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방학 중 한달여간은 먼 지방으로 가서 생활함. 물론 부모님이 거기 계시기 때문임.
주변에 집 멀다고 방학이나 명절에만 슬쩍 얼굴 비치고 오는사람들 많은데 난 적어도 그러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에 붙어있으려 노력함.
여튼. 저번 방학은 여름이었기도 하고 집은 바닷가 근처니 아무래도 저녁즈음 되면 열대야로 끓는 집보다는 선선한 바닷가로 가게됨.
아버지가 그곳 출신이어서 바다근처 태생 아저씨들이 으레 그렇듯이 낚시광이심. 결과론적으로는 밤마다 낚시를 가는게 일상이 됨.
그렇게 어느 날인가 물때도 좋고 고기도 많다는 꾼 통신망의 정보에 따라 가족 전체가 모 항구로 향함.
도착 후 차 대고 내려서 낚싯짐을 챙기는데 낚싯대를 제일 먼저 꺼내신 아버지가 남은 거 챙겨 오라며 나와 어머니 두고 후닥닥 뛰어가심. 사실 별 이상 있는 행동은 아니었음.
늙을수록 어려진다고 함. 내가 중학교때만 해도 아버지는 항상 차에서 내려 그대 스스로 짐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챙기신 뒤 이젠 능숙하게 채비를 할 줄 아는 아들임에도 굳이 안 보이는 눈으로 손수 바늘을 메어주시던 분이셨음. 그랬던 분이 이제 낚싯대를 들고 먼저 홀홀 달려가셔서 던져놓고 다른사람들 잡은 걸 구경하려 다니고 계시고. 어머니와 내 채비는 내 몫이 되었음.
잘못된 일은 아님. 물론 내가 다 할 줄 알고 이젠 나도 이십대 중반의 성인이니 아버지가 챙겨줄 필요 하나 없고 그걸 바래서도 안됨.
근데 내가 앉아서 바늘 꿰고 있는동안 그저 행복하신 표정으로 먼저 도착한 꾼들의 쿨러만 보고 계신 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이제 세월이 지났음과 아버지께서 늙어가심이 느껴지는 것이 돌연 슬퍼지는 게 뭐랄까 안타까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