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루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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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01-29 20:48:07 KST | 조회 | 128 |
제목 |
라면 냄새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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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도 아니고
일가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라면의 국물 없는 최후(最後)의 밤은
라면 냄새 가득 차 있었다.
부엌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익어운 면발과 국물에게
한 마디 남겨 주는 말도 없었고,
한입만(灣)
설룽한 분말스프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
냄비받침을 반듯이 벤 채.
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
피지 못한 달걀의 비린내가 갈앉고,
얼음장에 누우신 듯 면발은 불어갈 뿐
국물은 면발의 영원한 팽창을 가르쳤다.
때늦은 젓갈이 아모 말없이 돌아간 뒤
이웃 늙은이 손으로
노란빛 면발은 고요히
낯을 덮었다.
우리는 머리맡에 엎디어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고
라면의 국물 없는 최후(最後)의 밤은
불은 면발 가득 차 있었다
근 한달만에 라면 해먹는데
급똥... 그리고 만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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