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평범한 영국의 여성으로 인터넷에 팬픽(주로 성인취향의)을 써올리던 중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라는 책을 출판하게 된다. 이 책은 멜로를 섞은 노골적인 포르노그래피가 특징적인 소설로 당연히 출판되자마자 빠르게 묻혔다...가 아니었다!
사실 이 책은 한국으로 치자면 예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강안남자' 에 가까운 소설이다. 능력있는 남자가 등장해 온갖 여자들과 에로틱한 연애를 즐긴다는...단순히 주체가 여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주 고객이 여성(그 중에서도 주로 40~50대의 여성들)이다보니 이 소설은 그야말로 그림자 속에서 소리 없이 꾸준히 팔려나갔다. 원래대로라면 그냥 거기서 끝났을 것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시장성을 알아본 한 미국 출판사가 작가와 계약을 맺고 미국에 출판했다. 그리고...재앙이 시작됐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미국에서 폭발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전체 7000만부 판매 중 그 반을 넘는 3000~4000만부를 미국인들이 샀다. 오프라 윈프리도 이 책을 좋아한댄다. 이젠 영화도 만든다고 한다!
그럼 왜 이 책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게 재앙이란 말인가? 사실, 으슥한 곳에서 포르노를 보는 건 아무도 뭐라 안한다. 한때 남자들은 여성을 자위기구로써 객체화하여 즐기는 작품들을 무자비하게 소비했고/하고 있고, 그렇다면 똑같은 논리로 여자들 역시 자신들이 구축한 섹스판타지를 즐길 자격이 충분히 있다. 단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다함께 묵인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말 그대로 '그림자 속에서' 이 작품을 소비하고 빛의 세계에서는 다시 선비/젠트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자위하는 것은 당연히 자유다. 하지만 그 흉물스런 행위를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는가?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울론 여기에 "하지만 남자들은 지금까지 여성을 섹스판타지화 하는 작품을 양지에서 즐겨오지 않았는가?" 라고 반론할 수 있다. 이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천박함을 천박함으로 대항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더불어 난 시1발 이 불쏘시개를 쓴 작가가 지금은 남부 런던에 35만 파운드짜리 주택을 사고 그걸로 남편과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거듭 열폭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