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WG완비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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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3-02-24 20:21:43 KST | 조회 | 724 |
제목 |
TRPG 설정) 창세의 디스크와 여우족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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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이야기에 생명을 준다."
- 오래도록 구전되는 여우족 구절
반갑다! 최근 모종의 사건으로 엑스페리온 중앙도서관에서 일하게 됐다!
다소 긴 글이 될 것 같으니, 요새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세 줄 요약'이라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구!
내용 세 줄 요약 (엑스페리온의 창조 신화 글을 기반으로 합니다)
1. 여우족은 엑스페리온에 신들이 당도하기 이전부터 살았던 토착 마법 생명체인데, 이때의 여우족을 '태초의 여우'라 칭한다. 세간에 창조주 X로 알려진 신은 태초의 여우들에게 큰 흥미를 느껴 지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세계 창조를 도울 '도우미'로 삼았다. (이것이 여우족이 다른 개과 와일드본들과 기원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다)
2. 태초의 여우들은 창조주 X의 과업을 돕는 오랜 세월을 겪으며 현재 우리가 아는 여우족의 외형이 되었고, X와 세 여신은 창세의 과업을 도운 여우족들을 기특히 여겨 그 보답으로 종족 단위의 축복을 내려주었다. 그것이 바로 세 여신이 하사한 '모두에게 사랑받는' 원초적 존재감과, 창조주 X가 직접 불어넣은 '대실패를 겪어도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권능', 즉 여우족이 유달리 운이 좋은 이유다.
3. 안타깝게도 악마의 침공 때 신들을 도와 싸우는 과정에서 '악의 원형'에 의해 강력한 혈통을 지닌 여우족은 거의 다 죽었고, 후방에서 전쟁을 지원하던 여우족들은 많이 살아남아 현재의 주류가 된다. (이것이 여우족의 평균적인 성향이 약삭빠른 쪽으로 쏠린 이유로 보인다) 악마의 침공이 종결되고 X가 자취를 감춘 이후 '신들의 전쟁'으로 알려진 또 하나의 신화적 전쟁이 발발하고, 이때 자신들이 그동안 모셔왔던 신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모습을 목격한 여우족들은 큰 충격과 슬픔을 느낀다. 그리곤 결코 신들의 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고 다들 세상 구석구석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라는 내용의 기록이 담긴 '창세의 디스크'라는 유물이 엑스페리온의 북동쪽에 위치한 칼날울음 산맥 지하에서 발견됐다는 말씀! 이런, 써두고 보니 세 줄이 아닌 것 같지만 우리 민족에겐 워낙 중요한 내용이라 이해해주길 바라!
애석하게도 이 창세의 디스크라는 물건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님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인지는 현재 엑스페리온의 과학력이나 마법으로는 검증할 수 없는 상태! 다만 "이렇게 정교한 내용이 가짜일 리 없잖아?" 라는 주장을 내가 계속 밀어붙이고 있지! 음... 좀 막무가내 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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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의 디스크
최근, 여우 탐험가연맹 소속의 한 여우족 학자가 엑스페리온 중앙도서관에 '창세의 디스크'라고 하는 엑스페리온 창조의 비밀이 담긴 미지의 유물을 회수해 오는 일이 있었다. 그 자는 그것을 칼날울음 산맥의 지하 폐광 갱도에 숨겨진 비밀 금고에서 발견했다고 하며, 이런 종류의 디스크가 아마 세상에 수백 개 이상 존재할 거라는 추론이 담긴 연구논문과 자신의 모험 일지를 함께 제출했다. 중앙도서관에서 일하는 많은 학자들의 관심이 현재 이 놀라운 발견에 고밀도로 집중되어 있다.
이 유물에는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어떤 관측자'에 의해 공용어로 작성된 짧은 서술과 함께 과거의 특정 시점에 대한 다양한 정보, 삽화 혹은 촬영된 사진, 심지어는 비마법적으로 재생되는 영상 매체가 담겨 있다. 이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과거의 기록들이 과연 사실인지, 조작된 내용인지는 현재의 기술력이나 마법으로 검증할 수 없다. 단순히 디스크를 해독하는 것마저도 각 국가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의 과학 기술자들과 마법사들이 몇 날 며칠을 달라붙어 있어야 한다.
현재 최초로 발견된 이 디스크에는 '여우족의 기원'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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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여우족 학자가 제출한 장문의 모험 회상록에서 발췌 :
...중략
여우족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하다 보면, 우리네 민족을 향한 의문을 자주 듣는다. "대체 와일드본들이랑 외관상 큰 차이도 없는 너희가 어딜 가든 그렇게 떵떵거리며 지낼 수 있는 이유는 뭐고, 가끔가다 실패를 성공으로 만들기도 하는 그 기묘한 힘은 무어란 말이냐?" 가 주된 내용이다. 사실, 나 자신도 그것이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나무에 열매가 열리는 것을 당연히 여기듯, 여우족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산다. 따로 구전되어 내려오는 전승도 없기에 나라고 뭘 명확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애석할 따름이다. 애초에 나는 마법 아이템 전문가로 파티에 들어왔지 인류역사학자 노릇하러 온 게 아니란 말이야.
(삽화: ScrapGiant 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뿌리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부정할 순 없다, 다만 당장 밥 먹고 사는 일이 더 중요해서 우선 순위가 저 뒤쪽에 있을 뿐. 그래도 엑스페리온의 많은 종족에겐 자신들의 기원에 대한 설화나 민요 등이 수두룩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내가 알기론 여우족에겐 그런 게 하나도 없다. 우리가 하나로 모여서 살지 않는 민족이기 때문일까? 그나마 가장 유명한 게 바로 그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이야기에 생명을 준다." 라는 이야기꾼의 구절인데, 이마저도 모르는 여우족이 더 많다. 세상을 떠도는 여우족 바드들이 아니라면 진작에 잊혔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민족의 역사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보물 사냥을 하던 와중에 여우족의 기원에 접촉하게 되리란 것은 꿈에도 상상 못 했다.
대륙 북동쪽에 위치한 칼날울음 산맥의 지하 폐광을 여행하던 도중, 우리 파티는 미지의 금고로 이어지는 갱도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평생을 먹고 놀아도 될 정도의 금은보화와 수많은 마법 아이템들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유독 학자 출신인 내 눈길을 끄는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이렇게 생긴 금빛 디스크였다.
<최대한 정교하게 그리려고 노력한 것처럼 보이는 조잡한 손그림 삽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엄청난 압축률을 지닌 정보 저장 매체였다. 이것의 매질이나 세공법, 정체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내 지식과 분석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다만 동일한 물건을 추적하는 주문을 사용해 보니 광활한 산맥 전체에서 반응이 되돌아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근처에 얼마나 많은 디스크형 유물들이 존재하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다만 존재를 아는 것과는 별개로, 한참 너덜너덜해진 파티로 산맥의 더 깊은 심부를 향해 자살 돌격하자고 주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당시의 모험은 그 금고를 발견하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중략
내 연구실로 그 유물을 가지고 돌아온 나는 몇 날 며칠을 디스크의 해독에만 몰두했다. 머리 및 털가죽을 얼마나 쥐어뜯으며 끙끙댔는지, 식사 갖다주러 오는 고용인이 내가 스트레스성 탈모에 걸렸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낼 정도였다. 세기의 발견을 하게 될 지도 모르는데 털 좀 빠지는 게 대수람? 문제는 내 털이 아니고 그 이상한 소문을 듣고 모여든 동료 학자들과 스승님 때문에 안 그래도 좁아터진 개인 연구실이 더 난장판이 됐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 있었던 시시콜콜한 해프닝까지 늘어놓으면 재밌게 읽던 사람들도 다 달아날 것 같으니 생략하고, 이제부터 디스크를 통해 알아낸 요점을 정리하도록 할까 한다.
디스크의 내부에서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던 것은 '창세의 기록'이라는 문자였다. 그래서 이 유물의 이름도 자연스럽게 창세의 디스크가 되었다. 이것은 이 세계의 창조주, 세간에는 X라 알려져 있는 신이 도착했을 때부터 기록이 시작된 기나긴 역사의 편린, 그중에서도 작디 작은 조각이었다. 헌데 그렇다면 이 디스크를 만들고 내부에 설명을 작성해둔 이 '관측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내용을 보면 X 자신이 관측자인 것은 결코 아니었고, 그렇다고 그가 창조한 엑스페리온의 후대 신들로 알려진 존재들도 아니었다. 기록자의 정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이 디스크의 내용의 신빙성이 좌지우지되고, 더 나아가 엑스페리온의 역사학계와 신학계에 엄청난 파문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지만, 추후 다른 창세의 디스크가 더 확보되기 전까지 이에 대한 탐구는 잠시 보류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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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여우
창조주로 알려진 X가 도착하기 전의 고대의 세계에는 바다만이 가득했으며, 극지에는 작은 군도 지역이 형성되어 있었다. 여우족은 X의 손길이 닿기 이전부터 존재한 '세계의 요람'이라는 미지의 군도에서 살던 토착 마법 생명체였다. 그들은 당시엔 인간형 종족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짐승의 형상을 한, 꼬리가 여럿 달리고 약간의 마법적 능력을 지닌 정령형 야생 여우였다. 이때의 그들을 '태초의 여우'라 칭한다.
X가 훗날 엑스페리온이라 불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가장 처음으로 조우한 게 바로 태초의 여우들의 무리였다. X는 원시적인 마력을 지닌 태초의 여우들에게 큰 흥미를 느꼈고, 그들에게 지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세계 창조를 도울 '도우미'로 삼았다. 그리곤 바닷속에서 대륙을 끌어올려 엑스페리온의 초기 원형을 구축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세계를 형성하고 생명을 가꾸었다.
좁은 군도에만 갇혀 살던 태초의 여우들은 자신들에게 높은 수준의 지성을 선물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준 X에게 매우 감사했다. 그래서 그들은 X를 신으로 숭배하며 신의 하인으로서 세상을 창조하는 일을 열심히 도왔다. (이때의 모습이 마치 동화 속 산타 이야기에서 산타를 돕는 난쟁이 엘프 요정들과 비슷하다)
세계의 창조는 신에게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기에, X는 그들의 자발적인 노동력을 유용하게 사용했다. 태초의 여우들은 X가 만들어낸 원소의 힘과 생명의 정수를 세계 각지로 옮겨 나르는 일을 하거나, 불안정한 지맥을 진정시키는 일, 육지로 올라온 원시 생명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 등을 했다.
이러한 신화 시대의 과정에서 태초의 여우들은 점차 우리가 아는 여우족의 모습으로 발전하게 된다. 신의 여러 과업을 돕기 위해선 인간형 사지가 훨씬 유리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여기에 걸린 시간은 원시 생명체들이 엑스페리온의 원주민들로 진화하는데 걸린 시간과 비슷하다. 즉, 최소 수백 년에서 최대 수만 년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따라서 디스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현재의 여우족이 일반적인 개과 와일드본 종족들과 유전적 기원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가 명확하게 설명된다.
세 여신과 X의 축복
신화 시대가 진행되던 도중, 그 존재가 확실하게 문헌으로도 많이 기록되어 있는 세 여신, 페리아, 버로아, 얄다라가 탄생한다. 많은 여우족들이 세 여신의 탄생을 목격했다고 한다. X의 힘을 이어받은 세 여신은 조화를 이루며 엑스페리온을 빠르게 발전시켜 나아갔고, X를 섬기던 여우족은 당연히 세 여신들 또한 자신들의 신으로 모셨다.
오랜 시간 창세의 과업을 도우며 열심히 일하는 여우족들을, 여신들은 무척 기특하게 여겼다. 그래서 신화 시대가 거의 끝나가던 어느 날, 세 여신은 여우족들을 한데 불러모아 직접적으로 축복을 내려주었다고 한다.
· 페리아는 그들이 정직하고 성실한 면모를 보이며 살아갈 때 발휘할 수 있는 매력을.
· 버로아는 그들이 끝까지 중도로 남아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더라도 미움받지 않을 수 있는 매력을.
· 얄다라는 그들이 거짓과 기만, 속임수를 부리다 들통나더라도 큰 원한을 사지 않을 수 있는 매력을.
그렇다. 세 여신 모두 여우족에게 매력의 축복을 준 것이다. 여우족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원초적 존재감의 정체가 바로 이것인 것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지니고 있던 마력과, 세 여신의 축복을 한 몸에 받은 여우족은 이때를 기점으로 엑스페리온 최초의 선민 종족으로 거듭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부분은 디스크 내부에도 자료가 부족하여 해석자인 내 사견이 들어가 있다)
디스크의 각주에 의하면 이때 종족 단위로 축복을 받은 것은 여우족뿐만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다른 종족과 관련된 내용은 현재 이 디스크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인간들에 대한 기록이 조금도 없다는 것이다.
세 여신의 축복이 내린 뒤, 마지막으로 창조주 X가 여우족에게 자신의 과업을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특별한 권능을 하사한다. 바로 '언제든 크나큰 실패로부터 딛고 일어날 수 있는 힘', 즉 여우족의 마법적인 행운이었다.
이렇게 세 여신과 X가 내린 4가지 축복을 심볼 형태로 만든 것이, 대부분의 여우족 모험가들이 몸에 지니고 다니는 여우 얼굴 모양의 행운의 부적이다. 이것은 개인의 옷 장식 뿐만 아니라 각종 여우족 도적단이나, 여우 상인연합회, 여우 탐험가연맹을 대표하는 문양에도 포함되어 있다.
다만 심볼의 기원을 제대로 알고 있는 여우족은 현재 시점에선 아무도 없을 것으로 추측된다. 오래 전부터 전해져 온 행운의 부적 정도로 치부되는 물건이었으니... 나도 어릴 적에 하나 갖고 있었지만 어느 새 사라져서 잃어버렸다. 그러나 부적을 잃어버렸다고 딱히 불행이 찾아왔다던가 하는 기억이 있진 않으니 실제로 마법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만약 심볼 자체에 검증할 만한 마법적 효능이 있었다면 나 이전의 마법 아이템 학자들이 진작 중앙도서관에 연구논문을 제출했을 것이다.
이어진 악마의 침공과 전쟁
이후, '악마의 침공'으로 많은 역사서에 기록된 '악의 원형'의 등장 시기 또한 이 디스크 내에 여우족들의 관점에서 기록되어 있다.
대부분의 원시 종족들은 악마의 땅에서 오는 악마들로부터 도망치기 바빴지만, 두려움 없이 신들의 편에 서서 악마와 맞섰던 소수의 선민 종족들이 있었다. 신들과의 연결을 유지하는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 나선 고대 엘프들, 언제 등장했는지 모를 인간들, 버로아의 축복을 받은 특별한 와일드본들, 그리고 그런 이들 중에서도 가장 수가 많았던 것은 당연히 여우족이었다.
당시 엑스페리온의 선민 종족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던 여우족은 거의 전원이 전쟁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으로 싸움에 참여하거나, 그러지 않더라도 후방에서 작은 일들을 돕는 식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들의 축복을 등에 업었음에도 불구하고 악마들은 선민 종족에게 있어 너무나 강한 적이었다. 많은 종족의 전사들이 스러졌으며 강력한 여우족의 혈통을 지닌 자들 또한 이때 대부분 죽어 없어지고 만다. 디스크의 각주에 의하면 '악의 원형'이 X에게 직접적으로 축복받은 종족인 여우족들을 특별히 노려서 '파괴'하고자 공격한 것 같다는 내용이 있다.
그렇게 최전선에서 활약했던 강력한 여우족들은 대부분 죽고, 후방에서 전쟁을 지원했던 여우족들은 비교적 많이 살아남아 현재의 주류가 된다. 애석하게도, 살아남은 자가 강한 거라고 하던가? 이렇게 살아남은 이들이 다시 번성하여, 여우족의 평균적인 성향이 약삭빠르고 보신을 중히 여기는 쪽으로 쏠린 이유가 된다.
오늘날에도 꼬리가 2개, 3개 이상인 여우족 개체들이 보이는데, 여태까지는 이들이 단순한 변종 등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디스크에 기록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마력이 충만했던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흔적이거나, 전쟁 도중 '악의 원형'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던 여우족의 핏줄을 통해 X의 축복을 받기 이전의 모습이 일부 발현된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할 수 있다. 선조의 특징이 특정 세대에 갑자기 강하게 나타나 마법 능력을 얻는 직업군이 바로 소서러이며, '티플링'이나 '데몬스폰' 종족 또한 악마의 혈통이 갑자기 발현되여 생기는 종족이므로, 여우족에게도 먼 선조의 혈통이 후손 세대에서 갑자기 발현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엑스페리온 주 대륙이 아닌 다른 대륙에서는 이런 여우족 아종들이 좀 더 잦은 빈도로 발견되고 있다는 자료를 찾아볼 수 있으나, 이는 지금으로썬 아직 더 많은 탐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요것은 게임 외적으로는 추후 여우족 분파가 더 나오거나, 꼬리 여럿 달린 커마를 공식으로 인정할 수 있을 여지를 남기는 내용입니다)
여우족은 어째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는가?
알다시피 악마의 침공은 오랜 전쟁 끝에 악의 원형이 추방되고 X의 실종이 발생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이후 세 여신들은 상처입은 세계를 재건하기 시작했으며, 여우족은 적어도 그때까지는 여전히 신들의 하인으로 열심히 일했다. 재건의 시기에 대해선 실제 기록으로 구성된 역사 서적들이 여럿 있으니 더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엑스페리온의 세계는 악마들이 침공하기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불안정하고, 더 갈등이 많은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신들의 전쟁'이라 알려진 또 하나의 대성전이 발발한다. 여신 버로아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 참혹한 전쟁은 여우족에겐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순식간에 그들의 모든 신앙 생활과 일상이 정지했다. 자신들이 모시던 신들이 서로를 죽고 죽이려고 싸움을 벌이는 나날은 여우족에게 종족 단위의 우울증과 혼란 증세를 가져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여우족들 사이에서, 당시의 지도자였던 자가 '이렇게 슬픔에 빠져 사느니 신의 하인 자리를 버리고 제갈길 찾아 떠나자' 로 요약할 수 있는 과감한 의견을 내게 된다. 여우족은 이미 신화 시대부터 오랜 시간 신들에게 봉사해온 민족이니 자발적인 길을 선택할 권리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 주요 주장이었다. 해당 지도자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알 수 없으나, 위에서 언급된 강력한 마력을 지닌 여우족 혈통이었다고 하며, 그 자를 보는 관점에 따라 '신을 따르던 여우족'을 파괴하고자 했던 '악의 원형'의 의도가 성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여우족들의 상태가 정상이었다면 신들에게 등을 돌리자는 것에 큰 반론이 있었겠지만, 슬픔과 우울증으로 인해 그들은 거의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다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는 '대 해산'이 발생한다. 각자의 여정길에 오른 여우족들은 신을 섬기는 일만 그만둔 것이 아니고 신들에 관한 이야기를 노래하는 것조차 그대로 멈추게 된다. 여우족의 기원이 현재 시대까지 전승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으로 사료된다.
여우족은 그렇게 엑스페리온의 만신전이 있던 세계의 중심을 벗어나 가족 단위로, 혹은 친구나 동료들을 동반한 소규모 단위로 전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 신들은 이미 전쟁으로 바빴기 때문에 떠나가는 여우족들을 붙잡진 않았다.
이 디스크의 기록 또한 이 '대 해산' 시점까지의 사건들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뒤의 일은 다시 추론의 영역이다. 현재의 여우족이 딱히 하나로 뭉친 집단이나 독자적 문명을 세우며 살아가지 않는 것은 이때 겪은 본능적인 슬픔에 기인했다는 의견도 있고, X가 당도하기 이전 좁은 군도에 갇혀 살았을 때부터 갈망하던 '드넓은 세상 곳곳에 퍼져 살고 싶은 본능'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적어도 동족들끼리 여전히 사이가 좋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점이다. 엑스페리온의 일부 종족들이 동족들을 서로 죽이려고 박터지게 싸워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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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창세의 디스크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여우족의 기원이었다!
디스크에 기록된 내용이 사실이라 검증되기만 한다면 이 내용을 도서 등의 매체로 출판해서 세상 곳곳에 퍼져 사는 많은 동족들에게 우리의 근본을 알려주는 것이 가능하겠지! 겸사겸사 'X 창조설'에 대한 가설들도 더 정확하게 확립할 수 있겠고 말이야.
그래서,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구상 중이지만, 나는 지난번의 여정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바탕으로 모험가나 탐험가연맹 단원들을 고용해 더 많은 창세의 디스크를 회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구! 언젠간 너희가 그 모험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길 바라지!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이야기에 생명을 주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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