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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김노숙
작성일 2013-12-30 13:30:45 KST 조회 131
제목
[SF] 내전
  내전(Civil War)
 
  독자들이여, 내가 3년 전 들렀던 어느 특별한 나라는 유전적으로 완전히 외향적이고 완전히 내향적인 집단으로 나뉘어 있었다. 외향적과 내향적의 정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향성 하면 떠올리는 그것과 내향성 하면 떠올리는 그것으로 대충 분류하기로 하겠다(어차피 내가 이 기록서에 남기고자 하는 바는 그 두 가지의 완전하고 확실한 정의가 아니다.). 그 나라 사람들의 외향성과 내향성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독립의 법칙을 매우 잘 지켰는지 어떤 지는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에 대한 나 알버트의 무지로 확실히 말할 수 없지만, 거의 완전히 75%의 사람들은 내향적이었고 25%의 사람들은 외향적이었다. 필연적인 사망률 따위의 편차를 조금 제외하면 그 비율은 확실히 3:1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 곳의 지배층은 모두 외향적인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이었다. 야망 추구적이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고 모험을 추구하는 자들은 외향적인 자들이게 마련이고, 도전적인 자들은 많은 자들이 실패하는 만큼 어떤 자들은 성공하여 권력을 가지게 마련인 것을 독자 제들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그 작지만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함에 매료되어, 그 나라에 장기간 체류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내가 체류하던 그 시점은 그 나라가 특이점에 도달하는 시점이었다. 통신망이 탐욕스럽게 이 행성을 잠식해가기 시작하면서 이 나라의 사람들도 방에 앉아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순간이 온 것이었다.
  통신망이 나라 전체에 퍼지자마자, 2개월도 지나지 않아 어떤 내향인이 이러한 글을 올렸다.
 
  "도대체 왜 소위 외향인이라고 불리는 자들이 이 나라의 모든 패권을 잡고 있는 것인가? 내향인은 기술과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 우리가 힘써 만들어내는 음식과 술, 우리가 힘써 만들어내는 프로그램, 우리가 힘써 만들어내는 제조품 - 모든 산업들에서 우리는 대화 없이 이루어낼 수 있는 모든 것, 저들이 그저 잘난 혓바닥을 놀림으로써 모두 가져가고 있다. 권리는 우리 것이다, 일어나자 내향인들이여!"
 
  나는 통신망이 퍼지자마자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을 예견했으나 이 나라의 외향인들은 단 한 번도 내향인들의 반발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모두 당황했고 순식간에 웹 상에서 퍼져나가는 불길을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외향인들은 내향인들의 공유되지 못했던 분노가 모여 거대한 하나의 실체가 되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내전을 결심하게 되었다 - 독자들이여, 내향인들은 모든 산업기술을 알고 있었다. 무기와 물량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내향인들은 우월했다. 허나 외향인들은 도전을 받아낼 자신만은 풍부했다.
  내전이 일어나기까지 그 수많은 과정은 독자들에게 말하지 않겠다. 너무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딱히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 같은 역사가들이나 관심을 가질 분야이기도 하고. 혹시 내전까지의 진행과정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나의 논문 '페라루스의 내전 진행 전 상황에 대한 고찰'을 찾아보길 바란다. 
  여튼 운명의 날이 왔고, 분위기에 맞게 유황 냄새가 나는 비가 오고 있었다(이 나라는 유황 성분을 포함한 비가 내리는 행성에 위치하고 있다). 나는 근처의 가장 높은 빌딩의 옥상에서 저널리스트의 직업정신에 따라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그 상황을 기록하고 있었다. 외향인들은 요새화된 자신들의 의사당에 모여 불안하게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해본 적이 없는 기관총과 박격포들을 손질하고 있었다. 내향인들의 진지에는 수많은 신식 무기들과 수백 킬로미터까지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자주포가 빛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 승리는 누구에게 돌아갈지 자명해 보였다.
  허나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나는 빌딩 위에서 내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닌지 고민했으나 분명히 아니었다. 내향인의 진지에 사람이 아무리 다시금 세어봐도 채 100명을 넘지 못했던 것이다. 절대 다수의 내향인들이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무리 빛나는 무기를 쥐고 있더라도 물량에서 수천, 수만 배의 차이가 난다면 결코 승리할 수 없는 법. 그 날 내향인 진지는 쑥대밭이 되었고 외향인들은 그 전쟁의 승리로 말미암아 더욱 더 확실한 패권을 쥐게 되었다. 대부분의 내향인들은 위험한 전쟁에 나가기보단 안락한 집안에서 전쟁을 지켜보는 것을 선호했고 결국 그들은 더 큰 족쇄를 차게 되었다.
  그들이 유전적으로 타고난 성격 때문에 내향인들은 당연한 권리 추구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고, 내가 그 나라를 떠나기 직전 내향인들은 외향인들의 거의 완전한 노예가 되어 있었다. 과연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그 나라의 유전자는 도대체 어찌하여 그런 성향을 그렇게 확실하게 가르게 된 것인가? 외향적임이 지배의 권리가 될 수 있는가? 독자들이여, 나는 이 질문을 여러분들에게 진지하게 묻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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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개념의극한 (2013-12-30 13:36:3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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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
공부해라 (2013-12-30 13:54:5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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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D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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