.
관리인이 하지 말라고 하는 건 꼭 하고, 해라는 건 죽어도 안 함.
복도에 물건이나 박스 같은 거 놓지 말라고 얘기해도 들은 척도 아나고,
당번으로 정해진 청소도 죽어도 안 함.
내가 왜 안 하냐고 물어봤더니,
'솔직히 식당 더러워서 저 안 쓰거든요? 그런데 왜 제가 식당 청소해야 되죠?' 아주 당당하게 이럼.
뭐, 솔직히 식당이 더럽기는 함. 1년에 1번 전문업자가 와서 청소하는 데도 달라진 게 없을 정도.
여튼, 관리인이 일본인 다워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문제 생기면 그 사람에게 직접 얘길 하는 게 아니라 방문에다가 할 말을 종이로 써 붙여 둠.
걔 방에 가면 꼭 방문에 '청소하세요.' '문 옆의 박스 치우세요' 하는 쪽지를 꼭 볼 수 있음.
아, 물론 우리의 A군은 들은 척도 안 했습니다.
나중엔 관리인이 참다 못해서 '청소 안 하면 학교에 알려서 기숙사에서 퇴실조치 하겠다.' 라고 하니까 마지못해 하기는 함. 물론 그때도 왜 내가 이런 걸 해야하냐는 얼굴로.
그리고 청소 제대로 안 해서 다시 하라고 빠꾸먹은건 덤.
A군에 대해 안 좋은 얘기만 하긴 했지만, 사실 내가 제일 사이좋게 지냈던 게 A군이긴 함.
다만 애가 좀 개념이 없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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