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라면의 달걀블럭은 직육면체 모양으로, 생김새가 바르지 않으며 몸 주위에 건조된 야채 파편이 화살촉처럼 박혀 있다. 나는 그 노란 블럭을 펄펄 끓는 물 속에 집어넣었다. 열기와 거품이 딱딱한 블럭의 몸체를 때렸다. 달걀블럭은 흐물흐물해진 치아처럼 부드러워졌다.
나는 라면사리를 다 건져먹은 뒤 냄비에서 달걀블럭을 찾았다. 그러나 붉은 국믈 어디에도 달걀 블럭은 없었다. 나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대체 달걀블럭은 어디로 간 것인가? 하지만 곧 나는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국물 주위를 떠다니는 노란 덩어리들을 발견한 것이다. 달걀블럭은 겁화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붕괴해 버렸다. 남은 것은 국물의 우주를 떠다니는 달걀의 오장육부들 뿐이었다.
잘 가라, 광대했던 로마 제국이여. 비록 광대한 영토는 사라졌으나 편재한 노란 덩어리들처럼 남아있는 대도시 로마의 흔적은 이미 세계 이곳저곳에 흩뿌려졌다. 견고한 노란 블럭 속에 잠들어 있던 맛의 원소가 달궈진 냄비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국물의 풍미를 더하듯이, 로마의 기호는 저 옛 유럽에서도, 그리고 현대의 거인 미합중국의 깃발에서도 살아 숨쉬는 것이다. 어쩌면 로마와 달걀 블럭의 진정한 업적은 최초의 불멸을 이뤘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