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디는 구두시험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진 못했지만 일제와 그 친구들과 함께 여섯 달을 보낸 덕에 그럭저럭 대비가 된 상태였다. '베트남 전쟁을 결단코 반대한다. 군사 제국주의의 확산을 저지한다. 소비 국가를 지양한다. 부르주아 경제라는 가짜 묘책에 도전한다. 부르주아를 깨우고 교육한다. 새로운 정의 사회를 구현한다. 그리고 모든 비합리적인 권위에 반대한다.'
'<비합리적이라고?><합리적> 권위라는 게 있나? 모든 권위는 <비합리적인>거다, 얼간이. 부모는 있나?'
'안 계셔'
'논리 실증주의는 죄다 헛소리일 뿐이라는 마르쿠제의 의견에 동의해?'
'철학에는 별로 조예가 없어서.'
'부자유 상태에서는 아무도 해방된 의식을 가질 수 없다. 이 명제에 동의하나?'
'꽤 말이 되는 애기 같은데.'
'이게 유일한 진리야, 얼간이. 베를린에서 학생과 민중은 반혁명 세력에 대항해 영구적인 운동을 벌이고 있지. 스파르타쿠스 단원의 도시이자 제3제국의 수도인 이곳은 혁명적 운명을 재발견했어. 호르크하이머는 읽어 봤어? 호르크하이머의 "이성의 상실"을 읽어 본 적이 없다면, 넌 엉터리야.'
'저 사람에게 아인게블로이트 당했는지 물어봐.'
금발은 먼디가 한 번도 들어 본 적도 없는 단어를 썼다. 이 말에 사샤를 빼고 모두들 웃었지만 사샤는 눈만 재빨리 굴리며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이 대화를 관찰하고 있다가 먼디의 편을 들어 주었다.
'알았어, 동지들. 괜찮은 친구 같은데. 이 친구를 이만 놔 주자고. 나중에 공화국 클럽에서 만나자.'
존 르 카레, <영원한 친구> 중에서
문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