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LingTon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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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04-18 01:29:22 KST | 조회 | 803 |
제목 |
[리뷰] 더 씽 프리퀄 소감(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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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리 못 만든 영화는 아니고, 오히려 매우 안타까운 영화다.
잘 만들 수 있었는데 결국 감독의 역량이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우선 주인공은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에서 루시 맥클레인 역을 맡은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다.
이쁘다.
10만 년 전부터 얼음 속에 묻혀있던 외계 생물체를 발견한 노르웨이 탐사대한테 꼬임을 당해서 남극으로 날아가는데,
주인공이 하지 말라는 표본 채취를 탐사대장이 굳이 하겠다고 얼음 속에서 꺼냈다가 생물체가 깨어나 참극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시작부분부터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괴물이 별로 무섭지를 않다는 거다.
존 카펜터의 1982년작 괴물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어색함 때문에 동작은 웃기지만, 생긴 건 충분히 혐오스럽다. 체액이 너무 축축하게 묘사되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런데 이 프리퀄에 등장하는 괴물은 애니매트로닉스+CG 기술력에 힘입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반면 너무 깔끔해서 오히려 위화감이 든다. 제작비가 높아졌으니 관객을 많이 모으려면 혐오스럽게 만들긴 어려웠겠으나, 그래도 무섭다는 느낌은 들게 했어야 한다. 그냥 사람의 피부가 아니라 사람의 모양을 한 인형의 피부가 찢겨지는 느낌이었다.
또한 캐릭터들의 동선이 확실하게 연출되지 않는다. SF 호러영화의 걸작으로 인정받는 에일리언만 봐도 리플리가 왜 거기에 있으며 애쉬는 왜 거기 있는지, 달라스는 왜 거기 있는지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레 따라갈 수 있다. 캐릭터들의 역할 구분도 뚜렷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인물들이 여기 뜬금, 저기 뜬금, 도대체 언제 거기로 갔는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 탐사대장은 뭣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외계생물의 조사를 주장하는지 영화 내내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놀랍게도 영화 중반부까지 주인공이 하는 게 없다. 82년작의 오마주이자 이 영화의 핵심인 혈액검사 장면 역시 주인공도, 탐사대장도 아닌 그냥 대원 중 한 명이 제안한다. 그러다가 후반부에 가면 무슨 리플리도 아니고 화염방사기만 엄청 쏴댄다. 주인공의 직업이 고생물학자인데 직업의 특성을 살리는 장면은 단 하나도 없다. 당연하다. 하는 게 없는데... 그리고 망원경으로 외계생물의 세포가 인간의 세포를 복제하는 과정을 찾아내는데, 이건 굳이 고생물학자가 아니어도 알 수 있는 내용 아닌가.
원작을 약간 비튼 부분도 있다. 방금 말한 대로 영화 중반부에 다다르면 혈액검사를 시도하는데, 괴물의 공격으로 인해 실험실에 화재가 나서 검사가 불가능해진다. 여기서 주인공이 다른 방법을 제안한다. 아까 보니까 괴물이 변신하고 난 자리에 치아 보정물이 떨어져 있더라. 이건 유기물만 복제하고 무기물은 복제하지 못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입 안을 검사해서 무기물인 치아 보정물이 있는지 알아보자. 입 안에 보정물이 없으면 괴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딱 봐도 문제가 있다. 치아 보정물을 처음부터 안 한 사람은 어떡하나? 아니 대부분은 안 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웃기게도 이 영화에서는 치아 보정물을 한 사람이 네다섯 명은 된다. 하지 않은 나머지 네 명 중 일부는 세라믹 치아다. 어째 하나같이 이빨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뽑아 온 건지... 물론 영화 속 대사로 "변수가 많다"라며 구멍이 있음을 자인하지만 그런 대사가 있다고 해서 평가가 바뀌진 않는다.
또 하나의 문제점을 꼽자면 인물들 간의 심리 묘사가 너무 약하다는 점이다. 카펜터 버전에서는 상대방이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나 자신이 괴물일 수도 있다는 내적 갈등, 그리고 여기서 벌어지는 대원들 간의 분쟁이 매우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이 프리퀄에서는 대충 한 번 싸우다가 끝나고 주인공은 아예 의심을 받지도 않는다. 분명 단독행동을 수차례 했는데도 말이다.
이후 전개는 별거 없다. 괴물의 정체가 들통나고, 하나하나 괴물한테 죽다가, 결국 주인공만 살아남는다. 그리고 끝! 프리퀄이라는 걸 어필하기 위해서인지 82년작 오프닝이었던, 눈 덮인 평야를 달리는 개를 헬기가 쫓는 장면이 나오면서 끝난다. 그런데 이 개는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건가? 영화 내내 개는 초반부에 잠깐 나오고 끝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괴물이 된 건가? 어처구니없게도 그건 설명을 안 해준다. 이래서야 프리퀄의 의미가 없지 않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당초 예정되로 프리퀄이 아닌 리메이크로 갔어야 한다고 본다. 프리퀄을 선택하는 바람에 설정도 정해져 있고, 결말도 정해져 있고, 결국 딜레마에 빠진 작품이 되고 말았다. 리메이크를 해서 스토리 전개도 약간 바꾸고, 설정이나 결말도 과감하게 변경해서 82년 작품을 재해석하는 길로 갔다면 오히려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원작의 명성에 먹칠을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범생적인 크리처물도 아닌, 애매모호한 영화가 나와 버렸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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