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는 우성이 더 바람직한 표현형질을 나타내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이건 그냥 심심해서 쓴 글입니다.]
어느 마을에 헤테로와 호모가 살았다. 헤테로는 우성과 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고 호모는 우성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표현형질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헤테로는 자신이 열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고 호모는 자신이 우월함을 자랑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들도 호모를 좋아했다. 사람들은 뛰어난 호모를 찬양하며, 호모에게 모든 것을 바쳤다. 호모는 아침에 눈부신 햇살과 가장 향기로운 커피를 볶는 냄새에 눈을 떴고, 저 멀리에서 수입된 이국적인 식물과 오랫동안 요리된 고기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호모는 점심을 먹고 나면 가장 비밀스러운 광산에서 캐어진 암염과 최고급 자작나무의 수액으로 양치를 하였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호모는 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들은 호모를 만나면 탄성을 질렀다.
"오, 호모의 백옥 같은 빛나는 피부를 보련. 우리도 저런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을까?"
사실 호모의 빛나는 피부는 그들이 매일 호모의 집에 바치는 향유와, 고래의 용연향으로 만들어진 비누로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면 그저 몰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호모는 자신에 대한 경탄을 즐기며 거리를 거니는 것을 좋아했다.
호모는 저녁이 되면 자신과 비슷한 우성 인간들과 함께 항상 끊이지 않는 연회를 즐겼다. 깊은 숲 속에서 비밀스럽게 자라난 새싹이 전채로 나왔고, 저 깊은 바다 속을 헤엄치던 참치 중에서도 가장 빼어나게 물 속을 가로지르던 참치가 생선 요리로 나왔으며, 오직 풀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만을 즐기던 소의 가장 부드러운 부위가 요리되어 나왔다. 호모는 가장 민감한 미각으로 포도주 한 모금만으로 포도가 생산된 농장을 가늠했고 호모의 친구들은 그 재주를 보며 또한 탄성을 질렀다.
"그는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가! 분명히 포도주를 가려내는 데에 뛰어난 재능이 있으니 지적으로도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거야. 그는 언제나 깨끗한 것만을 밟으며 세상을 거닐고 아름다운 것만을 보고 즐기며 가장 향기로운 것들만을 맛보겠지. 이 세상에 저런 보석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세상에 거대한 행복인가! 호모 하나로 인해 세상은 얼마나 더욱 밝아질 것인가!"
그들이 항상 포도주를 가져다 주었기에 호모가 포도주에 익숙하고 그 정밀한 미각을 가지게 된 것이었지만 그들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이 바친 미식들로 호모가 쌓아올린 기술은 실로 대단한 것이긴 하였다.
저녁 연회를 일찍이 마치고 호모는 연회장을 나섰다. 호모는 절대 취할 만큼 마시지 않았으며 언제나 평정을 유지했다. 고품스러운 자세로 거닐며 나올 때 호모는 항상 자신의 연인과 함께였다. 호모의 연인은 호모가 잠이 들 때마다 호모의 옷을 조심스럽게 벗겨주고 호모의 손발을 향수로 씻겨 주었다. 연인은 또한 언제나 호모의 손발에서 나는 향기에 감탄했다.
가끔 호모는 그의 연인과 함께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꽤 길었던 호모의 일생 동안 호모는 세 명의 아이를 가졌다. 호모와 그의 연인의 유전자는 완벽했고 완벽한 아이들이 태어났으나 호모는 그 아이들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양육 같은 천한 일은 위대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천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그 아이들을 키웠다. 호모 또한 그렇게 자라났다.
천한 유전자를 가지고 호모를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 중에는 헤테로가 있었다. 헤테로는 사실상 호모와 똑같은 형질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사람들은 그가 열성 인자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그를 열등인으로 취급했다. 헤테로는 항상 가장 비천한 노동에 투입되어야 했다.
매일 호모가 잠들 때마다 헤테로는 깨어났다. 헤테로는 새벽같이 일어나 헛간의 건초를 베었다. 그 건초들은 풀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들로 만들어진 것으로 호모가 먹는 고기를 제공하는 소들이 먹을 것이었다. 가장 부드러운 부분의 풀들은 마르면서 약간은 비틀어졌고 헤테로는 그것을 손질하며 가끔 손을 다쳤다.
헤테로의 손은 비슷한 유전자를 지닌 호모와 다르게 투박하고 굳은살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은 헤테로의 손을 보며 열등한 손이라고 비웃었다. 헤테로 또한 자신이 열등하다 믿었다. 헤테로는 자신이 열등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군말 않고 가장 고된 일을 맡았다. 사실 태어났을 때 표현형은 헤테로와 호모 둘 다 같았으나 그 후 이유식부터 호모는 가장 곱고 영양학적으로 충실히 설계된 것을 먹었으며 헤테로는 가장 척박한 오트밀을 먹으며 자라왔다.
소에게 꼴을 주는 일이 끝나면 헤테로는 들판에 나가 장미들의 꽃잎을 땄다. 그 장미들은 가장 유전적으로 우수하게 설계된 장미들이었다. 핏빛으로 빛나는 장미들은 사람을 어지럽힐 정도로 강렬한 향기를 내뿜었다. 가끔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며 혹시 장미가 헤테로의 잘못된 손길로 상하지는 않을 지 걱정했으나 헤테로는 그 일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장미가 상하는 일은 없었다.
모은 장미 꽃잎과 함께 작업장에 들어가면 항상 그의 동료들은 유전적으로 고귀한 사람들이 먹을 음식과 음료들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작업장 내에서는 가장 귀한 재료들만이 다루어졌으며 헤테로는 자신이 모아온, 루비로 조각된 날개 같은 장미 꽃잎들로 향유를 만들었다. 그의 옷과 몸에 귀한 냄새가 배었으나, 작업장 내부의 온갖 음식 냄새들도 함께 배었기에 사람들은 헤테로 가까이에 다가가는 것을 싫어했다. 그리고 헤테로는 자신이 열등하므로 그럴 수 있다고 진실하게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마을에 가장 잔인한 역병이 닥쳐왔다. 마을 사람들은 그 역병에 대처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픽픽 쓰러져나갔다. 호모와 그의 자식들도 고귀한 피를 손수건에 적시며 죽어갔다. 헤테로는 호모의 죽음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진심으로 슬퍼했다.
하지만 헤테로에게는 역병 면역 유전자가 있어서 역병의 화에 당하지 않았다. 마을의 인구가 휩쓸려나간 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헤테로와 그의 비슷한 친구 몇 명들 뿐이었다. 헤테로와 그의 친구들은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곧 그들이 익숙하던 일을 다시 시작하였다. 헤테로는 그의 친구들과 함께 유전공학 연구소에 들어가서 다시 호모와 같은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했다.
10개월 후, 아이가 인공자궁에서 태어났다. 헤테로와 그 친구들은 아이들에게 가장 귀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이유식을 한 입 한 입 떠먹였다. 그리고 그들은 염소젖과 거친 빵을 먹었다.
끝
감을 손으로 집어먹으면
디아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