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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스피드맨김강건
작성일 2012-09-02 23:19:05 KST 조회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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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포니를 인식하는 자세

"오리너구리는 기이한 동물이다. 그것은 마치 과학적으로든 비과학적으로든 모든 분류법을 좌절시키기 위해 창조된 것처럼 보인다. 평균적으로 길이가 50센티미터 정도이고 2킬로그램 정도의 무게가 나가는 이 동물은 암갈색 모피로 뒤덮인 평평한 몸통을 가진다. 그리고 목이 없고 비버와 비슷한 꼬리가 달려 있다. 위로는 푸른빛이 감돌고 아래로는 붉은 반점이 박힌 오리의 것과 비슷한 부리가 있다...(중략)...암컷은 알을 낳고 젖꼭지는 없는 것 같은데도 새끼에게는 젖을 먹여서 키운다.(한편 수컷에게도 고환은 볼 수가 없다. 몸속에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움베르토 에코, 칸트와 오리너구리 中


근대 유럽의 자연과학자들에게 오리너구리는 자신들의 모든 동물 분류법을 파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창조된 마귀의 애완동물처럼 보였을 것이다. 최근 인터넷 사회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며, '브로니' 라고 불리는 문화적 소비층을 양산하고 있는 포니들을 <현대의 오리너구리> 라고 규정하는 것은 그저 호들갑에 불과할까?


포니라는 가상 생명체는 매우 흥미롭다. 그들은 조랑말과 유사한 신체구조를 가진 4족보행 포유류 동물이다. 피부는 반들반들하고 다채로운 색깔을 띄고 있으며, 인간의 머리카락을 연상케 하는 부드러운 갈기가 머리부터 목 언저리까지 덮고 있다. 노새의 그것같은 속눈썹이 추켜올라가 있고, 거대한 눈알이 두개골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 해부학자들의 무한한 탄식을 불러오는 이 저주받은 생물은 기묘한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브로니가 바로 그들이다. 인간보다, 혹은 인간과 유사한 2D 일본 그림소녀보다도 '포니' 를 선호하고 소비하는 이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들은 수1간 취향의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단정 짓기엔 너무나 많은 숫자의 브로니들이 세계 도처에 존재한다. 우리 인간이, 같은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의 생물에게 연정을 품는다는 것은 사회적 통념으로도,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 포니들을 감관인식적으로 바라보면 어떠할까?

포니들은 조랑말과 비슷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결코 조랑말로 분류할 수 없다. 마치 인두견 전설처럼 그들의 머리가 놀랍도록 인간의 그것을 빼닮았다. 안구가 두개골의 1/3 가량을 차지하는 이들의 머리는 충분히 고등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정도로 풍부한 표정을 담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생물을 결코 '인간' 이라 분류할 수는 없으며, 그렇다고 일본식 2D 그림소녀로 규정지을 수도 없다.


요컨대, 포니는 지금까지 우리가 분류해왔던 모든 애니메이션 그림체 분류법을 파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창조된 마귀 만화가의 애완동물이라는 것이다. 우린 그들을 그 어떤 <범주> 에도 넣을 수 없고,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종의 생물과 접촉하면서 느끼는 숙명적인 혐오감을 이 포니들에게서만큼은 느끼기 힘들다.


포니의 팬아트들을 보면 이 문제가 좀 더 명확해진다. 많은 브로니들이 포니 그림을 생산하는데, 적지 않은 수의 포니 팬아트가 '인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브로니들은 포니를 인간의 카테고리 안에 집어넣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짐승으로 바라보는 것도 아닌 것이다.


포니라는 새로운 생물의 탄생은 사람들에게 감관인식적 혼란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러나 범주가 더 세밀하게 되고, 우리의 감관인식이 더욱 고도화되면 이들 역시 자연스럽게 범주화 될 것이라고 본다. 포니는 짐승의 새로운 분류로 남게 될 것이며, 그때가 되면 브로니들은 더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칸트와 오리너구리, 움베르토 에코,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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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루디 (2012-09-02 23:20:0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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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즌 포니 때면 다 말 많이 닮았죠.
걍 애들 취향 따라가는 건데..
스피드맨김강건 (2012-09-02 23:21:0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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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이미지를 등록해 주세요
아 말 많이 닮았으면 할 말이 업ㅂ다..
아이콘 개념의극한 (2012-09-02 23:28:1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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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좋은 논문이다
사사하라 (2012-09-02 23:29:1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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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태그를 이미지 태그로 쓰는 센스
아이콘 그게모양 (2012-09-02 23:29:1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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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하라 (2012-09-02 23:29:2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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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캡쳐했지
아이콘 그게모양 (2012-09-02 23:29:3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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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즘 자꾸 실수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사사하라 (2012-09-02 23:30:2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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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 스크린샷은 눌렀는데 까먹고 붙여넣기는 안 했음다... l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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