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의 기준이 뭘까요

요즘은 드라마도 판타지던데 ㅇㅅㅇ

프로이트는 『햄릿』에 등장하는 폴로니우스의 대사를 빌어와 판타지를 '진리라는 잉어를 낚아 올리는 허구적인 미끼'(SE 23, 262)로 설명한다. 판타지는 무엇보다도 허구적인 '구성물'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망들이 성취되는 장소이자 양식(예술). 이것이 허구인 이유는 판타지 속 사건들이 객관적 사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곧 판타지가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 아니라(정신분석학적) 진리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조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의식적 욕망은 온전하게 재현되거나 기억을 통해 완전히 회복될 수 없다.

상징적 억압 이전에 처음부터 배제(foreclosure)되어 의미를 부여받을 수 없던 것들이 다시 돌아오는 장소가 판타지이다. 그것들은 온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한 파편(프로이트의 용어로 '역사적 진실을 보여주는 파편'(SE 23, 268))이다. 상징화될 수 없는 물질적 요소들은 압축이나 전치를 통한 해석학적 작업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여기서 프로이트의 사유 체계에 결정적인 변화가 생긴다. 라캉식으로 말하면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언어 구조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회복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미 상실된 주체의 욕망의 원인을 찾고 있는 것이다.

판타지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상징화될 수 없는 실재계의 파편들이다. 과거는 "가장 친밀하지만 가장 낯선 사물(Thing)로 주체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S 11, 263) 스스로 '역사 소설'이라 칭한 『모세와 일신교』에서 프로이트는 일신교에 관한 기원적이고 구조적인 판타지를 구성한다.

구성은 상징적 왜곡이 아닌 상실된 기원과의 만남이란 점에서 해석을 보환(supplement)한다. 라캉에게 판타지는 실재계적 진리가 드러나는 동시에 거부되는 장소이다. 상징화될 수 없는 진실의 파편들이 상징의 옷을 입고 나타나는, 다시 말해 판타지는 욕망의 근원에 이르는 길인 동시에 그것에의 접근을 방어하는 상징적 베일이다. 진리는(판타지라는) 베일의 형태로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민승기)
[네이버 지식백과] 판타지 [Fantasy] (문학비평용어사전, 2006.1.30, 국학자료원)

사변소설의 하위장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