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사사하라 | ||
---|---|---|---|
작성일 | 2012-10-31 20:07:42 KST | 조회 | 110 |
제목 |
존 르 카레 '영원한 친구' 감상
|
어제 다 읽긴 했지만...
스포도 있습니다. 결말은X
이 소설은 처음 부분들 읽어보면 '대체 이게 왜 스파이 소설인가?'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주인공의 친구 사샤를 만나기까지만 100페이지 정도는 걸립니다.
그 뒤 제대로 스파이 활동이 이뤄지기까지는 100페이지
심지어 이 부분은 68세대의 히피스러움이 물씬 풍겨서 정말 뭔 소설인지 의아해지기까지 하죠
하지만 여기까지만 오면 이제 그 뒤부터는 존 르카레식 냉전 첩보물이 펼쳐집니다.
(실제로 그 앞부분은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이 부분에 다 연관됩니다 흠좀-_-;;)
같은 편인데 너무나 의뭉스러운 미국측 요원이나 우리편 상사
더할 나위 없는 우정을 지니고 있는 친구지만 그 친구의 이중스파이짓을 과연 믿어도 되는지, 그 친구의 상사는 과연 이 사실을 눈치채고있는지
그리고 주인공은 4~6개의 인격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존 르카레식 매우 음울한 스파이상
자기 가족도 속이고 직장 동료들도 속이고 자기 자신도 속여야되는
로마에서 야간 경비원을 했던 건 확실해. 이제 은퇴한 스파이들은 그런 일을 하거든. 세계가 잠들어 있는 동안 보초를 서는 거지. 세계가 몰락하는 동안은 잠드는 거고.
그리고 냉전이 끝나고 이 모든 것도 끝나지만
오히려 스파이들은 정체성을 잃어버리져
친구와도 헤어지고
자신은 이제 다른 일을 찾아봐야하는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남을 속여야했던 스파이가 자기 동업자의 속임수로 몰락하는 것도 너무나 아이러니)
그리고 어느날 혁명적 사상에 물들어있던, 이중 스파이짓을 하던 친구 사샤가 그의 앞에 다시 찾아옵니다
그때는 2003년, 이라크가 침공된 해
사샤의 혁명적 사상은 그때 이후로 다시 바뀌지 않았고
사샤와 그의 후원자를 만나고 주인공도 결국 엮어들게 되고
이 부분에서 존 르 카레의 이전 소설(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팅커테일러솔져스파이 등)과는 다른 모습이 보이게 됩니다
사실 존 르 카레의 스파이 소설은 사람들과의 인식과는 다르게 펼쳐졌던 스파이 전쟁(이중 스파이, 서로 의도적인 정보 흘리기 등)과 이로 인한 스파이들의 애환을 다루고
이 과정에서 스파이들이 국가에 대한 충성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 믿는 가치 등등 사이에서 갈등하고 어느 쪽을 선택하게 되는 그런 과정을 그리는
한마디로 결코 그 스파이짓에 우호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작가라고 생각되는데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는 더욱 더 신랄한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도 우리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그 선을 넘어야하긴 했지만, 지금 네 놈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러지도 않았고 우리 나름대로의 어떤 선이 있었다.' 라는 시선이 상당히 노골적으로 표현되죠
마지막 장면인 도서관 전투 장면에서 이게 매우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냉전 시대 스파이들이 중립국, 자신들의 동맹국, 적국을 넘나들면서 다분히 불법적인 활동을 했을지언정
노골적으로 동맹국의 영토 내에서 화력을 투사하는 군사 작전을 쓰지도 않았으며
자기 국민들에게 불안한 심정을 품고 감시를 했을지언정
그런 단순한 혐의만으로 노골적인 사회 통제적 입법을 하지도 않았으며
설상 자신이 거래하는 상대가 진정 믿을만한 끄나풀인지, 또다른 이중스파이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을지언정
자신들의 상대에 대한 어떤 존경과 경의는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진정 우리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그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침해하는 일을 했지만
네놈들은 진정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그런 싸움을 하고 있는것이냐. 그리고 정말 이를 지킬 수 있는 싸움이냐
이렇게 외치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존 르 카레의 이전의 경향(냉전 시기 스파이 전쟁의 애환)과 모순되지 않느냐하지만
실제로 존 르카레의 이전 작품들에서도 스파이들은 비록 의미는 없을지 몰라도
자신들의 신념 등을 국가에 대한 충성보다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왔고
작품 제목 '영원한 친구'또한 이런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기도 하죠
(스파이 세게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라는 말을 다분히 노린 표현이죠)
이는 작가의 작품외적 언급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존 르 카레는 어떤 인터뷰에서도 국가와의 충성과 우정 사이에서 저울질해야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우정을 선택하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죠
영원한 친구는 작품의 주인공 먼디와 사샤를 가리키는 것이 분명한 말이지만
실제로 작중에서도 '친구'로 취급될 만한 인물들은 몇명이 더 있습니다
과연 그들은 진정 영원한 친구인지 아니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인물들인지는 결말에...
먼디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담아 두었던 말을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버텨, 괜찮아. 내가 가고 있어"
|
||
|
|
||
|
|
||
|
|
||
|
|
||
|
© PlayXP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