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정치인들The Politicians
...그리하여 민주정의 첫 천년기 끝까지, 은하계 전역의 인간 세계들과 식민지들을 감정의 물결이 휩쓸었다. 인간들은 지성 종족 사이에서 자신의 주어진 정당한 우월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다렸고, 그 승리의 감상은 예전의 신조인 '명백한 운명'과 거의 동치였다. 그리고 인간이 이제 은하 지배를 준비하던 기간은 끝났고, 부차적인 역할을 하며 암약하는 것에는 더 이상 만족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이 충돌하는 철학과 관점들의 위기 한 가운데에서 조슈아 벨로우즈(2943-3009 G.E.)는 극적으로 권력을 쟁취했다. 대중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있었던 그는 자기 당 계파들의 반대를 받아 왔으나, 나중에는 그들에게 찬사를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쩌면 위대한 사건이 위대한 지도자를 불러 온다는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 인간: 성취의 열 두 천년기
...벨로우즈가 정치인으로써 가진 매력과 카리스마는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그의 글과 테이프들을 보면 어떤 강력한 뒷배가 없었더라면 그가 했던 일을 수행할 능력이나, 원래는 의지도 없었으리라는 점을 암시한다...
...민주정은 그 이후로도 열 두 세기를 더 살아남았으나, 벨로우즈가 민주정의 종말에 책임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다...
- 지성 종족의 기원과 역사, Vol. 8
조시 벨로우즈는 큰 책상 뒤에 앉았다. 반짝이는 책상 위 이곳 저곳에는 종이와 문서들이 널려 있었고, 오른쪽 팔이 닿는 부분에는 인터콤 버튼들이 여럿 있었다. 티 한점 없이 짜여지고 치장된 그는 진한 흑회색의 머리카락, 굳고 뚜렷한 턱 선, 깨끗한 푸른 눈과 그 구석의 작은 주름들로 궁극적인 위엄의 표상으로 보였다. 그는 한 치의 예외도 없이 전 인간의 지도자 같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러면 어떻게 되고 있는 건가?" 그가 물었다.
그의 책상으로 다가오는 자는 모든 면에서 그의 대척점이었다. 주름지고 쭈글쭈글한 옷을 입었고, 너무 두꺼운 렌즈를 껴서 눈을 통해 아무것도 들여다 볼 수 없을 정도이며, 머리카락은 완전히 헝클어져 있어서 장엄한 주변과 비교하면 완전히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원주민들이 불만족하고 있네." 멜빈 힐이 도라두스 목재로 아름답게 세공된 의자를 당긴 후 편하게 책상에 발을 올리면서 말했다.
"자네가 꼭대기에서 원주민들을 내려다보면 언제나 불만족스러워 보이겠지." 벨로우즈가 말했다. "내가 그들 중 하나였을 땐, 나도 불만족했지. 그렇게 여기까지 올라온 거고."
"그건 조금 다르지, 조시. 자네는 권력을 가지기 위해 그랬던 거고, 저들은 자네가 권력을 쓰길 바래서 그러는 거지 않나."
"나도 알고 있어." 벨로우즈가 인상을 썼다. "대체 저들은 나한테 뭘 원하는 거야? 전쟁이라도 시작하라는 건가?"
"그건 아니지." 힐이 말했다. "그래도" 그는 사려깊게 덧붙였다. "다섯 명 중 하나는 반대하지 않겠지만."
"나는 델루로스 VIII의 지사로 64%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어." 벨로우즈가 말했다. "그 사실이 내 판단에 어느 정도 정당성을 준다고 생각하는데."
"절반은 나도 동의하는 바네. 조시" 힐이 말했다. "그 사실이 어느 정도의 정당성을 주지."
"자네도 알겠지만," 벨로우즈가 말했다. "자네 덕분에 계속 내 주변을 예스맨과 동조자들로 채워야 하나 싶어서 고민하게 된다니까."
"내가 받는 월급은 내 손가락이나 빨면서 자네가 하는 일마다 흘륭하다고 해주기엔 너무 많으니까." 힐이 미소를 지으며 다리를 바닥에 올려두고는 말했다. "이 망할 행정부의 누군가는 자네에게 진실을 알려줘야지."
"어떤 진실?"
"자네 생각보다 자네가 탄핵당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진실 말이지."
벨로우즈는 어떤 표정도 없이 그를 1분은 쳐다 보았다.
"헛소리." 마침내 벨로우즈가 말했다.
힐은 일어났다. "내 보고서의 나머지 부분을 원하면 언제라도 알려주게." 그는 나가려고 돌아섰다.
"잠깐!" 벨로우즈가 말했다. "의자에 앉아서 하던 이야기를 마치도록 해." 힐은 돌아와서 자리에 다시 앉았다. "이제 시작하면 되나?" 그가 물었다.
벨로우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자네는 인간이 우월하다는 선거 캠페인으로 행성 지사 선거에 도전했어. 그리고 네 경쟁자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인간이 다시 은하계를 지배하는 것이 명백한 운명이라 선언한 건 바로 자네였지."
"그냥 정치적 수사일 뿐이야." 벨로우즈가 말했다.
"아니, 지사 나리, 그건 그냥 정치적 수사가 아니지. 정치적 수사는 렘 같이 우리에게 골칫거리인 종족 하나를 말살시키겠다고 공약하는 정도는 돼야지, 그리고 나서 우리가 두어세기 전 프나스 상대로 치렀던 것처럼 짧은 소규모 전투 하나 정도를 일으킬 수 있을 거야. 별로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우리가 손쉽게 이길 거고, 모두가 꽤 만족해 할 텐데. 그게 정치적 수사야. 자네가 한 건 그 이상의 무언가야. 모두에게 꿈을 준 거지. 언젠가 우리 종족이 다시 지배자로의 위치로 돌아가리라는 약속 말이지. 거의 1년을 이러는 데 쏟았어, 지금 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선거에서 못 이겼을 거네. 어쨌든 유권자들은 자넬 여기까지 밀어줬고, 유권자들은 자네가 그들을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 주기만을 기다리는 데 조금씩 지쳐가고 있어. 지금이면 거의 3년을 여기 있었던 거고, 임기의 60%가 지났지만, 아직 아무것도 못 이루었지."
"그래서," 힐이 계속했다. "유권자들은 그 문제를 자기 손으로 가져가고 있어. 인간이 다른 종족들과 같이 사는 행성 여러 곳에서 포그롬이 있었고, 우리 외곽 식민지의 우주선들과 여러 외계인들의 우주선 사이에 작은 교전들이 벌어졌고, 자네의 입법부는 자네가 보낸 모든 제안을 시간만 끌고 있지. 인류는 6천만의 함선과 100억명으로 이루어진 상비군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어.
"그리고 탄핵에 관해서라면, 이제서야 언론이 막 그 이야기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지만 내가 한 번 세 보았더니 겨우 12표가 부족하더군."
"28표겠지." 벨로우즈가 말했다.
"지난 달엔 그랬겠지." 힐은 자기 주장을 꺾지 않았다 "조시, 여기서 손 놓고 앉아 있기만 할 순 없어. 자넨 뭔가를 해야 돼."
"어떤 거 말이야?" 벨로우즈가 부드럽게 말했다. "대체 놈들은 내가 뭘 하기를 원하는 거야, 로딘 XI와 칸포르 쌍둥이성에 기습 공격이라도 하라는 거야? 놈들이 기뻐하는 걸 보겠다는 이유 만으로 은하계의 외계인들을 싹 죽여? 너도 알겠지만 난 인류의 대통령이 아니야. 단지 행성 지사일 뿐이지."
"델루로스는 그냥 행성 이상이야.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만." 힐이 말했다. "우리 관료들이 지구에서 여기로 옮겨온 이래, 여기는 인간 종족의 사회적, 정치적, 도덕적 총본산이야. 수 세기 동안 델루로스 VIII의 지사는 은하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간이었고, 어떤 면으로 보아도 사실상 인류의 대통령과 다를 바가 없지. 만일 자네가 명령 하나만 내리면 여기서부터 외곽까지의 모든 군부대가 의심없이 그에 따를 거고, 우리 경제가 좋거나 나쁘면 다른 인류 행성들도 한두해 뒤면 따라와. 우리가 물질적이건, 철학적이건 다른 모든 곳의 인류를 위한 유행을 정해. 그러니 작고 하찮은 행성 하나의 지도자라는 똥같은 소리는 내게 하지 마."
"내가 약속한 건 인간에게 존엄함을 돌려주겠다는 것 뿐이었어." 벨로우즈가 말했다. "우리가 선두에 서는 것이 우리 운명이라고 했지, 다른 누군가를 끌어내자고 한 적은 없어. 우리는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생산하고, 더 총명해짐으로써 그 목표를-"
"지랄! 자네가 지사 자리에 만 년을 앉아 있어도 그 약속은 못 지켜. 이걸 봐." 힐이 자기 손을 맞잡았다 놓으며 말했다. "자넨 본래부터 잘생기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매력적이야. 내 말이 바로 그 소리지. 난 자네를 계속 좋아했고, 지금 우리 둘 모두의 경력을 도랑에 집어던지려는 지금도 그래. 자네는 모두가 주저없이 신뢰를 주는 단호하지만 자애로운 아버지 상이야. 이 개판을 조시에게 맡겨, 그러면 조시가 해결할 거야. 문제는, 자네가 뇌라고 부르는 그걸 자네가 살면서 쓸 필요가 없었다는 거지. 모든 일이 지엄한 아버지상과 함께라면 쉬워지고, 만일 자네가 더러운 일을 해야 되면 나 같은 사람이 언제나 주변에 있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 하지만 이제 자네는 델루로스 VIII의 지사고, 민주정이 존재하는 한 인간이 더 높이 올라갈 자리는 없네. 지금에서야 자네가 바로 위에 있는 사람을 쫓아가는 대신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서게 되었다는 거야. 만일 자네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필요한 행동을 취하지 못하겠다면 나나 자네 이름을 달고 일을 할 다른 누군가에게 맡겨, 그렇지 않다면 잘생기고 품위있는 얼굴과 위엄있는 행동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역사책에서 사라지게 될 거야."
"글쎼다, 역사에 내 이름이 첫 은하규모 대전쟁을 일으킨 사람으로 기록되지는 않겠지!" 벨로우즈가 말했다. "그리고 역사상 최악의 종족학살을 일으킨 미치광이로 역사에 남을 생각도 없고."
"종족학살의 문제가 아냐." 힐이 말했다. "내 말은 상대를 시험해본다는 거지. 저들의 약점을 찾을 때까지 찌르고 조사해본 후, 필요한 것을 얻고, 약점을 더 알아내는 거야. 우리 자신을 해치는 행동을 하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는 저들이 우리를 필요한 만큼, 어쩌면 더욱 더 다른 종족들이 필요해. 하지만 그들의 뜻대로가 아니라, 우리 뜻대로 필요하지."
"전에 한 이야기잖아." 벨로우즈가 스케줄 달력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지금까지는 그게 다 별 의미가 없었던 것 같네." 힐이 말했다. "망할, 조시, 아직 자네가 그에 대해 결정을 못 내렸다는 건 알지만, 지사 자리는 꾸물댈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 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 하고,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일일수도 있어."
"만일 피를 안 흘린다면, 주저하지 않았을 거야." 벨로우즈가 말했다. "하지만, 멜, 저들은 지성이 있는 존재야, 게임판의 말이 아니라."
"실례하겠는데, 우리 모두가 게임판의 말이야. 정치인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그 말들을 얼마나 잘 조작하느냐에 달려 있지."
"멜, 내가 생각하는 데로 인간이 은하계를 지배할 운명이라면, 인간은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영역들에서 지도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래야 해. 근면함, 존엄함, 총명함 말이지. 단순한 힘자랑이 우리 자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우리가 아직 은하계를 지배할 능력이 아직 없다는 것울 보여주는 것이라면 모를까."
"훌륭한 연설이었어, 조시. 나중에 비망록에 그 말을 쓰면 좋을거야." 힐이 말했다. "하지만 그건 상아탑에서나 쓸만한 미사어구 덩어리일 뿐이야. 종교, 도덕성, 그리고 조슈아 벨로우즈와 달리 인간은 선하지도, 나쁘지도 않으며, 순수하지도, 불순하지도 않아. 그저 인간일 뿐이지. 그리고 인간에게 운명이란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인간 자신의 재능 모두를 사용하는 거야, 거기에 가치 평가를 하는 게 아니라. 만일 인간이 별들을 손아귀에 넣고자 한다면, 인간은 할 수 있는 최대한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할 의무가 있어. 그리고 그러다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최선을 다하다가 망한 거겠지. 어찌되건 인간은 이 우주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사소하고 진부한 존재로 남아 있을 순 없어.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란 말도 있고, 어떤 사상가는 인간이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고, 인간이 성적 동물이라고 주장한 여자도 알고 있지. 이들 중 누구도 틀리지 않았어. 하지만 이 말들은 진실을 에둘러 표현한 것일 뿐이지. 인간은 호승심 있는 동물이니까. 철학자들은 모든 욕구가 만족되어 사색을 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유토피아를 꿈꾸곤 했지. 유토피아라니, 제길, 그건 미친 소리야! 인간에게는 지금 당장이 유토피아야.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수없이 많은 기회로 가득 차 있는 이 때가. 하지만 그들은 네가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그 도전들에 응할 수 없어."
"그리고 자넨 내가 그러지 않으면 사람들이 날 이 자리에서 쫓아낼 거라고 말하고 있지."
"사람들은 그러기를 원치 않아, 조시." 힐이 말했다. "자네가 가진 매력이라면, 사람들은 자네가 하는 어떤 행동이라도 지지할 거고, 입법부는 자네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더 만족해 할 거야. 하지만 자네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 줘야 하지."
"내 여론조사 결과는 여전히 좋아." 벨로우즈가 말했다. "여기서 승부를 봐서 사람들이 기다리게 하거나 닥치게 만든다면 어쩔건데?"
"지겠지." 힐이 재빨리 답했다. "자네 인기는 우리가 군대를 어떻게 모으고, 그것으로 어떻게 인류의 자리를 바로잡을 지에 대해 내가 언론에 퍼뜨린 이야기에 큰 빚을 지고 있거든. 사람들이 그게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채면 입법부가 탄핵하는 것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사람들이 자네를 끌어낼 거야."
벨로우즈는 다른 접견에 참석하는 동안 잠시 힐을 내보냈고, 그 후 다시 집무실로 이죽거리는 보좌관을 소환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건가?" 지사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 힐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누군가가 똑같은 이야기를 했구만."
"그 사람들이 뭐라 말했건 간에 그건 내 일이야." 벨로우즈가 말했다. "자네 일은 제안을 하는 것이고."
힐이 가볍게 웃었다. "그 사람들도 말이 많았던 모양이네, 안 그래? 알았어, 조시, 그러면 가볍게 이것부터 시작하자고. 모든 T 팩이 O 은하어가 아니라 지구 말만을 통역하게 전환하는 거야."
"제정신이야?" 벨로우즈가 폭발했다. "그랬다가 외교단은 둘째 치고, 우리 상업과 무역이 어떻게 될 지 생각이 있는 거야? 우리 말을 하나도 못 알아먹겠지!"
"저들이 배울 거야." 힐이 부드럽게 말했다. "아니면 T 팩을 다 폐지하고, 모든 인간의 은하어 사용을 금지하는 거야. 다른 종족들도 우리 방식에 따르게 강제하는 거지. 우리는 여전히 은하계에서 군사적, 경제적으로 가장 힘 있는 존재이니, 늦건 빠르건 다른 종족들도 자기 이익에 따라 굴복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 사이엔 인간 외의 누구하고도 말을 할 수 없는 거 아닌가?" 벨로우즈가 말했다.
"얼마나 오래 걸릴 거라 생각하나?" 힐이 맞받아쳤다. "2천 개가 넘는 세계들이 의료품을 우리에게 의존하고 있고, 1만 개가 넘는 다른 행성들은 우리 농업행성의 산물이 필요하지. 다른 행성들은 질질 끌지 몰라도 이 만 이천개의 행성들은 한달 안에 지구말을 배우게 될 거야. 그리고 이건 우리 정체성을 확립하는 상징적인 행동일 뿐이라는 걸 잊지 말게."
"거부한 걸로 치게." 벨로우즈가 말했다. "그러다가는 너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고, 우리가 의사소통을 시도한 메탄 호흡종족 절반을 죽이게 될 거야. 그리고 그저 제스처를 취하기 위해 수백만에게 필수적인 의료품 공급을 끊는건 터무니 없어."
힐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좋아, 그러면 전부 다 한번에 하는 대신에 가장 큰 것부터 하자고."
"그 말은?"
"칸포르 VI와 VII"
"진지하게 칸포르 쌍둥이성과 전쟁을 시작하자는 소리인가?" 벨로우즈가 캐물었다. "그저 입법부가 날 지지하게 하기 위해서 저들을 날려버리자는 건가?"
"그렇네." 힐이 말했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어."
"거 참 다행스럽네. 자네가 전제조건이란 걸 따졌다니."
"물리적, 정치적 생존에 관해서라면, 네가 아는 가장 뛰어난 사람은 바로 나야." 힐이 말했다. "칸포르 쌍둥이성이나 다른 행성에 선제 공격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네. 우리에게는 관리할 이미지라는게 있으니까."
"그러면 어떻게 하잔 말인가?"
"델루로스 VIII에 대한 칸포르 쌍둥이성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으로 만들자는 뜻이지." 힐이 말했다. "그런 조건이라면 자네도 저들과 싸우는 데 반대하지 않겠지?"
"물론." 벨로우즈가 말했다. "허나 저들이 우리보다 더 선제공격을 원하진 않는 것 같은데."
"내가 자네의 외모와 깊고 사려깊으며, 울림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게 정말 아쉬운 일이야. 조시." 힐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랬더라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신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내가 멍청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지." 벨로우즈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그렇네." 힐이 말했다. "하지만 내가 자네에게 그 사실을 숨길 이유는 없지. 그래서 날 고른 거지 않나."
"자네가 왜 여기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 사익을 위해 전쟁을 시작하려고 그런 건 아닐세." 벨로우즈가 마침내 말했다. "내가 다시 말하기 전까지 이 이야기는 없는 걸로 치게."
힐은 지사의 집무실을 떠나 자기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의 보좌관 둘이 기다리고 있었다.
"잘 됐나요?" 한 명이 물었다.
힐은 고개를 저었다. "벨로우즈는 자기가 얼마나 곤경에 처해 있는지 모르고 있고,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하기에는 본질적으로 너무 인도적이야." 그는 눈을 감았따. "훌륭하고 도덕적인 지도자로부터 우릴 구원하소서!" 그가 강하게 덧붙였다.
"다음에는 어떻게 합니까?" 다른 보좌관이 물었다.
"모르겠어." 힐이 한 때는 풍성했던 자신의 머리털 약간을 긁었다. "인간과 벨로우즈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뭔가를 해야 돼. 문제는, 내가 뭘 하든 벨로우즈가 다시 뒤엎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지."
"만일 그러면, 사람들이 그를 쫓아내고 힐 씨를 새 지사로 만들겠죠." 첫 보좌관이 말했다. "뭐가 문제인가요?"
"자네는 믿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힐이 보좌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내가 보기에도 전혀 이상적이지 않아. 나는 인간이 뭘 해야 할지 말고, 뭘 하지 말아야 할 지 꽤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우리는 조시 벨로우즈 같은 지사가 필요해. 우리 행동과, 그 수단이 받아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도덕적이라 믿게 만들 수 있는 사람 말이야. 만일 조시가 내일 우리에게 열 두개의 지성 종족을 몰살시키라고 지시하더라도, 우리는 그게 옳은 일이라고 확신하겠지. 하지만 내가 그렇게 지시한다면, 모두는 내가 위대한 업적을 이루겠다는 망상에 빠진 권력욕에 빠진 독재자라고 생각할 거야. 그래서 그가 실제로 공이 굴러가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하는 것이지."
"힐 씨도 이런 생각 하신 적 있나요?" 보좌관 중 한 명이 물었다. "조시가 이렇게 많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꼭 해야 하는 일들이 뭔지 떠올릴 수조차 없기 때문이라는 것 말이죠."
"가끔씩 나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힐이 얼굴을 찡그렸다. "자네도 알다시피, 역사를 바꾸는 것은 나처럼 낮게 엎드린 개자식들이야. 하지만 대중의 호감을 얻는 것은 조시같은 사람들이지."
"그러면 다시 질문하죠, 다음엔 무얼 합니까?" 두 번째 보좌관이 말했다.
"음," 힐이 말했다. "조시가 의식한 채 이 일에서 적극적 역할을 맡을 것 같진 않아. 조시가 고루한 도덕관념을 가지고 있을진 몰라도, 바보는 아니니 자신이 어딘가로 끌려가게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우리는 먼저 돌아가는 길을 택해야 해."
"어떻게 말이죠?"
"내가 이 행정부에서 완전히 무력한 것은 아니지." 힐이 부드럽게 말했다. "칸포르 계에 있는 우리 함대 지휘관이 누구지?"
"그린리입니다."
"좋아." 그는 녹음 장치로 걸어가서, 마이크를 잡고 앉았다.
"11함대 그린리 제독에게." 그가 시작했다. "기밀 사항이다." 그린리의 지문이 보호 절차를 해제하고 암호 해독을 시작할 수 있게 관습적으로 5초를 기다렸다. "반갑습니다, 제독, 여기는 멜빈 힐이고, 통신 코드는..." 그는 잠시 멈춰서 코드북을 돌아봤다. "코드 47A3T98S. 지금부터 말하는 내용의 중요성에 의거해, 본인의 코드와 음문을 컴퓨터 자료와 대조해 신원에 대한 의심이 없도록 확인하십시오."
그는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오래 기다리고는 말을 이었다.
"칸포르 VI의 존재하는지도 의심스러운 보호 아래 다수의 해적 선박들이 우리 무역로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칸포르 VI의 정부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그 결과 칸포르 VI 선적의 모든 민간 우주선들은 우현 방향에 뚜렷하게 표시된 특별한 문양을 표시하기로 했습니다. 그 형태는-그는 메모장 위에 자기가 끄적여 놓은 것들을 쳐다보고는 아무 디자인이나 골랐다-팔각형에 외접한 원입니다. 이 문양이 없는 모든 민간 함선은 해적일 것입니다. 제독의 임무는 그런 우주선 중 최초로 조우하는 세 척을 파괴하고, 제게 직접 연락하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어떤 아우주 무전 파장으로도 이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면 안 됩니다. 우리 통신이 감시받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또한, 세 척보다 더 많은 우주선이 파괴되어서도 안 됩니다. 이 행동은 모든 이해 당사자에게 우리 우주선이 이제 무방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사전 행동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의 전체적 작전은 나중에 표시될 것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그는 장치를 끄고, 녹음을 보좌관 중 하나에게 던졌다.
"그린리에게 직접 가져다 주게." 그가 말했다. "그린리가 이걸 직접 받기 전에는 그 자리를 뜨지 않도록 해." 힐은 남아있는 보좌관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이 사무실에서 밖으로 나가는 모든 외계인 상대 통신은 지구말로 이루어진다."
"만일 대장이 반대하면요?"
"대장이 운영할 행성은 상당히 크지." 힐이 말했다. "벨로우즈가 여기서 나오는 전문을 하나라도 읽어볼 거라 생각하지는 않아.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모르는 체하고 내게 떠넘기게."
됐다, 힐은 편안하게 자기 일을 하며 칸포르 VI에서 오는 보고서를 기다렸다. 1주일이 채 되지 않아 보고서가 왔다: 임무 완수, 추가적 지시사항 있는지? 그린리 그리고 오래지 않아 힐은 다시 행성 지사의 호화로운 집무실에 있었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인지 말해야 하지 않겠나?" 벨로우즈가 캐물었다.
"지사님?"
"웃기는 소리 마, 멜! 칸포르 VI의 정부는 우리가 자기네 화물선 세 척을 날려버린 것 때문에 죽어라 난리치고 있고, 그린리에게도 제대로 된 답을 못 받고 있지. 그린리는 계속 자네한테 물어보라더군."
"그린리에게 한 말은 해적선을 주의깊게 찾아보라는 것 뿐이었네."
"한 세기동안 칸포르 행성계 50 파섹 안에 해적선이라고는 없었어, 자네도 알지 않나!" 벨로우즈가 말했다. "당장 설명하게!"
"더 알아보기 전에는 말할 수 있는게 없네." 힐이 말했다. "지금으로써는 즉시 칸포르 VI에 진지한 사과문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괜찮다면 내가 작성하고, 자네가 직접 결재하도록 초안을 보여주도록 하지."
벨로우즈는 큰 책상을 가로질러 조언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자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멜. 자네 위치가 매우 위태하다는 것은 알아두게. 옛 우정이 어찌됐건 간에 필요하다면 자네를 쳐버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거고, 이런 짓을 한 번만 더 한다면 그 필요한 상황이 될 거야."
힐은 사무실로 돌아와서 사과문을 구술하고, 그것을 벨로우즈에게 보냈다. 사과문은 지사의 서명과 함꼐 되돌아왔다.
"좋아," 그가 자기 비서에게 말했다. "이걸 보내게."
"은하어로 말입니까?" 비서가 말했다.
"지구말로." 힐이 침착하게 말했다.
몇 시간 뒤 칸포르 VI 정부는 사과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지사가 이걸 보면 뭐라고 할까요?" 힐의 보좌관 중 한 명이 전사된 답문을 보며 말했다.
"그건 전혀 모르겠네." 힐이 말했다. "하지만, 할수 있는 말이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예? 왜죠?"
"내가 우리 사과문의 사본과 칸포르 VI의 답을 미디어에 뿌렸거든." 인터콤에 불이 들어왔고, 힐은 버튼을 눌렀다.
"힐입니다."
"멜, 조시야. 난 왜 칸포르 VI가 자네 사과문을 거부했는지 모르겠지만, 촉이 오는 것 같군. 사과문을 은하어로 보냈나?"
"기억이 안 나는군." 힐이 말했다.
"그럼 그렇지!" 지사가 소리쳤다. "여기 일을 정리할 시간 이틀을 줄 테니 여기서 꺼지게, 자넨 해고야!"
"나라면 몇 시간 동안 그걸 언론에 풀지 않을 거야, 조시." 힐이 말했다.
"그건 왜?"
"칸포르 VI가 우리 사과를 거부했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나서야 그 사실이 헤드라인에 올라갈 테니까."
벨로우즈의 대답 없이 인터콤의 불이 꺼졌다.
"시간이 별로 없어." 힐이 보좌관들에게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세 시간이 지나면 델루로스 행성계의 모든 인류가 전쟁을 원하게 될 거야,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나머지 인간 세계들도 피를 보고 싶어할 거고. 만약에 조시가 자기 정치적 생명을 지키고 싶다면, 공격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내가 아는 조시라면 너무 늦을때까지 꾸물거리겠지."
"그건 어쩌실 수 없을 것 같네요." 보좌관 중 한 명이 나섰다.
"그래서 자네가 아니라 내가 윗사람인 거야." 힐이 말했다. "이 메시지를 암호화하지 않은 상태로 그린리에게 보내게." 그는 잠시 멈춰서 마음 속의 말들을 끼워맞추려 노력했다. 그 후 그는 입을 열었다.
제독에게: 이 메시지의 내용은 너무 시급해서 암호화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칸포르 행성계에 대한 예정된 공격은 5일 뒤에 시작됩니다. 시간적 지체는 괜찮지만, 우리 함대의 대부분은 은하 외곽에서 여전히 기동중입니다. 절대로, 반복하건대 절대로 그때까지 움직이지 마십시오. 함대가 귀환하기 전에는 델루로스 VIII로부터의 어떤 지원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만일 명령에 의문 사항이 있다면 즉시 델루로스 V의 기지로 귀환하십시오.
멜빈 힐, 행성 지사 보좌관
힐은 위를 올려다보았다. "칸포르 VI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해독에 성공한 주파수가 뭐지?"
"H57입니다, 1주일 정도 됐죠."
"좋아. 그러면 H57로 보내게, 하지만 지구말로. 저들이 너무 쉽게 알아채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두기는 원치 않네."
"만일 그린리가 정말 공격을 시작한다면요?" 보좌관이 물었다.
"안 해." 힐이 말했다. "그린리는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할 거야. 그러니 기지로 재빨리 돌아오겠지. 칸포르 함대를 저지할 정확한 때에 맞춰서."
힐은 문을 나서서 벨로우즈의 집무실까지 편하게 걸어갔다. 힐은 시가를 문 채 시계를 보면서 지금쯤이면 메시지가 발송되고, 낚아채졌으리라 생각이 들자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보안 요원들은 이미 힐이 직원이 아니라는 지시를 받았기에 힐을 막아세웠다. 행성 지사 접견을 위한 공식 요청을 보낸 후, 집무실로 들어가기 전까지 바깥 사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 마음을 다잡았다.
"왜 내가 이딴 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벨로우즈가 말을 열었다. "자네와 할 말은 없어."
"조시, 하지만 난 자네에게 할 말이 많아." 힐이 말했다. "우리가 얼굴 볼 기회가 아마 마지막이란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지. 앉아도 되겠나?"
벨로우즈는 힐을 차갑게 노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힐, 대체 왜 그랬나?"
"자네를 위해 한 거라고 해 두지." 힐이 말했다. "그렇게 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 보다도 인간을 위해 그랬어."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조시, 자네를 놀래킬 생각은 없지만 자네는 하루 안에 전쟁을 치르게 될 걸세. 그리고 그걸 빠져나갈 방법은 없어. 그러니 그걸 이기도록 마음을 먹어두는 게 좋을 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벨로우즈가 캐물었다.
"칸포르 VI 말이지." 힐이 말했다. "어쩌면 칸포르 VII도 동참하겠지. 저 자들은 곧 델루로스 VIII를 공격할 걸세. 맞서 싸우는 건 물론이고 저들을 패배시키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저들은 우리가 무방비라는 가정 하에 행동하고 있으니 말이지."
벨로우즈는 자기 인터콤 패널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힐은 그의 팔에 손을 얹었다. "조급해 할 필요 없어, 조시, 그린리가 저들을 앞질러 올 거고, 모두가 분노로 소리 높이게 되겠지. 몇 분만 이야기하고 나서 날 마음대로 해도 좋아."
벨로우즈는 시선을 고정한 채 의자에 편히 앉았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말하지 않을 거야, 조시. 너무 간단해서 어차피 못 믿을 거니. 그리고 자네가 모르고 있어야 비디오 앞에서 더 설득력있게 도덕적인 분노를 담아 말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일세.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게 시작되었다는 거야. 인간은 이제 다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고, 자네는 그걸 시작한 사내로 역사에 남을 걸세. 자네 임기 동안은 물론 자네 생애 동안, 심지어는 천 년이 지나도 끝을 보지는 못하겠지만, 지금 막 시작된 것은 누구도 막지 못할 거야."
"사람들이 자네를 지지하고 있네." 힐이 계속했다. "그리고 자네는 군의 굳건한 충성도 가지고 있어. 이 전투는 작은 충돌 이상이 되지는 않을 거고, 자네를 잘 아니까 이 일이 끝나면 자네가 칸포르에 매우 관대한 조건을 제시하리란 것을 확신해. 그래도 최소한 입법부는 칸포르가 인간 보호령이 되도록 요구하기는 할 거야. 입법부가 더 많은 걸 바라긴 하겠지만 자네는 타협을 만들 수 있겠지. 결과가 어찌되긴, 칸포르 행성들은 델루로스 VIII에 세금을 바칠거고, 우리 관세도 저들의 지위에 맞게 바뀌게 되겠지."
"그리고 이게 얼마나 쉬운지 자네도 알게 된다면, 이런 일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해서 일어나게 될 거야. 자네는 감정의 조류 위에 올라타게 될 거고 그 조류를 원하는 곳까지 인도하거나, 그 위에서 한 달 안에 내던져지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지."
"또한 자네는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행동할 것이고, 언제나 민주정에 체면치레를 해 줄 거야. 민주정이 계속해서 은하계 권력 장징으로 남아 있을수도 있고. 하지만 이 사실은 명확해. 인간이 다시 실세 자리에 있게 될 거야."
"자네가 한 짓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벨로우즈가 말했다. "그게 뭐든 간에 이 일은 되물릴 수 있어. 만일 칸포르에서의 외계인 공격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나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걸세."
"글쎄다, 조시." 힐이 말했다. "저 자들은 자기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들었고, 자네가 뭐라고 하건 믿으려들지 않을 거야."
"우리가 어떤 공격이라도 막아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면 내 말을 믿겠지."
"그럴 리가," 힐이 말했다. "자네가 그걸 되돌릴 방법은 없어, 조시. 지금부터 사람들에게 자네가 그들이 항상 바라던 지도자가 자네라는 것을 어떻게 말할지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힐은 일어나서 천천히 집무실을 나갔다.
벨로우즈는 다음 두 시간 동안을 힐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는데 썼고, 그 후로 두 시간동안 다가오는 분쟁을 막기 위해 열성적으로 노력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밤이 될 때, 델루로스 VIII의 행성 지사는 어두컴컴한 집무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의 두 손은 앞에서 굳게 깍지를 끼고 있었고, 그는 자기 손가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벨로우즈는 사임할 생각도 해 봤지만, 그래 봐야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하리라는 것을 체감했다. 심지어 힐이 공개적으로 자기고백을 하게 만드는 것도 생각했지만, 대중이 힐의 행동에 찬동하리라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생각이 그의 마음 속을 지나갔다.
벨로우즈는 선량한 사람이었고, 누군가를 파괴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마음 속으로 인간이 은하계 음모의 장에서 자신의 노력과 덕성으로 승리하리라는 사실을 믿고 있었다.
게다가, 인간은 여전히 다른 종족에 비해 절대적으로 수적 열세에 있었다. 힐이 그려놓은 길은 너무 위험하고 불안해서 하나의 발실수도 위험했다...인간은 여태껏 상상도 못해본 규모로 분할하고 정복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그 동안 침묵하면서 은하계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채 깨닫기도 전에 계획을 거의 다 실현시켜 두어야 할 테고, 그렇지 않는다면 인간은 정말 큰 곤경에 처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그럴 수 있다면, 인간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적자 생존이 아니라 적자 통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은하계의 많은 종족들은 계속 평소처럼 남아있을 것이지만, 인간의 지도 아래 모든 것은 평소처럼, 하지만 좀 더 효울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니면 그저 자기합리화에 불과한 것인가? 인간이 그렇게 찬란한 업적을 이루고, 그렇게 다른 종족들에게 관용을 베풀 수 있다면 왜 인간 본성의 공격적이고 어두운 부분에 굴복해야 한단 말인가? 아니, 그게 어두운 면이 맞는 것일까? 힐이 말했듯이, 인간은 이것을 포함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마지막 하나까지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벨로우즈는 기자들을 부르기 위해 인터콤 버튼에 손을 뻗었다. 기자들이 집무실을 채울 때, 그는 이미 결단을 내렸거나 자기 도피적인 생각을 마친 상태였다. 벨로우즈는 이 결정이 오래 전부터 자신에 의해 내려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오래동안 그는 여러가지 많은 장점들, 선함, 판단력, 성실함을 갖고 있었으나 이 위기에서는 모두가 그를 외면했다.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은 모든 정치인에게 가장 우선된 능력, 생존 본능이었다.
"신사 여러분" 벨로우즈는 맑고 푸른 눈을 부릅뜬 채 기자들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저는 군용 우주선단이 델루로스 VIII에 대해 추악한 기습 공격을 가하고자 칸포르 VI를 막 출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델루로스 VIII는 물론, 인류가 거주하는 그 어떤 행성도 이런 정당한 이유 없는 행동을 용납하지도, 여기에 굴복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7, 9, 11, 18 함대에게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