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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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언제나 이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태어날때 부터 영양분이 가득찬 용액 속에서 내 노폐물을 재흡수 하며 둥둥 떠 있지는 않았다. 정말 머나먼 옛날의 일일 수 있겠다만, 내 뇌의 47.3%가 금속으로 이루어 지지 않았을 때, 나의 모든 생각을 2만 8천 423개의 산술연산장치가 읽고 재해석을 하지 않았을 때, 내 기억력이 287페타바이트의 비압축 영상은 커녕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먹는다니, 이 또한 정말 오래전의 기억이다) 기억도 나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기억한다.
나는 오랜 세월 전에 (나의 영원히 충실한 BIOS는 1만 4천 7백 6십 5년 5개월 23일 전 이라고 알려준다. 고맙지만 0.93c의 심우주 항해에서의 상대성 효과, 그리고 일렉트로마이그레이션에 의한 나의 보조 172억 옹스트롬의 자기회로 소자의 마모를 고려했을 때 다소 오차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종의 "소매치기" 였다. 소매치기란 단어는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 적어도 내가 살던 시대에는 아무도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았다. 물질 화폐가 사라지고 모든 계산은 모바일 기기가 알아서 맡는데, 아마 지갑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자기가 진짜 (정말 살아있던 생물의 거죽인) 가죽을 가지고 있다고 뻐기는 것 외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
도 별로 없었다. 일단 진짜 가죽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하여튼 나의 '직업'은 소매치기 였다. 나는 모바일 연결 단자를 들고 다니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전자상거래 기기를 '해킹' 했다. 자신의 모든 돈을 원격 통신이 가능한 조그만한 기계에 들고 다니면서 64비트 해쉬 암호화는 커녕 '강아지' 같이 단순하다 못해 무식한 암호로 재산을 보호하는 인간은 그들의 자산을 빼앗겨 마땅하다. 슬프게도 정부당국은 나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
지구의 인구는 정말 많았다. 지구 뿐만 아니라 달, 화성, 타이탄등 전부 포화 상태였다. 지구정부는 범죄자를 수용할 능력이 없어진지 오래였다. 그들은 중범죄자는 제거했고, 경범죄자는 간단하게 재목적화 했다.
지구정부는 인공지능 개발에 대해 불안해 했다. 그들은 인간유사 학습능력 및 버나드-로렌스톤 지수가 0.47을 넘는 환경인지해석능력을 가진 어떠한 컴퓨터 지능에 대한 개발 및 연구를 엄격하게 금지시켰다. 그러나 우주 항해란 정말 많은 변수가 있으며, 인간보다 컴퓨터가 더 재빠르게 판단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유사 지능을 만드는 대신, 그냥 인간을 지능 코어에 넣었다. Artificial Intelligence 가 아닌, Augmented Intelligence Core Module 이 탄생한 것이다. 이는 대성공이었다. 1억 라인의 코드가 필요한 알고리즘들은 4천라인 이하로 줄어들었다. 인간은 '생각' 할 수 있다. 인간은 저 멀리서 날아오는 물체가 적 미사일인지, 기러기인지, 아니면 나들이를 나온 일가족인지 판단하기 위해서 복잡한 정보해석 알고리즘이 필요 없다. 말 그대로, 보면 안다. 단지 그들의 시각과 청각과 촉감은 30000개 이상의 센서 배열로 교체되었을 뿐이다.
적어도 이는 내가 '기억'하는 내용이다. 나는 재목적화 도중 기억 억제 시술을 받았다. 오랜 세월이 나의 원래 기억을 회복시킨 것인지, 아니면 심우주 속에서의 감마선이 내 연산 코어들을 스위스 치즈로 만들어 나타난 나의 망상이 새로운 기억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나는 존재한다는 것, 나는 (내 흉부에 달려있는 종양 2개와 허전한 아랫도리를 보아서) 여자라는 것, 그리고 그 망할 과학자들이 나의 연산양식을 모성애-타입 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나는 내 안에 타고있는 23만 4천명의 냉각 델타-수면 상태에 있는 승무원 전부를 사랑한다. 이게 인위적인 것을 알기에 나는 저 쓰레기들을 증오한다. 아니 증오하려고 하지만 감성보조코어가 계속 뇌에 무언가를 주입하여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이 함선에서 제어할 수 없는 유일한 부분이다.
난 이 개자식들을 정말 끔찍하게 사랑한다. 지난 1만년 동안 이 개자식들을 살리기 위해서만 나는 존재했다. 다음 1만년 동안도 그럴 것이다.
+++프롤로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