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르 카레 The Honourable Schoolboy 감상

스포

어너러블 스쿨보이는 주인공인 제리 웨스터비가 귀족자제라 그렇게 불려서 붙은 제목입니다. 근데 아버지는 언론 귀족이었는데 그거 다 망하고 제리는 그냥 기자로 살면서 영국 정보부 일을 돕는 그런 역할

그런 그가 영국 정보부를 위해 홍콩으로 떠나가는데 영국도 사실상 파산한 아버지, 홍콩은 그나마 남은 자산이라고 할수 있는 자식으로 비유될수 있을 듯. 게다기 작품 초반에 영국 정보부 서커스가 홍콩 등 남아있는 식민지에서 죄다 철수하는 묘사로 웨스터비 가문과 모습이 겹쳐지게 됩니다.

작품 초반은 전작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의 뒤를 이어갑니다. 서커스는 스파이 두더지를 잡았지만 그는 엄청난 고위층이었기에 그로 인한 흔적은 너무나 커서 건물 전체를 뜯어내 도청기를 찾아내고 그나마 무사했던 외부 요원들도 사실 스파이라 그런게 아닐까 싶어 의심하는 강박적인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그런 강박적인 분위기는 제리 웨스터비가 치안 같은거 없고 사이공은 함락 직전인 동남아시아를 돌아다니면서 후반부로 이어집니다. 자기 목숨이 위험해서 비행기도 못 타고 다니고 타고 가던 자동차가 폭발하고

이런 강박증의 계기이면서 쐐기를 박는 건 중간중간에 벌어진 살인사건들. 영국 정보부의 타겟은 홍콩의 어느 거부였는데 이 거부는 자신을 쫓는게 영국 정보부인줄 모르고 그냥 언론이라고밀 생각합니다.(웨스터비가 기자니까) 그래서 제리 웨스터비가 접근한(거부 자신이 고객으로 있었던) 은행직윈도 죽이고 나중에는 제리 웨스터비를 죽이려고했는데 같은 서양인 기자를 그로 착각하고 죽임.

근데 이렇게 희생당한 사람들은 정보부를 위해 일한 사람들이 아님. 정보부는 이들의 사망이 크게 다뤄질 경우 스캔이 되리라 생각해 조용히 묻어버립니다. 그리고 이 때 웨스터비의 역할(거부에 대해 정보를 얻고 거부를 자극해 행동에 나서게 하기)은 끝나서 그는 런던으로 되돌아와야했습니다

근데 그는 그걸 거부하고 중간에 다시 잡혔다가 탈출하면서까지 홍콩으로 되돌아갑니다. 그 이유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성(거부의 정부)이 마찬가지로 죽을까봐. 그래서 그는 정보부의 작전을 망쳐가면서까지 그녀의 목숨과 거부의 안전을 거래하려고함니다

그래봐야 개인이 정부부를 상대할수는 없고 그는 죽고 거부는 목표물과 함께 체포됨


되게 찌질한 이유 같지만 작품을 읽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보부가 믿는 가치와 수단에 대한 의문과 부정이라고 할수 있다고 생각

그의 스승이자 카를라 3부작의 주인공 스마일리와 비교해보면 이게 드러나는데 스마일리는 그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스파이로서 믿는 가치가 있고 그 가치에 대한 믿음 덕에 힘들어도 계속 싸울수 있다 그런식으로 말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제리 웨스터비는 스마일리가 틀렸다고 말합니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대충 알수는 있죠. 무고한 사람들까지 죽어버리고 그런 죽음도 조용히 묻느라 급급한데 이런 싸움에 무슨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죠. 그래서 작전을 망쳐가면서까지 한 사람을 구해보고자한 것이고


스마일리는 이런 제리 웨스터비의 모습에서 자신을 떠난 바람난(..) 아내 앤의 모습을 봅니다. 앤도 스마일리가 틀렸다고 말했거든요. 하지만 스마일리도 속으로 말합니다. 내가 틀렸다고 그쪽이 옳은것은 아니라고

결국 스마일리는 스파이로서 그런 가치를 계속 지키기로한것이고 스파이라기보다는 파트타임 스파이--인 웨스터비는 차마 그럴수 없다는것


그런데 무고한 죽음에 눈을 감지 않고 분노하는것은 명예로운 일이나 사실 성숙한 스파이에겐 용납할수는 없는 것입니다. 아마 Honourable Schooboy에는 그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존 르 카레 옹은 자기도 스파이 출신이면서 이런 로망스적인 면을 많이 강조하죠(그래서 등장인물들도 잘뒈짐) 심지어 국가보다도 우정을 선택할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이하 스마일리의 사람들 스포







하여튼 스마일리의 그런 가치는 카를라 3부작의 3부 스마일리의 사람들에서 모순의 정점을 찍습니다. 이번엔 무고한 사람들도 아니라 스마일리를 도와 소련에 대항해 싸우는 과정에서 소련 망명자들이 희생당합니다. 근데 스마일리가 해줄수 있는 복수라고는 카를라에게 목숨을 보장해줄테니 넘어오라고 협박하는것뿐.

스마일리도 죽음보다 더한 복수라고는 했지만 결국 베를린 장벽에서 카를라가 넘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말과 행동의 모순을 느끼고 그래서 동료들은 승리를 자축하는 와중에도 그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끝나죠. 끗

들어오니까 스포가 써있어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