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로코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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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12-12 22:05:28 KST | 조회 | 764 |
제목 |
엘프제국에 투항한 오크연방의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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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난기류를 만난 것처럼 불안하게 부르르 떨었다. 윙팁의 녹색등과 적색등이 번갈아 깜박이며 어두운 구름을 둥그스레 물들인다. 저 호전광 엘프들이 과연 이 신호를 백기로 받아들여줄까? 아니면 그냥 쏴버릴까. 오크 조종사는 Mig-25 "뱃라이더" 의 고도를 내리는 3분 여의 짧은 시간 동안 폭사 당할 수 있는 수천 가지 상황을 머리 속에서 그려보았다.
가장 우아한 죽음은 적 요격기와 도그 파이팅을 벌이다 불타는 뱃라이더를 버리고 탈출하는 것이다. 저 밑에서 고동색 빛깔로 출렁이는 차가운 바다에 가라앉아 천천히 얼어죽겠지. 가장 최악은 방공 미사일에 물려 죽는 것이다. 정밀한 열감지 시커가 불타는 알루미늄 조각들(플레어)을 꿰뚫고 날아오는 걸 상상해본다. 엔진에 불이 붙는 걸, 그 불이 홍색 혀를 내두르며 유류탱크를 잡아먹는 걸 상상한다. 등 뒤에 갑작스레 물집이 잡히고, 잠깐 섬광이 반짝이다가 영원히 잠들 것이다.
하지만 엘프 동지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자비로웠다. 혹은 훨씬 더 겁쟁이였거나. 단거리 대공 미사일이 록온할 수 있는 거리보다 훨씬 더 가깝게 엘프 제국 공군 F-15E "그리폰" 두 기가 접근했다. 저 전투기들은 엘프 항공역학 기술의 결정체였고, 공중의 진정한 지배자였다. 자신 있다는 걸까? 아니면 내가 비무장 상태라는 걸 알고 있는 걸까. 어느 쪽이든 저들은 내 늙은 박쥐를 얕보고 있군. 오크 조종사의 뱃라이더는 그리폰의 안내를 따라 부드럽게 노즈의 방향을 돌린다. 바다 끝에 불쑥 튀어나온 점 한 개가 점점 커지며 구조물의 윤곽을 악몽처럼 드러내기 시작한다. 엘프 제국의 주요 비행장 중 하나였다. 앞서 날던 그리폰들이 양쪽으로 갈라지자, 시계에 활주로가 펼쳐졌다. 뱃라이더는 능숙하게 기지에 안착했다. 오크 조종사는 후, 하고 짧은 한숨을 토한다. 그는 성공적으로 요격 당했다.
그는 통합 서기 대족장이 약속한 붉은 평화의 거짓을 꿰뚫어 보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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