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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ingTone
작성일	2014-02-17 23:54:41 KST	조회	294
제목	애니메이션 <레고 무비>, 그리고 한국 애니메이션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특별한 점이라면, 컴퓨터 CG를 활용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처럼 보이게 만든 기술력을 꼽을 수 있겠다. 정말 레고 블록을 이용해 하나하나 움직여가며 찍었다는 느낌이 들고, 여기에 각종 광원 효과와 피사계 심도 등의 효과를 추가하여 사실감을 더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레고 무비>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바로 작품의 주제 때문이다.

이 작품의 기본적인 시놉시스는 로드 비즈니스가 세상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무기 '크레이글'을 가지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저항의 피스'를 '크레이글'에 로딩해야 한다는 예언에 따라, 주인공이자 공사장 인부인 에밋이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우선 이 작품은 여러 영화들의 패러디로 점철되어 있다. 우선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예언에 따라 임무를 짊어지고 모험을 떠난다는 건 <반지의 제왕>과 비슷하고, <매트릭스>에서 따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배트맨이나 슈퍼맨, 원더우먼 등 각종 만화 캐릭터들이 레고 블록으로 등장하여 헐리우드 액션을 펼친다.

그러나 단점은 있다. 난해한 개그코드와 미국식 유머는 정서상 한국 사람에게 받아들여지기가 힘들고, 초중반까지는 확실히 이야기가 늘어지는 감이 있다. 일명 '난장판 코미디'라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웃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특별함은 바로 후반부에 있다. 마지막 30분 정도를 남겨놓고, <레고 무비>는 갑자기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뛰어넘어 실사의 세계를 비춘다. 어떤 남자와 그의 아들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있다. 아이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레고 블록들을 가지고 이리저리 해체하고 조립하며 놀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렇게 조립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이가 조립했던 것을 해체하고, 설명서대로, '접착제'를 사용하여 원상복귀시키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버지를 잠시 다른 데로 보낸 아들은 접착제를 씻어내고, 다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설명서를 무시한 채 블록을 조립하며 상상의 세계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그렇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크레이글'은 접착제였음이 밝혀진다. '저항의 피스'는 그 접착제의 뚜껑이었던 것이다. 저항의 피스를 크레이글에 로딩해야 한다" = "접착제의 뚜껑을 닫는다", 즉 다른 사람이 만든 설명서나 틀에 박힌 사고를 버리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라는 것이 <레고 무비>의 핵심 주제였던 것이다. 다시 돌아온 아버지는 아들이 건설한 레고 세계를 바라본 후,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함께 블록들을 자유롭게 조립하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는, <겨울왕국>과 <레고 무비>를 보면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업계가 뭔가 깨달음을 얻었으면 한다. 바로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서사 전략'에 대한 깨달음 말이다.

디즈니 혹은 픽사로 대표되는 헐리우드 애니메이션들은 언제나 아이들을 위해 뻔한 권선징악적 스토리를 진행시킨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복합적 메시지를 깔아놓는다. 디즈니의 <라이온 킹>, 픽사의 <토이 스토리>, <업> 등이 그래왔다. 뛰어난 영상과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를 내세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미국 애니메이션의 서사구조는 분명 우리나라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본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불행하게도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는 너무 일본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뽀로로 같은 유아용 애니메이션만 만들고 있지만, 언젠가는 일본처럼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매우 위험하다.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업계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독특하게 발전한 케이스이며, 그 일본 애니업계마저도 2006년 이후로는 규모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의 발전방향은 청소년, 또는 성인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