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Yogg-Saro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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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04-17 00:13:24 KST | 조회 | 198 |
제목 |
아발라르스의 포스 항성에 있는 브레퀸다의 푸올로니스 용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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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이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예전에 이미 여러 번 그리고 정확하게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놀라운 물건이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제목이 암시하는 바대로, 안내서였다. 문제는, 아니 수많은 문제 중 하나는 - 왜냐하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인데, 이 수많은 문제들 중의 상당수는 은하계 전 영역에 걸쳐, 특히 타락한 영역일수록 민법, 상법, 형법 재판소들을 끊임없이 꽉꽉 메우고 있었다 - 이거다.
이 문장은 말이 된다. 그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거다.
변화.
다시 한번 잘 읽어보면 아마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은하계는 급속히 변환하는 곳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변화가 너무 심해서 탈이었다. 은하계는 모든 부분 부분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은하계가 매일 매시간 매분 던져대는 이 수없이 변화하는 상황과 조건들이 그것을 이 어마어마하게 상세하고 복잡한 전자책에 반영하기 위해 성실하게 고군분투하는 신중하고 양심적인 편집자에게는 굉장한 악몽이겠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한참 잘못된 생각이다. 독자 여러분의 실수는, 이 편집자는 전임 편집자들이 하나같이 그러했듯이 '신중하다'든가 '양심적'이라든가 '성실하게' 같은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악몽을 빨대로 빨아먹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데 있다.
항목들은 잘 읽히느냐 마느냐에 따라 서브-에서-넷을 통해 업데이트되거나 말거나 했다.
아발라르스의 포스 항성에 있는 브레퀸다를 예로 들어보자. 이곳은 장엄하고 마술 같은 불을 뿜는 푸올로니스 용들의 고장으로서, 신화와 전설 그리고 기가 차게 지루한 삼차원 미니시리즈로 유명했다.
저 먼 고대에, 브라가독스의 소르스가 강림하기 전, 프라길리스가 노래하고 쿠에넬록스의 삭사쿠인이 지배하던 때, 대기는 달콤했고 밤은 향기로웠다고들 하는데,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하니까 말이다. 아니면 그냥 그렇다고 우기는 건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대체 대기는 달콤하고 밤은 향기롭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엉터리 같은 주장을 어떤 미친놈이 믿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냔 말이다. 아무리 철부지라도 그렇지,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대기가 달콤하고 밤이 향기롭다고 주장하면서 아발라르스의 포스에 있는 브레퀸다에 벽돌을 하나 던지면 적어도 대여섯 마리의 불을 뿜는 푸올로니스 용들이 맞아 쓰러진다는 둥 하는 소리를 믿을 만한 사람은 새파란 숫총각들밖에는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짓을 하고 싶은지 아닌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불을 뿜는 용들이 본질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동물이 아니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그들은 평화를 사랑했다. 그들은 평화를 속속들이 뼛속까지 사랑해 마지않았는데, 이렇게 무차별하게 속속들이 사랑해 마지않다보면 종종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수도 있다. 사랑하는 대상을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더구나 로켓 엔진같은 숨결과 공원 펜스같은 이빨을 지닌 불을 뿜는 푸올로니스 용일 경우에는 두말할 것도 없겠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일단 그들이 분위기를 잡았다 하면, 다른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것들까지 해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실제로 벽돌을 던지며 돌아다니는, 비교적 소수의 미친놈들이 있었으니, 이렇게 되면 결국 아발라르스의 포스에 있는 수많은 브레퀸다 주민들이 용에게 중상을 입게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싫어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운명을 한탄하는 소리를 늘어놓았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불을 뿜는 푸올로니스 용들은 야만적인 아름다움과 고상한 행동거지 그리고 그들을 숭상하지 않는 사람들을 물어 죽이는 습관 덕분에 아발라르스의 포스 항성 브레퀸다 땅 전역의 사람들에게 숭상받았다.
어째서 그랬느냐고?
대답은 간단하다.
섹스였다.
이유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지만, 어쨋든 달 밝은 밤하늘을 불을 뿜는 거대한 마법의 용들이 낮게 날아다니는 모습에는 못 견디게 섹시한 구석이 있었다. 안 그래도 밤공기는 위험스러울 정도로 달콤하고 향기로운데 말이다.
어째서 꼭 그래야만 하는지, 낭만에 죽고 못 사는 아발라르스 포스의 브레퀸다 사람들은 아마 대답을 해주지도 못했을 테고, 일단 효과가 발휘되기 시작하면 굳이 당신과 그 얘기를 하고 서 있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비단 같은 날개가 달리고 매끈한 가죽 몸통을 가진 불을 뿜는 푸올로니스 용 한 무리가 저녁 무렵 지평선 너머에서 모습을 나타내면, 브레퀸다 주민 절반은 자신의 반쪽을 찾아 숲속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가서, 분주하게 숨을 헐떡거리며 함께 밤을 지새우고 새벽녘 첫 햇살이 비추면 만면에 미소를 띤 행복한 표정으로 숲에서 나와, 여전히, 상당히 사랑스럽게, 숫총각이라고 우기는 것이었다.
숫총각치고는 얼굴이 좀 상기되고 끈적끈적하긴 했지만 아무튼.
페로몬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었다.
또 다른 연구자는 초음파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곳은 항상 문제를 철저히 밝혀내겠다며 굉장히 오랜 시간을 보내는 연구자들로 빽빽하게 붐볐다.
놀랄 게 없는 일이지만, <안내서> 가 이 행성에서 전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생생하고 매혹적으로 묘사해놓은 항목은 <안내서>를 감히 믿고 따르는 히치하이커들 사이에서 놀랄 만큼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 항목은 계속 그대로 남아 있었고, 훗날 그리로 찾아간 여행자들은 오늘날 아발라르스 도시 국가에 있는 현대의 브레퀸다에는 이제 고작 콘크리트, 환락가, 그리고 드래곤 버거 술집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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