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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김노숙
작성일 2013-07-22 08:07:02 KST 조회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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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씨는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온 친구가 있다. 의무교육의 가장 첫번째 단계를 끝낼 때쯤 그와 그녀는 만났고, 둘은 서로가 놀랍도록 잘 맞는다는 것을 알고 열세 살이 막 끝날 무렵부터 우정을 쌓아나갔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그 둘의 관계는 변치 않았고 ㅡ 오히려 서로를 서로 가장 가깝고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그것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와 그녀는 하루에도 몇 시간씩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따금 그들의 관계를 확인하는 말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확신을 쌓았다. 그 둘은 정말 좋은 친구였다.

  하지만 비정한 세상에 영속적인 것은 없었고, 언제나 스스럼없고 항상 가까운 친구 사이일 것 같은 그 둘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S씨는 그녀보다 약간 늦게 사춘기를 맞았지만, 사춘기를 갓 맞은 남자아이 특유의, 아니 사춘기이거나 그를 지난 모든 남자 특유의 강렬한 갈망을 참을 수 없었고, 그녀에게 큰 연정을 품게 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그 둘의 관계에 생물학적으로든 예술적으로든 필연적인 일이었으리라. 하지만 S씨는 그녀에게 마음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찬사할만한 인내로 5년을 여느때와 다를 바 없이 보냈다. 서로의 상황에 변화가 생길지라도, 완전한 친구의 관계로.

  하지만 결국 그는 더이상 인내하지 못했고, 그의 가슴 깊은 곳을 불태우는 그 빌어먹을 고름에 대하여 그녀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그는 한 마디 한 마디를 폐에 깊숙히 박혀있던 썩은 피고름을 토해내듯이 말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그에게만 느껴지는 감정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와의 관계에 굉장한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그 둘의 관계는 눈에 띄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와 함께 잡고 있던 줄에서 힘을 빼지 않았지만, 그녀는 빠르게 그 줄에 주던 힘을 뺐다.

  S씨는 고통스러웠다. 그는 자기비하의 끝없는 수렁에 빠져들었다. 그는 자신의 외모, 자신의 학벌, 자신의 집안,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들이 이미 그녀의 수준에 맞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그의 마음 속에서 하나의 변하지 않는 우상이 되었고, 그는 찬란히 빛나는 황금 우상을 숭배하는 누더기를 입은 우상 숭배자가 되었다. 그녀와의 관계가 허물어진 마당에, S씨는 더이상 그녀를 볼 수 없었고, 그렇기에 그녀는 언제나 가장 아름답고 가장 똑똑하고 가장 선했던 모습으로 남았다. S씨는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선을 자신의 무의식 속에 그었다.

  시간이 흘렀고 S씨는 대학생이 되었다. 그는 자기기만의 가녀린 껍질들을 모으고 모아 간신히 자신의 세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전히 그녀의 모든 영향에서 그는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랬기에 그는 더욱 더 자신을 속이기 위해 노력했다. 겉보기에 그는 성실하고 똑똑하지만 오만한 새내기로 비쳤다. 그러나 그와 가까워지려고 한 사람들은 조금만 다가서도 그가 그 밑을 알 수 없는 음울함을 보인다는 데에 질렸고, 그를 떠났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인간에 질렸다고 확신했고, 자신 스스로 혼자 설 수 있는 것이 성인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그가 바라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그는 틈만 나면 자신과 연락이 되지 않은 지 일정 기간이 넘은 사람들의 연락처를 지운다. 하지만 그 중에는 약 2년 간 연락이 서로 있지 않았음에도 그가 차마 지우지 못하는 연락처가 있다. 그는 어떤 성씨의 사람에게 몹시 약한 모습을 보이고, 비교적 흔한 어떤 이름을 가진 여성에게 몹시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는 키가 170cm에 근사하는 여성에게 몹시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어떤....

  S씨는 어제 새벽 그녀의 꿈을 꿨다.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찬란히 빛나는 모습이었다. 그는 꿈 속에서 무릎을 꿇고 펑펑 울었다. 그는 자신의 눈물 속에서 깨어났다. 그는 꿈의 끝자락을 붙잡고 싶었다. 그는 수면유도제를 한 알 먹었다. 두 알, 세 알, 네 알 . . . 하지만 그는 마침내 일어났다. 그는 오늘 신경정신과에 찾아가, 영원히 잠들 수 있는 약을 달라고 할 계획이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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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숙 (2013-07-22 08:07:1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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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게보다 자게에 더 어울리는 글 같아서 이전합니다
아이콘 하드코어이과생 (2013-07-22 08:15:4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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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mutant_hydralisk (2013-07-22 08:16:4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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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뭔지는 확실히는 모르지만.. 힘내요... ㅠ
김노숙 (2013-07-22 08:16:5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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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자전적이긴 하지만 100% 저인건 아님 한 45%
김노숙 (2013-07-22 08:18:4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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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비도 오길래 자살감수성도 땡기고 첫사랑 생각도 나고 꿈도 꾸고 해서
아이콘 WG완비탄 (2013-07-22 08:19:0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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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자살감수성
고철덩어리거인 (2013-07-22 10:28:4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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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 쩌넹
아이유[257] (2013-07-22 12:34:2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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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쓴건진몰라도 글잘쓰네
김노숙 (2013-07-22 15:26:3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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