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로코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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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11-13 14:48:17 KST | 조회 | 563 |
제목 |
이제 공허의 유산을 완전히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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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마음 속으로 이 게임을 계속 존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지
그리고 이게 17년의 긴 시간 동안 서서히 몰락해 간 황제 RTS의 버림받은 팬들에게 어째서 완벽한 헌정이 될 수 있는지.
17년은 매우 긴 시간이다. 그 동안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프랜차이즈를 팔아먹을 생각을 했고, 게임은 고작 1개의 오리지날과 1개의 확장게임이 나왔을 뿐이지만 자질구레한 설정과 조잡한 이야기들을 붙여나가며 계속 거대해져갔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가 나왔고 우리 모두 실망했다. 스타크래프트2는 우리가 지향해야할 어떤 거대한 계획으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블리자드는 계속 전진했고, 스타크래프트1과는 다른 스타크래프트2에 실망한 누군가처럼 스타크래프트2에 매력을 느낀 누군가가 생겨났다.
이젠 스타크래프트2도 중년 게임이다. 런칭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동안 적지 않은 이야기가 생겼다. 스타크래프트2는 3부작으로 자신의 수명을 잡아당겨 늘린 만큼 이 모든 걸 끝내야 할 책임이 있었다.
이런 광대한 맥락의 어느 지점에서 보통 게임사들은 팬들의 영혼을 팔거나 얄팍한 속임수에 기대고자 한다. 유니버스를 늘려 파생상품을 구매하게 하기 위해 갑자기 더 거대한 스케일의, 혹은 아무 상관없는 플롯들을 난폭하게 투입함으로써 게임의 전체 이야기가 에측 불가능하게 흐르도록 한다.
아니면 이야기 자체를 감당할 수 없어서 뭔가 심오하거나 비관적으로 보이는 엔딩을 빚어낸다. 약간의 후속작 암시와 함께. 사람들은 그저 혼란스러워 할 뿐이며 몇몇은 이 신기루의 명징한 의미를 파헤치고자 하며 몇몇은 욕한다. 수 개월이 지난 후 모두가 욕한다. 그래도 예고된 대로 후속작은 나오고 아마 다시 사람들은 기대하기 시작할 것이다.
공허의 유산이 왜 수많은 까칠한 인디 웹진들에게 호평받고 있는가?(대형 메거진 리뷰어들이 호평을 내릴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것은 이 게임이 보여준 결말을 매듭짓는 방법이다. 17년 동안 발전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말' 이란 건 환상에 가깝다. 왜냐하면, 누군가는 이미 스타크래프트2가 시작된 시점부터 이 게임을 싫어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고, 나머지는 나올 수 있는 모든 결말보다 더 장대한 걸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17년의 기대는 그렇게나 거대하다.
그런데 공허의 유산은 의외로 정공법을 택했다. 공허의 유산은 우리가 예상했던 그 지점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완전히 종결 지었다. 넝마가 된 셰퍼드의 몸뚱이가 움찔하는 장면도 없고, 외롭게 공전하는 행성의 한가운데에서 어슴푸레한 빛을 내는 헤일로의 컷씬도 없다. 전형적이고 통속적인 플롯은 매우 잘 발달된 캐릭터들과 품질 높은 시네마틱 스토리텔링, 그리고 인게임 대사들을 통해 엄청난 추진력을 얻어 아무 미련도 없이 엔딩으로 질주한다.
몇몇 부분은 확실히 아쉽다. 조금만 더 욕심을 냈으면 진실로 SF스러운 성찰로 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심오한 '코드' 들이 단순히 포장된 상태로 플롯의 여러 부분에 박혀 있을 뿐이다. 가끔 연출은(평소의 블리자드답게)의미 모를 괴상한 씬을 잡아내기도 한다. 17년동안 켜켜히 쌓인 복잡한 인물 관계들은 덜 흥미롭게 매듭 지어진다. 그러나 이 모든 역경을 차치하고서, 게임은 거의 모든 코어 캐릭터들에게 엔딩을 제공한다.
그러니까 블리자드는 정말로 해낸 것이다. 트릴로지를 완결지었고 그것은 고스란히 (대다수의)팬들이 원래 기대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DLC가 나올테지만 그건 서브플롯, 그리고 아마 언젠가는 블리자드가 만들 또다른 프랜차이즈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을 것이다. 스타크래프트2로 게임을 시작했건, 스타크래프트1로 게임을 시작했건 어쨌든 유저들은 자기들이 17년동안 기다려온 이야기가 어떻게 종지부를 찍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더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블리자드가 이 게임을 팬들에게 헌정했다는 뜻이다.
싱글플레이를 중시하는 전문가평, 그 중에서도 내러티브에 매우 까다로운 소형 웹진들의 공허의 유산 리뷰가 대개 호평인 까닭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XGN 말대로 이 게임은 동일선상에 출시된 폴아웃, 콜오브듀티, 툼레이더와 동등한, 혹은 더 높은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다.
물론 GOTY는 위쳐3이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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