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로코코(사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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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4-06-01 16:12:11 KST | 조회 | 411 |
제목 |
진지공사하면서 생각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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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근본적으로 이분법적이다. 큰 것과 작은 것,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 불결함과 청결함, 선함과 악함,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 그러나 헤르만 헤세가 말했던 것처럼, 서로 대칭되는 두 세계 사이의 거리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좁다. 특히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는 더욱 그렇다. 군대 안에서 우리는 한 특정한 인간에 대해 수도 없이 실망하고 찬탄하기를 반복한다. 인간의 심상에는 수없이 많은 이분법적 측면들이 얽혀 있는데, 사회라는 광범위한 세계에서는 이것들이 혼잡하고 동시다발적인 플롯들에 가려져 희석되지만, 부대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는 모든 모순들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것이다.
선임의 선한 행동 뒤에는 악한 동기가 숨겨져 있고, 살과 살을 부대끼고 자는 동기의 청결한 외모 뒤로는 목구멍 깊숙한 곳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불쾌한 구취가 있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서로의 모순을 가려줄 적절한 공허함이다. 인간관계는 밀접하면 밀접할수록 서로에게 생리적 불쾌감만을 증대시킬 뿐이다. 우리에겐 비밀과 기만이 절실히 필요하다. 나는 나의 솔직한 생각을 내 경계근무 사수에게 토로했으며, 사수는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나서 다음 날 내게 빨래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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