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포니> 1시즌 1~2화는 이 애니메이션의 전주곡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깔끔한 기승전결과
클라이막스를 담고 있어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이 두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필자는 지금까지 품고 있었던 마이 리틀 포니의
급작스럽고도 거대한 인기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있었다. 단언한다. 포니, 그리고 이 수익성 장난감 판매를 위해 제작된 프렌차이즈
애니메이션 <마이 리틀 포니:프렌드쉽 이즈 매직> 은 그 자체로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강한 캐릭터>
필자가 품어왔던 가장 큰 의심중 하나는, 바로 마이 리틀 포니 주인공들의 디자인에서 기인했다. 이 극의 주인공들은
<포니>라는 생물들인데, 이들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공감을 살 수 없는 이질적인 생물들로 설계되었다. 곧잘 자신을 다른
생물이나 사물에 비유하곤 하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큰 관심을 끌 수 있겠지만, 어른들, 이른바 브로니까지 포니를 즐기는것에 대해선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다. 필자는 이 논란에 대해 한 가지 답을 제안할 수 있다. 바로 캐릭터성이다. 포니 캐릭터들을 잘
분석해보면, 이들의 특징과 색채가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구열은 넘치지만, 자신의
관심 범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자기방어기제를 펼치는 포니 <트와일라이트 스파클>의 행동을 잘 주시하자. 이
캐릭터는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캐릭터성에 입각하여 행동한다. 포니들의 특징과, 그들의 행동은 인간 캐릭터 못지 않은 생동감을
가지고 있다. 이미 인간에 대한 확고한 개념이 잡힌 성인들까지도 조랑말 소녀들을 <인간의 대체물> 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생동감이다. 필자는 마이리틀포니의 성공요인에 이러한 <강력한 캐릭터성> 이 적잖이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2차창작>
사실 보수적인 대중문학가들은 2차창작을 굉장히 못마땅해 한다. 어떤 작가는 2차창작 자체가 자신의 지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그러나 2차창작은 이제 대중 문학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그 자리를 확고히 하는 것 같다. 마이 리틀 포니는
2차창작을 받아들임으로써, 그 수혜를 확실히 받은 창작품이다. 2차창작은 성격적인 의미에서 패러디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2차 창작은 작가와 독자의 밀접한 토론이다. 작품의 틀을 규정하는 것은 여전히 작가가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독자는 이제 그
틀을 확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 확장작업은 어디까지나 작가가 정해 둔 세계관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2차창작을
도용 행위라고 폄하할 순 없다.
그러나 패러디 작품같은 문학적 의의를 가지진 않는다. 2차창작은
팬들이 자발적으로 <작가의 어시스트가 되는 것> 에 가까운 행위이기 때문에, 작품의 메시지를 해체하여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는 패러디 작품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2차창작 작가는 원작가에게 굴종함으로써 그 보상을 얻는다. 패러디 작가는
원작가의 목에 칼을 겨누는 <문학적 폭도> 다.
포니의 견고한 캐릭터성은 작가들의 힘만으로 탄생시킨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을 주목하라. 그들의 행동을 폭넓게 규정하려는 팬들의 <2차창작> 이 포니 캐릭터들의 생동감을 한층 더
증가시켰다고 봐야 한다. 2차창작 작가들에 의해 퍼진 새로운 포니들의 패러다임은 기존 팬들의 낡은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갱신한다. 2차창작과 원저작물을 같이 향유하는 포니 팬들은, 똑같은 포니 컨텐츠를 보더라도 거기서 언제나 다른 즐거움을 도출해 낼
수 있다. 문학을 향유하는 세대 중 이만큼 능동적으로 향유하는 계층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들을 충실하지 못한 독자라고 힐난하는
것은 문학의 본질적인 의미를 거부하는 것이다.
<결론-캐릭터성의 강력함>
2차창작 역시 원작의 견고한 캐릭터성에서 도출된 산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대중문화의 근간은 캐릭터성에 있다고 본다. 강력한
캐릭터는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공감은 생동감이 되며, 생동감은 인간외 생물도 인간의 범주 안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견고한
다리를 생성한다. 마이 리틀 포니는 캐릭터성의 강력함을 증명했다. 이것은 대중문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앞으로 대중문화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 것인지 가늠하는 데 있어 믿을 만한 단서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포니는 캐릭터성, 높은 2차창작 자유도를 무기로 삼음으로써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포니의 인기가 비정상적이라거나,
일시적인 거1품이라고 볼 수 없다는 과감한 주장의 근거는 여기에 있다. 이미 현대 대중문화는 비정상적(판타지성)이고, 일시적인
거1품(2차창작 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ps:포니는 개인적인 연구를 위해 본거임 브로니로 오해는 ㄴ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