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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기라졸
작성일 2015-12-10 23:58:14 KST 조회 570
제목
소실된 시간

 

탕탕, 교도관이 쇠창살을 두들겼다. 

「세 시간 남았네.」

「교도관 나리. 이 나라는 죽기 전에 원하는 것을 가져다준다거나 하진 않나 보오?」

「원하는 게 있나? 있다면 말해보게.」

교도관은 차갑게 대답했다. 이 사형수라면 죽기 전에 무얼 원하느냐, 라고 물으면 백이면 백 “여자를 주시오.”라고 대답할 놈이었기에 그는 일부러 묻지 않았지만, 굳이 저쪽에서 달라고 요청까지 하는데 무시할 수는 없으리라.

「사탕 좀 주시겠소?」

「사탕? 사탕 말인가?」

「그렇소.」

「아, 알았네. 가져다주겠네….」

뭐 갑자기 단것이 당기기라도 한 모양인지 그래도 자신이 사람이긴 한 건지 인간다운 구석이 없진 않군하고 교도관이 중얼거렸으나 사형수는 못 들은 것인지 아니 못 들은 척 한 것인지 대꾸하지 않았다.

「아, 초콜릿! 그리고 혹시 괜찮으시다면 아이스크림도 좀 가져와 주시오.」

뻔뻔스럽게 추가 주문까지 하기는… 하고 구시렁거리는 교도관이었다.

「자, 여기 있네.」

「아! 고맙소. 잘 먹겠소이다. 흐흐」

사탕 봉지를 순식간에 뜯고 내용물을 이빨로 와그작와그작 부숴 먹고, 초콜릿 포장지를 직 찢어버리고 입안 가득 쑤셔 넣는 그를 보고 있자니 과연 식탐 많은 사람으로 보일지언정 사람을 죽일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우엉?」

「아, 아니네. 신경 쓰지 말고 먹게…」

교도관 딴에는 두 시간 동안 다 먹지 못할 정도의 양을 사 왔다고 생각했건만 사형수는 채 삼십여 분이 지나지 않아 교도관이 가져온 것들을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좀 더 필요한가?」

「아니요, 괜찮고. 별 소용이 없구먼.」

「음? 소용이 없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별것 아니오, 그나저나 내 답례로 내 얘기를 하나 할까 하는데…」

교도관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고백하려는 것이라면 신부님이 이따가 오실 것이니 좀 기다리게나.」

「아니 거절하지 마시오. 나리 당신에게 개인적으로 정이 가서 그렇소.」

「음… 나라도 괜찮다면야.」

사형수는 얼굴에 천진난만한 미소를 띠며 교도관에게 물었다.

「고맙소, 음…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아, 혹시 내가 왜 단 것을 좋아하는지 아시오?」

「모르겠는데, 평소에 단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교도관이 철창문의 개구멍을 열고 담배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아니요, 아니요. 내가 왜 단것을 먹느냐 하면. 내가 그간 죽여 버린 여자들의 느낌을 씻어 내기 위해서요.」

사형수가 쇠창살을 통해 들어온 담배를 다시 교도관에게 건네며 말했다.

「담배는 안 피오, 술도 그렇고. 그러고 보니 몸에 좋지 않은 것을 해본 적이 없구려.」

몸에 좋지 않은 것은 해본 적이 없다니, 그럼 살인은 건강에 좋더란 말인가?

교도관은 그렇게 생각하며 담배를 받아 자신의 입에 물고서는 불을 붙였다.

「후….」

그는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가, 이내 영 아니라는 듯 담배를 발로 짓밟고 다시 사형수를 봤다.

「계속 얘기해보게나.」

「이런 얘기가 재미있나 보오?」

「딱히 재밌는 건 아니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음, 어찌 됐던. 아, 교도관 나리는 혹시 내가 처음으로 죽인 여자아이를 아시오?」

「갓 성인이 된 20대 아가씨?」

「아니요, 그건 두 번째 살인이었소. 첫 번째 살인은 10대 중반, 아마 열다섯 정도의 아이였는데, 어쩌다 보니, 정말로 어쩌다 보니 열다섯 계집애의 처녀를 훔쳤지. 근데 막상 일을 저지르니 후회가 되더군… 그냥 자수라도 할까 싶었는데, 소녀가 눈을 부라리며 눈물을 다 흘리더군.」

그가 익살스럽게 웃으면서, 잠시 뜸을 들였다가, 소녀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죽여, 죽여! 목숨을 구걸하느니, 차라리 지금 죽어서 영원토록 널 저주하겠어, …네가 가장 고통스러울 때 다시금 널 찾아갈 거야! 네가 나락의 절정에 달해있을 때 그 순간이 영원해지도록!」

사형수는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감고, 그때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으음… 아! 내 기분 이해하겠소? 조금 전까지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증오와 복수심에 찬 눈빛만이 날 향하고 있었소. 그런데 말이지, 그때! 내 몸이 짜릿하게 반응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껴버렸어. 어찌 된 영문인지 내 눈앞에는 이미 죽어있는 소녀가 밖에 없고 영원히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존해주고 싶더군.」

「그래서 어떻게 했는가?」

「뭐 어떻게 했겠나, 그 뒤로 그 소녀의 저주 덕인지 지금까지 이르게 된 것이오. 어떻소? 재미있었소?」

「음, 흥미로웠네. 내가 알지 못하던 부분도 듣게 된 터라.」

「그게 무슨 소리요?」

「자, 받게.」

「음?」

사내는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어 창살 안의 남자에게 보여주었다.

「이, 이건…?」

「자네, 그 소녀의 손목에 채워져 있던 이 시계를 빼어갔었지?」

「이걸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거요?」

교도관이 잠시 음 하며 숨을 골랐다.

「난 그 아이의 삼촌일세.」

「삼촌? 삼촌이라.」

그 순간 구두 소리와 함께 또 다른 교도관이 사내에게 다가왔다.

「선배님, 이제 한 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준비하러 가시죠.」

「음, 알겠네.」

그는 사형수를 흘깃 보더니, 틈새 사이로 손목시계를 던져주었다.

「그 시계. 내가 선물한 것이다. 난 아직도 생글생글 웃으며 다니던 그 아이가 영안실 냉동고 속에서 누워있던 그 날을 잊지 못해.」

「으히히히히! 형씨도 나랑 닮은 구석이 있나 보오? 흐히히히히히!」

「내 조카가 주는 저주를 고맙게 받아들여라. 한 시간 뒤, 네가 목숨을 잃는 그 순간에서 시간이 멈춰버려 그 고통을 영원히 만끽해라.」

사형수는 히히, 하고 웃었다. 그리고선 눈물을 흘리면서 시계를 주웠다.

「이, 이이 이…이 이익…!」

그는 떨면서 시계를 주워 보듬기 시작했다.

「나리, 나리! 미안하오! 잘못했소!」

철창문을 피가 나도록 주먹으로 때리며 비는 사형수. 그러나 교도관은 차가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젠 늦었어.」

「으히히히히히! 이젠 늦은 게요? 그렇소? 으흐흐흐…」

사내의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괴성과 교도관의 구두 소리 사이에서 홀로 째깍째깍 돌아가던 시계는 어느새인가 약이 다해 멈춰 있었다. 

 

 

--

 

이것 저것 생각나는 소재가 없어서 사형제가 있었으면? 이라는 생각이나 여러가지 구색을 맞춰서 쓰긴했는데 맞춤법이나 지적 자유롭게 받습니다


솔직히 글 쓰면서 제일 긴가민가한게 이걸 대사로 때워야할지 설명을 집어넣어야 할지 같네요 ㅋㅋ.. 다른 분들보면 적절하게 잘 집어넣는거같은데 저는 그게 안되는거같음.. 이걸 대사로 넣자니 상황묘사가 부족한거같고 상황묘사로 넣기엔 너무 짧게 짧게 들어가서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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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정신병자DIO (2015-12-11 00:11:5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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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엔 분위기에 맞게 한거 같습니다. 이런 내용이라면 너무 이렇다저렇다 묘사 왕창 넣으면 루즈할거 같거든요.
일례로 외양 묘사는 없었으나 사회의 쓰레기 죄수 / 교도관에 관한 이미지가 떠오르고 그 이미지에 해가 가는 인물 묘사가 없어 아무 장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꽤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아이콘 스투망했어요 (2015-12-11 00:12:5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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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당
르가인 (2015-12-11 00:52:1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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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없는게 반전이랄까요???
ㄷㄷㄷ 죄수가 실은 죄가 없다던가 죄를 뉘우친다던가 할줄 알았는뎁 ㅋㅋㅋㅋㅋ
아이콘 기라졸 (2015-12-11 01:02:3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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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좀더 긴 단편이나 중편을 썼으면 모를까 두시간동안 그런것까지 고려하면서 쓰고 문단고치기에는 너무 촉박해서.. 반전이 없어서 미안합니다 ㅠㅠ

시험이 끝나면 노력해보도록 할게요 ㅋㅋ
아이콘 Jin.K (2015-12-11 10:27:3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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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반전이 없어서 죄송할 필요는... 재밌게 잘 쓰신거 같네요.
아이콘 마즈군 (2015-12-11 10:55:1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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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교도관이 미소를 띠기보다는 뭔가 얼굴이 굳어지는 게 어울릴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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