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경비가 주된 목적인 부대에 있다 보니 주기적으로 야간철책순찰을 돌곤 했습니다
그날도 신병 하나 데리고 이런 저런 얘기해주면서 철책따라 산길을 타박타박 걷고 있었습니다
한참 오르다 보니 숨이 차서 둘다 아무 말 안하고 오르는데 집중하고 있었는데 부스럭 소리가 나서 보니 저기 눈 앞에 불빛 두개가 번쩍번쩍!
고라니가 밤마실을 나왔던 것...
신병은 처음 본 야생동물을 신기해하다가 장난끼가 발동했는지 소대장님 저거 놀래켜도 됩니까? 하길래 저 고라니가 여기 오래 살아서 너보다 짬 높은데? 가서 놀래켜도 되겠냐고 물어보고 놀래키라며 드립을 치다가 어쩌는지 보려고 해보랬더니 갑자기 와다다 달려나감
고라니가 화다닥 놀래 가파른 절벽쪽을 뛰어내려가더니 발을 헛디뎠는지 굴러떨어지더니 꽥! 소리가 남
내가 헐 이색기 선임을 살해했다 이러면서 급히 내려가보니 얼마전 비 많이 온다고 집수구 막힐까봐 위에 철망을 빼놨는데 거기 떨어짐(꽤 깊음)
어떻게 구할 방법도 없고 해서 그냥 복귀함
담날 중대 아침회의때 이야기 꺼냈더니 나두면 썩고 그래서 곤란하니 건지러 가자해서 행보관, 중대장이랑 거기로 감
아니나 다를까 고 고라니님 사체가 집수구 바닥에 널부러져 있음
건진 다음 사체처리를 고민하는데 행보관 왈, 부대 내 동물은 영물이라고 함부러 죽이고 처리하는거 아니라며 자기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함
중대장이 그러라고 하니 행보관이 1과 1/4트럭에 고라니를 싣더니 어디론가 데려감
그리고 그 고라니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음
KIA 역시 부대내 모든 동식물의 천적 갓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