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탄다느니 생각이 없는 영화라느니 혹평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괜찮았다는 느낌.
물론 평론가들이 흔히들 빨아대는 감성적 스토리는 전혀 존재하지 않음.
퍼시픽 림은 다들 아시다시피 바다에서 뛰쳐나오는 거대괴물들이랑 싸우는 이야긴데, 감독은 이 괴물의 등장배경이나 혹은 세계관을 묘사하는데 단 1초도 투자하지 않음. '어느 날 바다에 구멍이 생겼다'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영화시작 3분도 되지 않아 등장한 괴물들이 도시를 찢어발기고, '그래서 인류는 거대로봇을 개발했다' 라는 다음 나레이션이 나오자마자 주인공이 탄 로봇이 괴물과 격돌함.
그 후 사실상 영화 내내 괴물이랑 로보트가 싸우고, 이외의 스토리는 싸우는 도중도중 화면을 돌려 간략하게 보여주고 넘어감. 그런 면에 있어서 지겨운 거 싫어하는 사람들한테는 상당히 괜찮은 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음.
스토리라인은 성인을 겨냥했다기에는 다소 유치한 감이 있음. 이는 참 표현하기 애매한 사항 중에 하나인데, 보면 대충 이런 말이구나 감이 올 것임.
괴물의 디자인은 평이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그로테스크함이 슬쩍 묻어나기는 하지만, 이 감독이 자신의 작품들에서 계속 그래왔듯이, 또한 영화가 노리는 연령층이 그렇듯이 일정 수준을 벗어나지는 않음.
고로 영화는 괴물과 로보트가 쌈박질하는 장면들이 얼마나 스릴넘치느냐에 모든 것을 거는데, 조금만 진지하게 스토리를 이끌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김. 결과가 뻔히 예측되는 쌈질이라서 보는 맛이 반감된다고 해야되나.
하지만 군더더기 없고 자신의 목표 연령에 맞는 스토리텔링을 볼만한 연출로 끝까지 끌어나가는 영화였음. 템포도 적절해서, 제작비 과잉 영화들이 흔히 (트랜스포머3이나 맨옵철이 그러했듯) 마냥 때려부수는 장면에 식상함을 느끼게 하는 반면, 이 영화는 그런 건 없었다고 생각됨.
모 영화소개 프로그램처럼 추천/비추천 2개중 고르라면 전 추천을 고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