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로코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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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10-13 19:53:19 KST | 조회 | 917 |
제목 |
프로토스의 테란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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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XX
레이너 특공당 재무장관 맷 호너는 공식적으로 자치령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멩스크 퇴출 이후 그는 모든 코랄 핵심 부자들을 심우주 탐사선에 실어보내 연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목적없이 은하 중심부를 방황하게 한다는 "대탈출 정책" 을 실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사실 챈슬러 호너는 부자들이 은닉한 엄청난 양의 자산 현물 어쩌고저쩌고 등등을 모두 정부가 몰수하여 대대적인 행성 인프라 재건 산업에 투자해 테란 문명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한다는 포부 넘치는 계획을 구상 중에 있었다.
그러나 전자 상거래가 극도로 발달한 26세기 코프룰루 섹터에서는 주인의 자아발달모형(*프로토스의 정화 솔루션 사가 제작한 기술로, 한 인간의 정신발달양상을 복제한 모델을 지문처럼 사용하는 보안 방법이다. 그렇다. 이미 인간의 정신세계는 과학에 완벽하게 정복당한 것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자날에서 아리엘 헨슨은 볼 수 있지만 프리드리히 니체는 볼 수 없는 이유이다.)을 패스워드로 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거의 모든 종류의 시장에 보급되어 있었다. 즉, 패스워드의 주인이 직접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이 전자락을 뚫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으로서는 결코 넘볼 수 없는 완벽한 보안체계...우주처럼 광활한 네트워크 세계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무궁무진한 크레딧들은 그렇게 쓸모없는 DB덩어리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이것이 자치령 경제침체의 모든 이유는 아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호너는 변했다. 자본가가 아니었을 때 그는 공산주의의 망령이 26세기 코랄을 배회하고 있을 거라 굳게 믿었다. 자본가가 되었을 때 그는 관념론적인 세계가 그렇게 끔찍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맷 호너는 나약해졌다.
"19세기 학문으로 26세기를 이해하려 드니 그렇지. 진정한 지도자는 책으로 사람을 휘어잡지 않는다."
레이너가 말했다.
"그럼 뭘로 사람을 휘어잡아야합니까 대장님?"
"당연히 마음과...인맥이지."
레이너는 깊고 깊은 플라즈마 구름 성운지대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는 프로토스의 은밀한 수도 행성, 샤쿠러스로 향했다.
"오랜만이군, 아르타니스."
"사령관 짐 레이너! 못 본 사이에 의복의 색깔이 다채로워졌군요."
"입 조심하게, 이 친구야. 자네가 대신관이라면, 나는 한 당의 수장이야."
"여부가 있겠습니까...그런데 우리의 명예로운 인간 친구가 프로토스 행성에는 무슨 일로?"
"우리의 소극적인 무역관계를 좀 개선해보고자 왔네."
"허허. 거 참 인간의 마음은 헤아릴 수가 없군요. 무역장벽을 만든 건 당신들이었습니다. 프로토스의 압도적인 기술 우위가 당신들의 무역수지를 악화할 거라 여겼잖습니까."
"상황이 변했네. 우린 원조가 필요해. 그리고 조언도 필요하지...좌우간, 8년 전 자네들은 모성 아이어를 잃고 빌빌거리는 피난민에 불과했어. 그런데 지금은 막대한 부를 손에 넣은 것 같군 그래. 비결이 뭔가? 어디서 풍부한 광물지대라도 찾아낸 거야?"
아르타니스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다.
"우리의 성공 전략을 알려줘도 당신들의 사회에 도입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 외계인이...내가 어디 산업스파이 짓이라도 할까봐 그러나? 그러지 말고 이야기나 좀 들어봄세."
"음...확실히 저희는 유례없는 경기침체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이어가 망하면서 사실상 기존의 프로토스 계획경제는 무너졌습니다. 그마저도 시스템적으로 멸망 중이었던 사회였지만요. 프로토스 대의회를 재건한 이후 저희 씽크탱크가 가장 먼저 골몰했던 건, 어떻게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였죠."
아르타니스가 손짓 하자 허공에 복잡한 문양의 기계가 두둥실 떠오른다. 기계가 프랙탈같은 외피를 활짝 개방하자 안에서 푸르스름한 입자들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것들이 홀 안을 정교한 홀로그램으로 가득 채운다. 이른바 프로토스판 프레젠테이션이다.
"확실히 우리 프로토스는 지나치게 고등합니다. 그러니까 복잡한 사회를 만들기엔 너무 완벽해서, 굳이 연대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빛으로 양분을 얻죠. 체계적인 화폐 시스템을 적용하기엔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재들은 이세상에 너무 풍족합니다. 저는 생각했죠...물질로는 우리 인민들의 경쟁심을 부추길 순 없다고 말이죠."
"경쟁심? 하하...농담도. 꼭 프로토스가 자본주의라도 만들 것처럼 말을 하는군."
"거기서 모티브를 얻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쩄든, 저는 프로토스가 가장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 가치가 가변적이고, 또 충분히 희소성이 있으며 누군가가 독점을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만 했어요...결국엔 찾았죠."
"그게 뭔데?"
"명예죠. 레이너, 명예입니다."
아르타니스는 다채롭게 펼쳐지는 홀로그램의 파노라마를 응시한다
"나는 명예가 충분히 우리의 화폐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새롭게 명명한...명예경제의 탄생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해가 잘 안되는군...명예가 대체 뭐 어쨌다는 건가?"
"명예가 산술화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그리고 우리 프로토스가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재화와 용역도 명예로 값이 매겨지구요. 더 나은 공산품,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이 더 나은 명예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 명예의 격차에 따라 더 위대한 프로토스와 덜 위대한 프로토스가 나뉘어지구요."
"세상에...그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당신들의 달러도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그것이 실존한다고 생각할 때에야 비로소 영향력을 발휘하는 겁니다. 엄정하게 바라보자면 그 웃긴 종이 뭉치가 세상을 조종한다고 믿는 건 편집증적 망상이에요. 우리의 명예도 똑같습니다. 명예를 얻고자 하는 수많은 기사단, 칼라이들, 네라짐들...아, 네라짐들이 명예 경제의 진정한 광신자들입니다(웃음). 그들을 부추기자 어떤 기적이 일어났는지 아십니까?"
"어떻게 됐나?"
"영원한 분쟁기 이후 최초로 프로토스는 진정한 의미의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했습니다. 기사단들이 더 나은 군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헌신으로 무예와 전술을 개발했습니다. 기술자들의 효율성이 57만배 늘어났습니다. 평생을 원시적 부족 사회로 살 것만 같았던 네라짐들이 가장 먼저 콤비나트를 결성했죠. 그들은 집단으로 명예를 끌어들인 후 그것을 각 구성원의 기여도에 따라 재분배합니다. 그게 공정하다고 믿더군요."
"그럼..."
"그렇습니다. 이후 8년, 단 8년 만에 우리 댈람 제국의 GDP는 구 아이어 제국의 80배 수준에 이르렀죠."
"그건 말도 안돼!"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레이너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그의 머리로는 프로토스가 거머쥐고 있을 이 거대한 부가 상상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자네들은 여전히 그냥 삐까번쩍한 갑옷을 입고 있는 파쇼 외계인일 뿐이야...구체적으로 뭐가 달라졌다는 거야?"
"폭풍함의 공격속도가 15배 늘어났습니다."
"이건 혁명이야 아르타니스!!"
"하지만...급속한 명예성장이 꼭 자네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건 아니야.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
"명예플레이션이란 게 생겼죠. 갑자기 너무 많은 명예가 명예시장에 공급되자, 명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근근히 존경을 받던 수많은 치안관들이 샤쿠러스 플라즈마 계곡에 몸을 던져야만 했습니다. 죽은 자가 산자보다 명예 금리가 더 높아서 한때 명예 부자들 사이에선 죽음 숭배사상까지 떠돌 정도였습니다."
"어떻게 해결했나?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더 많은 명예를 얻기 위해 목숨을 끊는 걸 방지하려고 말이야..."
"정화 솔루션의 자아발달모형 기술의 등장으로 죽은 프로토스도 재산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프로토스는 살았든 죽었든 모두 노동을 하고 자산세를 냅니다."
"세상에...자네 정부에 황금이 부족할 일이 없겠군."
"하지만 우리의 명예 시스템이 꼭 당신들의 화폐 시스템과 같은 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불명예가 존재하죠."
"불명예?"
"말 그대로 불명예로운 행동을 하면 불명예를 받습니다. 불명예는 악성 명예입니다. 존재하는 명예 화폐를 차감하죠. 사회에 불명예가 만연할 때는 불명예의 가치도 자연스럽게 낮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불명예가 조장된 사회일수록 명예의 상대적 가치가 높아집니다. 최소한 불명예를 방어할 때는 말이죠. 해서 처리할 악성 불명예 재고가 많은 명예 부자들 가운데에서는 일부러 불명예를 명예시장에 풀기도 합니다. 탈다림들이 그렇게 돈을 벌죠..."
"대체 불명예로운 행동이 뭐길래 그래?"
"고품질의 공산품이 일반화된 시장에 홀로 저품질에다 가격경쟁력도 적은 공산품을 내놓거나...아니면 전사들 중에 유독 약한 자가 불명예를 받습니다. 사실 불명예소득의 증대 역시 가변적이기 때문에 딱히 뭐라 말할 수 없습니다. 명예 또한 그렇지만요. 하지만 이 두 프로토스 화폐가 어떤 법칙을 따라 시장에 공급되는 건 사실이고, 이런 현상을 관측한 결과 저희는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무슨 결론이지?"
"장기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명예가 시장 문제를 해결한다."
"그래...하지만 우리한테는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겠구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명예를 그리 소중히 여기진 않아. 그러니까, 그걸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거지."
"인정합니다. 우리가 종이돈을 그렇게 대단한 발명품으로 여기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혹시 우리에게 원조할 생각 없나?"
"원조요?"
"그래...프로토스의 위대한 기술력으로 자치령의 공급대란을 해결해주게. 임시방편이겠지만 자네들의 그 고등한...어쩌고 기술력을 이용하면 뭐라도 되겠지."
"하지만 거기서 우리가 어떤 명예를 얻을 수 있습니까? 이제 프로토스는 명예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사람아! 열등한 종족을 돕는 걸세. 이 일에 명예가 없을 리가 있나."
"흠...이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앞으로 샤쿠러스시 기준 2일 뒤에 Schspi(샤쿠러스종합명예가지수shakuras composite honour stock price index)장이 열리는데, 거기서 대'울Dae'Uhl 관련주의 동향을 살펴보도록 하십시오."
"부탁하네, 아르타니스. 꼭이야."
3일 뒤 아르타니스는 테란 원조 관련 공식 성명을 냈다. 예상대로 대울 관련주들이 높은 상한가를 보였고, 수많은 관련 기업들이 아르타니스의 원조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소문은 테란 자치령의 네트워크망을 타고 테란인들의 귀에까지 퍼졌다. 모든 테란 시민들이 고등한 프로토스 종족의 원조 활동을 기대하며 부푼 희망을 가슴에 안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것이 곧 시작될 파멸의 전주곡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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