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브릿팝 흥망성쇠> 는 음악 다큐를 가장한 사회 다큐이긴 하다만 <흥> 보다는 <망>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둔 거 같음. 그래서 좀 패배주의적인 느낌이 나는듯; 그래도 얘네한텐 꽤 자랑스러운 문화 이벤트일텐데 이렇게 사정없이 해부를 해놓냐
그래도 이 다큐가 브릿팝을 가장 잘 정의한 건 맞는듯. 브릿팝은 어떤 음악 장르라기 보다는, "국수주의에 가까웠던 90년대 영국인들의 반미풍조가 빚어낸 지역적 연고성에 기인한 음악" 이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사실 90년대에 진짜로 빌보드를 초토화하고 세계 대중음악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는 평가를 받는 라디오헤드는 오히려 브릿팝으로 분류가 안되더라구요. 안티 아메리칸팝 을 내건 밴드가 아니어서..
그나저나 이 다큐에는 오아시스 노엘 갤러거의 짤막한 썰이 나오는데, 좀 불쌍함. 노엘 갤러거가 한참 잘 나가던 95~97년도에 골수 노동당 빠돌이였다고 합니다. 시상식에서도 대놓고 토니 블레어 지지 발언도 했고. 그리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노동당 승리......문제는 토니 블레어는 노엘 갤러거가 그리 갈망했던 "소수자(노동자, 아웃사이더 락밴드 etc)에 대한 이해와 지지" 따위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거임.
당선 축하 피로연에 초청된 노엘 갤러거는 양복을 입고 수상관저에서 피에로 노릇을 했고, 당시 그걸 본 다른 브릿팝 밴드들은 "노엘 갤러거는 그 날 이후로 거세 당한 것이나 다름 없다" 라고 혹평을 함. 그리고 또 그 이후로 오아시스는 3집을 내면서 몰락의 길을 걸음...노엘 갤러거도 뒤늦게 자기가 이용 당하고 가치가 없어지자 버려진 걸 깨닫고 나선 더이상 노동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함. 토리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