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으로 잘못 알려진 뇌과학 지식 중에는
"전두엽(뇌의 앞부분)이 창조력을 증가시킨다"가 있는데, 이건 정말 완전히 틀린 명제이다.
전두엽은 인간 사고의 조속기이다. 조속기란 기계에서 회전속도를 일정속도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계장치를 말하는데, 후술할 전두엽의 역할을 읽으면 적절한 비유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전두엽은 인간 뇌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정보가 모아지는 중앙집행기 역할을 한다. 전두엽은 인간의 머리에서 만들어지는 사고와 가장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전두엽은 이 정보들을 모으면서 동시에 억제하기도 하는데, 이는 적절한 현실검증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면, 시각 1차영역이 존재하는 후두엽에서 "다리 25개 달린 문어"(...)라는 상을 전두엽에 제시했다고 가정하자. 이는 쉽게 묘사하기 위해 그 중간에 있는 수많은 과정을 생략한 것이다. 여튼, 전두엽에서는 다리 25개 달린 문어가 실제로 존재할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사고를 억제하여 다리 25개를 8개로 친히 줄여줄 것이고, 우리는 문어를 생각할 때마다 다리 8개 달린 문어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임상적 사례로도 이해할 수 있는데, 망상과 환각으로 대표되는 심각한 정신증 정신분열증(조현병) 환자들에게서는 전두엽의 축소와 기능약화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망상과 환각을 억제해줄 전두엽의 기능이 망가졌기 때문에 망상과 환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전두엽의 기능 약화는 예술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예술이 과학과 더불어 창의력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라는 것에는 대부분 이견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의 경우에는 전두엽의 기능이 일반인보다 약하거나 다른 뇌부위의 발화가 일반인보다 더 크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반 고흐는 측두엽 간질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두엽의 기능손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조증까지 가지고 있었다.
결론으로, 지금까지의 사실을 조합해보면 전두엽이 인간을 정확하게 사고하게 만들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새로운 것을 만들게 하는 것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뇌부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고의 중앙집행기를 담당하는 전두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술가적 이미지라기보다는 공무원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의 전두엽을 활성화시켜라!"라고 동아리에 들어와 자기 창의력을 발휘하라는 포스터를 보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문득 나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