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소설도 문학적인가?

먼디는 솜씨 좋게 등식을 완성했다. 그레이 대위가 농담으로 한 말이 무엇인지는 이제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먼디? 먼디? 혹시 스탠호프 가의 보모에게 애를 배게 했다는 그 사람 아닌가?> 이 말을 법정에서 반복할 사유를 주지 않음으로써 소령은 사건을 입막음하려 했다. 하지만 법정에서만 소문이 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비서의 편지는 소령 혼자만 보고 비밀에 부쳐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스탠호프 가 식구와 주둔지 전체의 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먼디의 머릿속은 광포한 소령이 재수 없는 그레이 대위에게 주먹을 날리는 영상이 떠올라 아직도 웅웅대는 소리로 가득했다. 먼디는 자신이 마음속으로 억누르고 있을지 모르는 적개심과 분노, 반발심이 있나 찾아보았다. 하지만 당대의 관습이라는 우리에 갇혀 버린 불쌍한 두 영혼에 대한 동정심만이 무력하게 떠오를 뿐이었다.

 어째서 아버지는 그 오랜 세월 동안 거짓말을 해왔지?

 자신이 모자란 사람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모자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에.

 내가 품위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이런 걸 사랑이라고 하리라.

 

 놋쇠 모서리를 댄 가방 주머니에는 한 가지 놀라운 물건이 더 숨어 있었다. 황금 문장이 돋을무늬로 새겨진 오래된 가죽 장정 상자였다. 그 안에는 어린 먼디가 태어나기 여섯 달 전에 발행돈 파키스탄 육군성 표창장이 들어 있었다. 아서 헨리 조지 먼디 소령은 자신의 안전을 돌보지 않고 소대를 지휘했고 경기관총을 발포하며 적군을 무지른 공로로 파키스탄 어쩌고저쩌고 명예 훈장을 수여한다는 내용이었다. 훈장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고 하더라도 이미 술집에 팔아 버리고 없었다.

 어느새 동이 텄다. 마침내 눈물이 먼디의 뺨을 타고 줄줄이 흘러내렸다. 그는 표창장을 침대 위 벽에 달았고 그 옆에는 의기양양한 스탠호프 가 사람들과 하인들이 찍은 사진을 붙였다. 그는 표창장과 사진이 덜어지지 않도록 신발 한 짝으로 핀을 박았다.

-존 르 카레, <영원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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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아버지가 굉장히 고지식한 식민지(인도-파키스탄) 출신 영국군 장교입니다

어머니는 주인공을 낳다가 사망했고

아버지(소령)은 굉장히 권위적이면서도 꼰대스럽게 아내의 문학적 소양이나 언어적 능력을 강조하고

주인공에게 그 정도의 수준을 갖출 것을 강조하죠

그런데 사실은 주인공의 어머니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보모였을 뿐이었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그대로 하룻밤의 불장난(...)에 의해 생겨버린 아이였고

결혼도 쉬쉬하지 못하게 되자 억지로 하게 된거나 마찬가지고

하지만 그걸 오히려 알게 된 순가 주인공은 아버지의 꼰대스러움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보아온 한심스럽고 퇴1물스러운 아버지가 사실은 훈장도 받았을 정도로 훌륭한 군인의 소질이 있었던 것도 사실임을 알게 되는

뭐 그런 장면

대체 이게 왜 스파이 소설에 들어가 있냐싶지만

뭐 뒤에서 '친구'와의 우정 형성이나 그 뒤의 첩보활동 등등에서

소재로 쓰이기도 합니다

재밌네영

정신이 털리고있어..

아 저도 보고싶음여 ㅠㅠ 르 카레 짜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