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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김노숙
작성일 2014-01-13 20:22:35 KST 조회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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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로의 기적

백 년 전 하느님께서 그를 죽게 하여 그를 다시 소생시킨 후 주님께서 "너는 얼마 동안 체류했느뇨."라고 물으니 그 사람 말하되 "하루나 반낮쯤 체류하였습니다."라고 대답하니, ㅡ 코란, 2장 259절.


  코로로가 첫번째로 느낀 감정은 절대적인 공포였다. 코로로는 애써 2년 후 되찾을 영광과 빛, 그리고 망아지들을 생각하며 자신을 다잡으려고 노력했으나, 코로로 자신을 다잡을 수 있는 한계는 방위산업체의 3년일 수는 있어도 육군의 21개월일 수는 없었다. 육군이라니, 황당한 일이지만 그는 애써 육군훈련소의 음침한 문 앞으로 걸어가며 짧은 시간 뒤 연병장에 있을 자신을 부정하려 들었다.


  "5분은 유한하나, 또한 그 안에는 무한한 계단이 존재한다." 코로로는 읊조렸다.


  코로로는 육군훈련소 문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자신을 애써 잊으려 노력하며 그의 인생에서 가장 암울한 순간일 이 때를 노래하는 거대한 서사시를 희곡의 형식으로 머릿속에서 써내리기 시작했다. 그의 희곡에서 코로로는 예정한 5분 뒤가 되기도 전에, 모든 기하학적 각도와 모든 기하학적 형태의 연병장 마당에서 수백 번도 넘게 군인이 되었다. 또한 각양각색의 표정을 지은, 각기 다른 숫자의 조교들 앞에 서 있기도 했고, 어떤 때는 뒤에서, 그리고 또 어떤 때는 대열의 가장 앞에 서 있기도 했다.

  그는 진정한 두려움으로, 그리고 진정한 용기로 상상 속의 군입대와 맞섰다. 각각의 군입대는 모든 방식의 플롯으로 고려되었고 어떤 식으로 복선을 끼워넣을 지, 어떤 식으로 자신의 지금 상황을 가장 극적인 표현으로 써내릴 지 코로로는 끝없이 고민했다. 코로로는 군대 내에서의 21개월이 다만 자신이 써내린 희곡을 연기하는 배우로서의 21개월이라면 깊은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끔찍한 저항과 고통에 맞닿음 없이, 현실에 유리된 자로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4분이 지났다. 코로로는 시간과 장소와 행위의 통일성을 중시하며, 자신의 군생활 서사시의 플롯을, 무한의 계단 속에서, 이미 대부분 다 짜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너무나도 부족했고 이제 호국요람의 문은 코 앞에 다가왔다. 코로로는 절망에 빠져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오 우주의 법칙이여, 만일 내가 우연으로 생겨난 존재가 아닌 어떤 인과의 필연에 의해 태초부터 그 존재가 결정되어 있었다면, 나는 이 서사시를 끝내기 위해 세 달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물질들이여, 파동들이여! 그대들은 이 시공간의 진정한 주인입니다. 그 시간을 내게 주십시오."


  4분 30초가 지났다. 코로로는 눈을 질끔 감고 자신의 실패한 희곡을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그의 시야에 갑자기 절반의 장막이 쳐졌다. 코로로는 눈을 감을 수도 뜰 수도 없었다. 그는 다만 감는 도중에 멈춰섰다. 그는 시선을 돌릴 수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한정된 절반의 시야 속에서 근처 모든 것들이 그와 동일한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리적인 세계는 멈추었다.

  코로로는 잠시간 자신이 이미 과도한 긴장에 의한 뇌출혈로 죽었고, 지금의 이 상황은 그의 마지막 환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가 생각한 죽음의 과정과 너무나도 달랐다. 게다가 그의 의식은 더이상 희미해지지도 더 또렷해지지도 않은 채로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했다. 그의 뺨에는 흐르던 땀방울 한 방울이 그대로 매달려 있었다. 그는 더이상 시간으로 인한 피로도 느끼지 않았다.


  '우주의 법칙이 내게 시간을 준 것이다.'


  자연의 간결한 법칙들이 수십억 년간 지속되어 오던 그들의 고집을 버리고 코로로의 간청을 들어 모든 시공간에 소재함을 멈춘 것이었다. 다만 코로로의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사유는 피로 없는 무한한 거밋줄이되어 퍼져나갔다. 정해진 시간에 그는 결국 훈련병이 될 것이었지만, 그가 훈련소로 들어가는 그 시간 사이에 코로로의 마음 속에서는 세 달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기의 반만큼 토막난 시야와 기억 이외의 어떤 문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코로로는 자신만을 위한 위대한 군대 희곡을 하나하나 써내리고,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는 3막을 두 번씩이나 고쳤다. 어떤 세부적인 것도 그를 애먹이지 않았다. 그는 축소시키고, 잘라내고, 확장했다. 그동안 그는 논산 훈련소를 사랑하게 되었다. 코로로는 자기의 희곡을 완성했다. 이제 그는 이등병 생활의 첫 날 하루만을 창조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그때 그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그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고, 얼굴을 마구 흔들었고, 지나친 흥분에 의한 뇌출혈로 쓰러지고 말았다.

  코로로는 12월 2일 오후 1시 59분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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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부차 (2014-01-13 20:46:2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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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아이콘까지 달고 뭐하는...
아이콘 어그로중독자 (2014-01-13 21:18:0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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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숙 (2014-01-13 21:21:5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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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잘 썼잖아
아이콘 WG완비탄 (2014-01-13 22:33:3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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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은 자뻑을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Yogg-Saron (2014-01-13 23:33:1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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