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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르가인
작성일 2015-12-13 23:26:13 KST 조회 618
제목
가자 달나라로!

몇일전에 쓴고 있다고 한 개와고양이의 사랑이야기 입니다. 장편으로 쓸까도 생각했는데. 되도록 욕은 자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뼈와 살이 되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미 sf를 배경으로 장편소설을 구상하고 있어서 단편으로 썻습니다.  한글파일로 쓴걸 복사하니까. 띄어쓰기가 이상하게 되네요 ㄷㄷ 

 

 


 

 

 

마지막 데이트다.

고양이는 물 웅덩이에 비친 모습을 확인했다. 개에게 안좋은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주황색에 하얀색이 섞여있는 모습, 그리고 길고양이 답지 않게 털에서는 윤기가 흘렀다.

고양이는 언덕 위에서 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주인에게 걸린 건가? 고양이는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니면, 이제 정말... 마지막 데이트 같은 건 없이 끝이란 걸까?

다행이 저 멀리서 개가 달려왔다. 고양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검정색의 윤기 나는 털에 보통 개에 비해 유난히 커다란 몸짓 달빛을 받아 유난히 더 윤기가 나 보였다. 개가 고양이 앞에서 멈춰서고, 고양이는 어느 때처럼 개의 등 위로 올라탔다.

오늘 따라 개의 몸에 힘이 없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꼬리도 흔들지 않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기분 좋게 우리를 훑고 지나갔다. 정말 행복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이대로 끝내는 건 억울하다. 우린 아직 사랑하고 있는데... 비오고 번개 치는 날에도, 개와 함께 있다면 괜찮을 텐데... 이런 내가 할 말은 아닌가? 고양이는 쓰디쓰게 웃었다.

괜찮아 고양아?”

오히려 나를 걱정해준다. 불과 하루 전에 그렇게 함부로 대했는데 말이다. 고양이는 눈물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개에게 보여주지 슬픈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애서 눈물을 훔쳤다. 애초에 끝내려면 깔끔하게 끝내야 했다. 이렇게 나오는 것마저도 개 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걸리지 않았다면 괜찮았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은 언젠가 밝혔어야 할 것이었고, 생각보다 일찍 밝혀졌을 뿐이었다. 결국은 시간문제 였을 뿐이다.

그럼 당연하지! 아주 팔팔해.”

고양이는 애써 괜찮은 척을 했다.

산의 입구에 도착했다. 재초산 이라는 다시 재에 처음 초에 뫼산 자를 가지고 있는 이 산은 사람들과 다른 동물의 눈에 뛰지 않는 마지막 데이트로는 적절한 장소였다.

달이 산의 입구를 비추었다. 고양이에게는 평소의 신비로운 느낌과 다르게 왠지 모를 슬픈 느낌이 들었다.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행복이 깃든 추억의 장소가, 이제는 우리의 처지를 비웃는 저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개는 한 걸음 한걸음 씩 천천히 위풍당당하게 천천히 전진해 들어갔고, 고양이는 차마 막을 수가 없었다. 산 안으로 들어섰다.

고양이는 개와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태양이 뜨고 있었었다. 새벽의 안개가 낮게 깔려 주변은 굉장히 습해 고양이는 신경이 날카로워 질대로 날카로워 진 상태였다.

고양이는 그냥 떠돌이 고양이일 뿐이었고 개는 주인과 함께 산책하고 있었다. 나는 개를 보고 털을 바짝 세워 올린 채 그르렁 대는 소리를 내며 잔뜩 경계의 태세를 내보였지만 개는 고양이를 본 척도 안하고 주인과 함께 지나갔다.

그래서 이었을까? 아니면 운명이었을까. 고양이는 혼자 그랬다는 게 부끄럽고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고양이는 그날 오후 참새와 다른 개들에게 물어물어 개의 집으로 찾아가 잠들어 있는 개의 머리통을 쳤다. 개는 처음에는 일어나서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서는 크게 짖으며 고양이에게 화를 냈다.

뭐하는 거야!”

개는 잔뜩 화가 났는지 입에서 그르릉 소리를 내었다.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기세였다. 개는 목줄이 풀려있었다. 아마 주인이 마당에다가 풀어놓고 자유롭게 키우는 듯했다. 하지만 개는 담장위로는 올라올 수 없었고. 고양이는 담장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개는 고양이 쫓던 개 신세가 되며 나를 바라보며 계속 짖어댔다.

빨리 안내려와?”

개는 계속해서 화를 냈다. 하지만 고양이가 바보인가. 내려갈 리가 없었다.

개가 짖는 소리에 깜짝 놀란 주인이 달려 나왔다.

이게 진짜 조용히 안 해 내가 너 때문에 신성한 낮잠에서 깨야겠냐?”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듯하던 기세는 어디가고 개는 꼬리를 내리고 주인의 말을 들었다. 잔뜩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

그게...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시끄러 이게 어디서 말대꾸야. 진짜 미쳤나 개장수한테 팔아버린다!”

하지만 고양이가 보기에 단잠에서 깬 주인에게는 이유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았다. 개는 곧 조용해졌다. 아마 주인이 그러지 않으리란 것은 개도 알고 있겠지만 개장수는 개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예로부터 개들 사이에 개장수에 대한 갖가지 괴담이 떠돌았다.

고양이는 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담장위에서 내려가 미안하다고 사과할 까도 했다. 하지만 담장위에서 내려갔다간... 무슨 일을 당할 지는 불 보듯 뻔했다.

무슨 생각해?”

개가 물었다.

어느새 3분의 1즘 올라왔는지 고양이의 눈에는 나무 사이로 마을이 보였다.

...?”

고양이가 말했다.

자꾸 불렀는데 대답이 없어서.”

개가 말했다.

처음 만난 날 뒤로는 개는 고양이에게 좀처럼 화를 내는 일이 없었다. 솔직히 처음 만난 그날까지도 개와 이런 사이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 그것도 오늘 밤으로 끝이겠지만.

처음 만났을 때 생각.”

산을 한참이나 올라가다가 고양이가 불쑥 말했다.

내가 너 구해줬을 때?”

개는 잠깐 멈춰 섰다. 처음 만났을 때가 언제인지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다. 고양이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첫 만남이 아니었다. 고양이는 미친 듯이 웃었다. 개가 진짜 처음만난 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눈에서 눈물이 배어나왔다. 이게 웃어서인지, 아니면... 슬퍼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왜 웃어?”

개가 물었다. 고양이가 왜 웃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가 없다는 어조었다. 고양이는 지금 개의 표정을 구경하고 싶었다. 그 표정을 보는것도 마지막이 될 테니...

아니. 아니야

고양이는 살짝 빠져나온 발톱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왜 인지 무의식적으로 빠져나온 듯 했다. 이 말이. 개 한테 말한 것인지, 자기에게 말한 것인지 스스로도 헷갈렸다. 아마 둘 다일 것이었다. 개가 진짜 처음 만난 날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낮잠.”

고양이는 속삭이듯 말했다.

?”

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니야 가 던 길 가자.”

고양이가 말했다. 개는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쫓기고 있었었다. 보호세를 내라는 왈왈파 개들에게서 부터였다. 보호세라니, 왈왈은 멍멍보다 강하다는 뜻으로 곧 일반 개들보다 강하다는 뜻이었다. 고양이는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이름도 그렇거니와 애초에 뭐로부터 보호해준다는 말인가. 왈왈파 자체가 해악인데. 고양이는 요리조리 피해 다녔지만 벌써 몇 일째 쫓기느라 변변찮은 것 하나 주워 먹지 못한 터라. 힘이 빠져나가는 터였다. 고양이는 일부러 녀석들을 막다른 골목길로 몰았지만, 힘이 다 빠져나가 벽에 오르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너희들 뭐하는 거야?”

하며 우렁차게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번에 고양이가 낮잠을 깨웠던 그 개었다.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머리가 핑핑 돌았다. 저 개마저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하는 절망적인 생각이 고양이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들었다. 그리고 구해줄 리가 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모든 걸 포기하려던 차였다.

놀랍게도 그 개가 악질 개들에게 달려들었다. 고양이에게는 검정색의 커다란 몸집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개는 악질 개들을 몸통으로 밀어붙여 멀리 쳐냈고. 곧이어 다른 한 마리의 목 부분을 잡아 물고 발로는 다른 개들을 할퀴었다. 하지만 51의 악질 개들의 패거리가 전부 있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어느새 쳐나져 나간 악질 개들이 달려들어 개를 자신의 패거리에게서 떼어 냈다. 개는 고군분투했지만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점차 밀려나갔다. 하나 둘 검정색의 몸에 상처가 늘어만 갔다. 고양이는 어떻게 해서든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혼자 그렇게 뛰쳐나가면 어떡해.”

개의 주인이 달려왔다. 그리고서는 개와 싸우고 있는 악질 개들을 보고서는 돌을 던져 쫓아 버렸다. 처음 달려올 때의 화난 표정과 다르게 주인의 모습에서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감돌았다. 개는 주인 앞에서 위풍 당당히 고개를 치켜 틀고 혀를 내밀고 꼬리를 흔들며 헥헥 거렸다. 그 모습이 그렇게 늠름하고 멋져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라를 지키고 승전보를 가지고 돌아온 개선장군 같은 모습이었다.

근데 그때 나 왜 도와 준거야?”

고양이가 말했다. 바쁘게 다닌 탓인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어느새 산의 반절을 올랐다. 여기서 잠시 쉴 수 있는 곳이 나왔다.

그놈들 그 전부터 마음에 안들었었어.”

기대했던 대답은 아니었다. 고양이는 자신이었기 때문에 구해줬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게 빈말이라고 해도 말이다. , 아무렴 어떤가. 이제 다 끝일 텐데...

따라와 봐.”

골목길에서 빠져나가기 전에 개가 나에게 눈짓하며 말했었다. 주인은 벌써 개보다 앞서 나가고 있었다. 고양이는 전에 지은 죄가 있던 차였기 때문에 잔뜩 긴장했다. 저번에 낮잠을 깨운 것 때문에 복수하려고 그런 것일까? 혹시 아까 악질 개들을 혼내 준 것도 자기가 나를 직접 처리하기 위해서...? 고양이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몰래 도망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친 상태였다. 개를 따돌리며 도망칠 자신이 없었다. 고양이는 잔뜩 겁먹은 채 개를 따라갔다.

뜻밖에도 개는 앞발로 자신의 밥그릇을 툭툭 밀며 자신의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고양이는 한 번도 이런 따뜻한 배려를 받은 적이 없었다. 고양이가 맺은 관계란 그저 살기 위해서 서로 이용하는 그런 차가운 관계일 뿐이었다.

고양이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목이 멨는지 켁켁 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그런 걸 느낄 겨를도 없었다. 호의를 받긴 했지만 언제 개의 태도가 바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불리 먹인 뒤 에 잡아먹을 생각인지도 몰랐다. 개는 친절하게 물을 가져다주었다. 말없이 물을 마셨다. 정말... 달콤했다.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개는 괘념치 않았다. 주인이 개에게 소리 지르는 것이 들렸다.

너 뭐한 거야? 고양이한테 준거야? 오늘 밥은 없다.”

주인이 밖으로 나오며 말했다.

고양이는 깜짝 놀라 담장을 넘어 도망을 갔다. 주인은 처음부터 전부 지켜본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고양이는 한 번씩 개의 집에 들렀다. 사냥을 하고, 남는 음식이 있으면 약소하나마 개에게 나누어 주었다. 받은 건 갚는다. 그것이 고양이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이 거친 생활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 원동력 이었다. 그리고 의도야 어쨌든, 목숨을 구해준 것 아닌가. 그러다가 개의 기척이 느껴지면 황급히 몸을 피했다.

어쩌면 이때부터 엇을지도 모른다.

왜 자꾸 도망가?”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고양이는 개에게 걸려버렸다. 분명 어디 밖으로 나간 것 같았는데. 개가 집안에서 기어 나왔다. 고양이는 깜짝 놀랐다.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들켜버렸는데. 도망가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뭘 봐?”

고양이가가 말했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정작 나온 말은 그런 말이었다. 이게...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워 안 해도 되. 놀러 오고 싶을 때 놀러와.”

하고 개는 말했다. 나중에 고양이가 개에게 들은 사실이지만, 개는 알 수 없는 침입자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날 고양이인 걸 깨닫고 그때보인 불쌍한 모습과 오버랩 돼서, 화를 낼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 후로 고양이는 몇 칠은 개에게 가지 않았다. 큰 비밀을 들키고 난 뒤의 어색한 상황 같았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고 심심했다. 가다가 안가니 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양이가 개에게 자주 가면서 둘은 점점 친밀해졌고 주변 사람들과 동물들은 신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개와 고양이라니,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고양이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이없게 느껴졌다.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개도 고양이 자신도 상처받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신기한 우정정도로 여기고 남았을 것이다.

느낌이 이상했다.

유후~”

하며 다른 고양이가 구애의 몸짓을 하는걸. 바라보며 고양이는 깨달았다. 전처럼 몸이 달아오르지 않았다. 아니 전에 몸이 달아오른다고 생각했던 것도 착각이었던 것이었다. 부끄러움? 그런 것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콧방귀나 뀔 따름이었다. 뭔가가 사라졌다. 그리곤 그것의 주체를 알았다. 개 때문이었다.

처음에 고양이는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그저 착각일 뿐이라고, 목숨의 은인에게 가지는 감사한 마음일 따름이라고. 하지만 점차 부정할 수가 없어졌다, 모든 게 달라졌다. 행동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 지고 시간만 나면 부정할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되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부정하려 하니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정말 많이 아팠다.

개가 먼저 고백을 해왔다.

널 사랑하는 것 같아.”

개가 말했다. 굉장히 진지한 얼굴이었다.

발에서 발톱이 빠져나왔다. 괜스레 이를 강하게 물었다. 긴장해서 인지 털이 빳빳해졌다.

?”

고양이가 반문했다.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가? 기쁘기도 했지만 어벙벙 하기도 했다. 개도 같은 마음이었다니.

사랑해.”

개는 입을 악물고 하나 하나 강하게 말했다. 너무 강하게 물었던 건지 고양이는 피냄새를 맡았다.

“...”

고양이는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솔직히 당장이라도 허락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정말? 이게 옳은일일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 이틀... 삼일... 속이 타들어갔다. 내가 이걸 허락하면 어쩌지? 진짜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날 들이었다. 허락한다면? 아니라면? 이렇게 하며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되었다. 고양이가 개를 찾아갔다.

왔어?”

개가 말했다.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고양이는 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입을 열기까지도 고양이는 계속해서 고민했다. 고양이는 결국 입을 열었고 입에서 나온말은.

그래 한번 해보자.”

여기서 거절했어야 했다. 라고 고양이는 생각했다. 그랬다면 나와 개도 이렇게까지 상처받을일은 없었을 텐데... 아니 과연 그랬을까? 좋아하는 사람과 아예 이어지지 않았는데도? 확신할 수 없다.

미안해...”

고양이의 눈에서 눈물이 배어나왔다. 내가 고백을 받아 놓고 심사숙고 하면서 그렇게 해놓고, 이제는 이렇다니... 내 스스로가 정말 싫었다. 나는 정말... 개는 열심히 산을 오르고 있었다. 점점 지쳐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산 정상까지도 얼마 남지 않은 거리었다. 내 눈물이 개의 머리로 떨어졌다.

? 네가 무거운거?”

개가 장난스레 말했다. 하지만 개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라고 고양이는 생각했다. 단지 내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미안하지 않아도 되.”

개가 말했다. 봄날의 햇살처럼 따듯한 말이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영원히 그랬으면 좋았을 것이고 고양이도 그렇게 생각했다.

고양이는 개와 함께 산과 들을 뛰어다녔다. 지금 오르고 있는 산도 그렇게 하며 찾아낸 것이었다. 어렵지는 않았다. 개의 집에는 주인도 모르는 틈이 있었고. 주인이 집에 없는시간을 골라서 그 틈을 비집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되는 것이었다. 나비도 좋고, 바람도 좋았다. 그리고 멋진 노을도 보았다. 그때의 푸른 초원이 그립다.-뭐 솔직히 말하면 넓디넓은 초원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에는 작은 풀밭도 푸른 초원처럼 느껴졌다.

, 주인만 속이면 된다는 그런 일차원 적인 생각을 했을까?

개와 고양이가 같이 어울려다니는 건, 보낸 시간이 시간인 만큼 금세 다른 사람의 말에 의해 금세 주인의 귀에도 들어갔다. 개는 주인에게 혼났다. 그렇게 자꾸 돌아다니지 말라고 집을 지키라고, 고양이는 가만히 나무위에 앉아서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자꾸 그러면 목줄을 채우겠다고. 둘의 만남은 더욱 조심스러워 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었다. 고양이가 개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옆집 개에게 들킨 것이었다.

... 너희 지금 뭐하는 거야!”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게...”

개가 말을 꺼냈다. 하지만 옆집 개는 듣지도 않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봐 잠깐만!”

고양이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옆집 개는 돌아서지 않았다.

젠장할!”

개가 소리쳤다. 고양이는 침묵했다. 이제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저 개는 분명 비밀을 말 할 것이었다.

일단 가있어...”

개가 말했다. 힘이 없어 보였다. 고양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억울했다. 우리 둘이 만나는 게 무슨 죄라도 되냔 말인가. 남들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다. 그저 좋아해서, 사랑해서 만나겠다는데...

걸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다른 동물들과 사람들이 수군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저 아무 이유없는 시선들이 나에게는 폭력처럼 다가왔다. 친한 친구를 보았다. 친구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자리를 피했다. 친구가 쫓아왔다.

왜 못 본척 해?”

친구가 말했다. 고양이가 분명 자기를 보았는데 못 본척 한게 서운하고 화가 나는 것 같았다.

미안... 그냥 오늘은 말을 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네...”

고양이는 그렇게 말하고 친구를 지나치려고 했다. 그런 나를 친구가 붙잡았다.

자꾸 그럴래?”

친구가 소리쳤다.

제발 그만좀 둬 좀!”

고양이가 도리어 소리쳤다. 친구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알았어. 대신 나중에 무슨 이유인지 꼭 말해줘...”

친구가 말했다.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친구 옆을 걸어 지나갔다. 어차피 내가 말해주지 안아도 친구도 다 알게 될 터였다. 눈물이 나왔다. 행복했던 시간은 다 지나갔다. 이제 고생할 일만 남은 것 이었다.

세상에 반전이란 없구나. 고양이는 생각했다. 아침부터 무슨 큰일이라도 된 것처럼 수선을 떨며 온갖 동물들이 찾아왔다.

그래 다 좋다고 쳐, 애는 어떻게 하려고? 개와 고양이 사이에서는 애가 나올수 없어. 인간세상처럼 입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만약 입양이 가능하다고 쳐. 그게 네 애니?”

자기가 엄마라고 주장하는 고양이의 말이었다. 그 말이 진짜인지는 고양이도 몰랐다.

그런 건 상관 없어요, 우린 서로 사랑한단 말에요.”

고양이가 소리쳤다. 엄마라고 주장하는 고양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돌아갔다.

그건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야!”

불쑥, 원숭이가 다가워서 고양이에게 소리쳤다.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가 키우는 원숭이었다.

어째서?”

고양이가 물었다.

개와 고양이라니, 그런 웃기는 코미디가 어딨어?”

그렇게 말하며 원숭이는 바나나 껍질을 던지고 도망갔다. 고양이는 쫓아가려고 했지만 원숭이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원숭이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비웃고 도망갔다. 정말 짜증나는 녀석이었다. 그래놓고 주인 앞에 가서는 재롱을 피우는 꼴이라니. 도둑고양이 같은 녀석.

그래 좋아. 사랑한다고 쳐. 하지만 결국 너는 상처받을 거야. 지금이라도 끝내는 게 좋아.”

어제 헤어지고 간 고양이의 친구 녀석이었다.

아니야, 사랑한다면 되는 거 아니야?”

고양이가 말했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야.”

결국 친구의 말이 맞았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않는 존재에 대해서 비정했다.

이런 걱정과 또는 압박, 그것들은 고양이에게 호의를 가장한 폭력으로 다가왔다. 도대체 내 진지한 마음을 생각이라도 해주는 걸까? 이것보다 더 버티기 힘든 것은 그냥 대놓고, 앞에서 욕하는 것이었다. 특히 그 중에는 개가 나를 구해주고 난 후 얼마뒤에 개에게 아주 초전박살이난 왈왈파 녀석들이 많았다. 아예 예의도 차리지 않는 사람들. 대놓고 욕하는 사람들, 나를 마치 흉물 보는 듯이 쳐다보는 눈빛들... 정말 버티기 힘들었다. 개는 주인이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려고 했다고 했다. 필사적으로 버텼다고, 그리고 주인에게로부터 나와 만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확 보신탕으로 고와서 먹어버리겠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매력적인 고양이가 고양이에게 와서 구애의 몸짓을 했다. 아주 멋진 고양이 었다. 내가 개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니, 그러지 않았더라도 나는 아마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개 었으니까. 나는 그렇게 한참이나 구애의 몸짓을 하는 고양이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뭐야, 꺼져.”

고양이가가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아도 약해졌어도 개를 져버리고 저런 뻔히보이는 수법에 넘어갈 만한 고양이가 아니었다. 그 고양이는 슬며시 돌아갔다. 나는 몰래 그 뒤를 밟았다.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역시나 었다. 엄마라고 주장하는 고양이가 사주한 짓이었다.

참나, 저런 얘라고 말한적 없잖아요. 뭐 저딴 얘가 다있어.”

매력적인 고양이는 그렇게 말하며 화를내며 사라졌다. 그리고 고양이는 엄마라고 주장하는 고양이 앞에 가서 뻔히 노려보았다.

정말...”

고양이가 말했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 었다.

얘야 그게... 진짜 널 생각해서 그런거야.”

엄마라고 주장하는 고양이는 말을 더듬었다. 몸을 떨었다. 고양이는 뒤도 안돌아보고 돌아섰다. 그 고양이는 날 잡으려고 했지만 내가 뿌리쳤다.

고양이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압박과 모욕, 개한테는 미안했다. 애초에 내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되었을 껄...

헤어지자...”

고양이가 말했다. 개와 고양이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개의 주인이 볼까봐 섯불리 다가갈 수가 없었다. 가슴이 아팠다.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하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개의 마음이 더 아플까봐 울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신경쓰지 마. 우리가 중요한 거야.”

개가 말했다. 개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미안...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게 아니더라...”

고양이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 달려 나갔다. 개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뒤돌아서지 않았다. 결심이 약해질 것 만 같았다.

그래놓고, 마지막 데이트를 하자며 개를 잡아 세우다니. 나란 녀석은 정말... 쓰레기다. 고양이는 생각했다. 이제 이것으로 끝낼 것이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개와 고양이는 거의 정상에 올라섰다. 고양이는 개 위에서 뛰어내려 옆에 섰다. 우리를 그렇게도 힘들게 한 세상이 아주 조그맣게 보였다. 오줌 싸서 흘려보내면 잠겨버릴 것 만 같았다. 보름달이 아주 커다랗게 떠 있었다. 조금 만 더 다가가면 달에 닿을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같이 다른 곳으로 떠날래?”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다 고양이는 개에게 말을 한다.

어디로...?”

개와 고양이의 눈이 마주친다. 개의 눈빛이 떨린다.

말은 안했지만 개도 불안한 것이다. 이 마지막 데이트가 끝나면 우리는 어떻게 될지. 과연 우리가 만나기 전의 삶으로 돌아갈까? 아니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기억을 잃으면 몰라도, 아니 만약 기억을 잃는다고 해도, 우리는 가슴 한편에 빈자리를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이 세상에 우리가 안식을 취할 곳이라고는 없다.

달나라로!”

개는 한참동안 고양이를 쳐다본다. 그리고서는 결심을 굳힌 듯 고양이에게 올라타라고 몸을 낮춘다. 고양이는 개의 등에 올라탄다.

개는 힘껏 달려 나가 달을 향해 뛴다.

그 시각 달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란다. 개와 고양이의 그림자가 달에 비추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개와 고양이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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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광어우럭따 (2015-12-13 23:26:5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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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의 폭풍으로 가버린겁니까?
르가인 (2015-12-13 23:27:2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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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뇨 그냥 열린결말인뎁...

그나저나 그새 다읽엇나요 설마 ㄷㄷ
아이콘 광어우럭따 (2015-12-13 23:29:2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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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댓글 후 읽기가 개념이죠

1빠
르가인 (2015-12-13 23:31:5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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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콘 WG완비탄 (2015-12-13 23:38:3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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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야해
르가인 (2015-12-13 23:41:5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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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ㄷㄷ
포더윈터 (2015-12-13 23:55:0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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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섣불리라고 고쳐주시면 좋을 것 같고... 않아도 돼야 합니다. 일단 상황과 현재 상황을 교차적으로 표현한 것까진 괜찮은데 둘 간의 길이가 너무 달라서 전체적으로 몰입이 안 됩니다. 집중하면 어디가 과거고, 어디가 현재인지 명확히 알 수 있겠죠. 근데 이건 마치 비빔밥 안 만들어줘도 재료만 손님 눈앞에 던지면 장사할 수 있다는 것과 똑같은 소리임.

의인화라는 개념 자체보다도 일단 주가 되는 갈등은 종 간의 번식 불가능이 가장 큰 갈등인데... 이걸로 주요하게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달로 떠나는걸로 갈등을 끝내버리면 이게 무슨 의미의 이야기인지 답이 안 나옵니다. 물론 이런 스타일의 소설도 있지만... 이런 명확한 해결 없는 결말이 과연 첨예하게 끝내실 수 있는데 안 하신건지, 아니면 못 하셔서 이렇게 끝내신건지는 제가 좀 고민이 되네요.
포더윈터 (2015-12-14 00:00:2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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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데이트라는 설정에서 대화가 서로 깊은 관계라는 건 알겠는데 감정을 너무 성급하게 끌어가시네요. 미안해. 사랑해. 괜찮아? 같은 단어들이 오글거리게 느껴지는 건... 독자가 감정이입을 못 한 상태에서 둘 앞에 던져진거죠. 말하자면 님이 친구랑 밥먹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 애인이 오더니 님앞에서 닭살돋는 짓 하면 무슨 느낌이 들겟나요. 뭔가 소설 분위기가 영 남 연애하는데 앞에서 앉아있는 기분이군요. 연애물을 시간을 도치시켜서 하기엔 도입부가 너무 따라가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도입부를 이미 연애의 끝물로 시작하는 소설도 있죠. 그 카스테라 작가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고 있습니다. 이거 한번 읽어보세요 걍 추천해드림
아이콘 Elendi (2015-12-14 00:01:3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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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란로!
르가인 (2015-12-14 00:03:0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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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더윈터/음 닭살돋는군요 ㅜㅜ 한번 고심을 해봐야겠습니다...

ㅜㅜ
르가인 (2015-12-14 00:05:2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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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포터윈터/박민규 작가죠, 제가 좋아하는 작가중 하나입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읽어봣습니다. 명작입니다 진짜. 흠 그리고 달나라로 간건 진짜 간게 아니고, 자살한겁니다. 주변의 시선을 못견디다 자살한거죠 당연히 자살했으니 후에 본 사람이 없을 거구요. 앞부분을 닭살돋지 않게 고치는게 문제군요... 생각해보겠습니다.
르가인 (2015-12-14 00:06:1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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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과거도 문제군요... 흠 총체적 난국인듯 하네요 .. ㅋㅋㅋㅋ
아이콘 HomoMotalis (2015-12-14 00:21:2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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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게엔 왜이리 능력자들이 많은거야 에잇 정말..
아이콘 Jin.K (2015-12-15 17:07:5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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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저 쿰척쿰척하며 보았습니다. 으으 자게 소설들 너무 재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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