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르가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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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12-25 11:47:58 KST | 조회 | 588 |
제목 |
소설 올림 ㅋㅋㅋ 욕하지말하주세요 제가생각해도 오글거리는소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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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mso]><![endif]--> 흠 원고지 56장정도의 단편소설 분량인데. 플엑에 올리니 적어보이네요...
평범한 귀향
감회가 새로웠다. 오년 전 떠나온 고향을 이런 식으로 찾아오게 되다니, 그녀는 버스 창문 너머로 산과 들이 흘러가는 것을 보았다. 건물이 보이는 빈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점차 도시에서 멀어져 고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창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오년 전의 모습에 비해 초췌해져 있었다.
버스가 낡은 건지 엔진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녀는 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흔들리는 버스 소리가 그 날 그녀가 아버지에게 소리쳤던 그날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했다.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다른 사람들은 안정된 직장이라며 부러워했던 직장이었다. 그녀의 꿈과 반복되는 회사의 일속의 지친 삶은 그녀가 회사를 그만 두게 하기에 충분했다.
소설가가 되겠노라고 아버지께 말했다. 그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인정 해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차마 말로 담지 못할 저주를 그녀에게 퍼부었다. 잘해봐라. 그 한마디가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나?
“두고 보세요. 후회하게 되실껄요? 제가 성공하면 아버지는 거들떠도 안볼 테니 까요.”
그날 그녀는 그렇게 호기롭게 아버지에게 외쳤다.
“오냐 어디 한번 그렇게 해봐라. 너야 말로 다시는 집안에 기어들어오지마라. 네년이 내 눈에 보이는 날이 내 손에 피 묻히는 날인 줄 알아라.”
아버지의 목소리는 격앙되었다. 금방이라도 일어나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챌 것 만 같았다.
“아버지가 제게 해준게 뭔데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커다란 멍자국이요? 욕설이요?”
아버지는 끝까지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호기롭게 문을 박차고 순식간에 대문까지 뛰쳐나왔다. 아버지에게 말한 게 잘못이었다. 아버지는 그녀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사업을 망치고 도망치듯 시골로 내려온 후부터, 그녀에게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마치 그게 그녀 잘못이기라도 한 것 마냥. 그런 아버지에게, 도대체 뭘 바랬단 말인가.
엄마와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남동생이 걱정된 표정으로 그녀를 쫓아왔다.
“그렇게 말하면 어떡하니. 그리고 네가 아무런 상의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이렇게 통보하듯이 집에 온 것도 잘못이잖니.”
엄마는 타일르듯 말했다. 엄마는 그녀의 아버지가 폭력 행사를 안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폭력이 무서운 것은 어렸을 때 뿐이지. 이제 그녀는 아버지의 폭력이 무섭지 않았다. 그녀의 귀에는 엄마의 걱정이 그저 뻔한 잔소리처럼 들릴 뿐이었다.
“그만해요. 엄마까지 그러는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보겠다는데. 응원은 못해줘도, 저렇게 욕은 안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진정되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화난 것이 그대로 엄마에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동생이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나...”
그녀는 동생을 보지 않았다. 동생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새 그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이 그녀가 동생의 얼굴을 보는 것을 방해했다.
“알았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엄마는 동생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 미안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꼭 성공해서 보답할게요...“
아버지는 끝까지 그녀를 잡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집을 나왔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갔다. 다른 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과 교류하기에는 아무래도 지방보다는 서울이 더 나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무엇보다도 고향에서 최대한 멀어지고 싶었다. 그리고 지긋지긋한 시골의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녀는 엄마가 보내주는 돈과 자신이 아르바이트 하는 돈으로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엄마에게는 돈을 보내주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 했지만. 엄마는 한사코 돈을 주려고 했다. 사실 엄마의 돈이 없었다면 그녀는 한 달도 못 되서 거지꼴로 집으로 돌아갔을 터였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버스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차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저기요 혹시 꿈 마을에 가세요?”
이십 대 후반. 그녀의 또래로 보이는 버스 앞 좌석에 앉아 있었던 여자였다. 살짝 웃으며 말하며 생기는 보조개와 또 목소리가 참 귀여웠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굳건해 보이는 몸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냥 무시할 수 도 있었다. 하지만 심심하기도 했거니와. 또 먼저 말을 걸어온 사람을 무시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왠지 모르게 여자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요?”
그녀가 말했다.
“반가워서요. 명절도 아닌데 꿈 마을에 가시는 분을 보다니.”
여자가 말했다.
“그러게요...”
그녀는 무시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근데 그쪽은 무슨 일로...”
그녀가 여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자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거기서 살아요. 서울에서 내려왔죠.”
여자가 뭘 그렇게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당연하지 않았다. 꿈 마을은 그녀의 고향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전부 그녀가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여자는 없었다. 그렇다면 여자는 그녀가 마을을 떠나고 난 뒤. 마을에서 살게 된 사람이 라는 뜻이었다.
“도대체 왜. 그런 곳에...?”
그런 말이 반사적으로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곤 그녀는 곧 바로 그녀의 실수를 깨달았다. 처음 만난 사이에 이 무슨 실례란 말인가. 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아, 죄송해요.”
그녀가 황급히 여자에게 말했다. 여자의 기분이 나빴다면 어쩌지? 그녀는 생각했다. 집에 가는 길 내내 불편하고 싶지는 않았다.
“괜찮아요. 저한테 많이들 그런 거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렇게 말하는 여자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기는 사라지고 늠름함이 엿보였다.
“믿기시지 않겠지만. 저는 농사짓는 게 꿈이었어요.”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그저 듣고만 있었다. 농사가 꿈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게 농사 아니었던가. 그녀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다르고, 이렇게 비슷한 사람이 또 있을까.
“힘드셨겠네요. 부모님이 반대했을 텐데요...”
그녀는 왠지 모르게 여자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 그녀와 비슷한 점이 있음을 느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당연히 반대했죠.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제가 어느 날 달랑 편지 한 장 남겨놓고 여기로 내려왔는데.”
그녀가 웃었다. 여자도 따라 웃었다. 더욱더 자신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래서 더 웃음이 나왔다.
“처음에 노발대발 화를 냈죠. 전화로 집에 들어올 생각은 하지 말라고...”
여자가 말했다. 그녀는 여자의 말에 집중했다. 비슷한 상황에서, 여자는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과연 여자는 어떻게 대처를 했을까. 여자는 계속해서 말을 해내가기 시작했다.
“첫 수확물을 보냈어요. 제가 처음으로 수확한 거였죠. 비록 맛이나 품질은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제 손으로 직접 키운 거였어요.”
그렇게 말하며 여자는 수줍게 웃었다. 그 모습이 퍽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여자의 대처방식이 웃겼다. 농사 짓지 말라는 부모님에게 수확물을 보내다니. 그녀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을 방식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가족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딱히 한 일이 없었다. 당연히 이해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잘못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말은 안하셨지만 그 때 이후로 좀 풀어지셨어요.”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그녀의 이야기를 여자에게 말해주었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 둔 것, 그리고 부모님의 반대로 집을 나왔지만 포기하고 집으로 다시 들어간다는 것. 끝에서 그녀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힘내세요...”
여자가 말했다. 어느새 마을아 다와 있었다. 그녀는 버스 정지등을 눌렀다.
어느새 그녀의 고향인 꿈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인 형태여서. 정류장에서 내려서 호랑이 아가리로 들어가는 형상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오랜만에 맛보는 고향 바람이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그녀와 함께한 바람이었다.
오랜만에 온 고향은 그녀의 기억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강당이나 주민 센터같이 각종 편의시설이 지어져 있었다. 아마 농촌지원정책의 일환인 듯 했다.
“죄송한데... 이것 좀 들어주실래요?”
여자가 그녀에게 상자를 내밀었다. 그녀는 선뜻 상자를 받아들었다. 밀봉이 되어있어서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를 상자였다.
“사실 이거 사려고 시내에 나갔다 오는 길이었거든요.”
하며 여자는 마을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그녀에게는 모든 게 익숙했다. 5년 새 많은 부분이 변하기도 했지만 변하지 않은 게 더 많았다. 그녀의 추억들이 이 마을 여기저기에 녹아 있었다.
“그럼 편히 둘러보세요... 제가 급히 할 일이 있어서요.”
마을 회관 앞에서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마을 회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집으로 향하려고 했다. 여자가 그녀의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엄마와 눈을 마주쳤다. 엄마가 알아 봤을까? 그녀는 도망치듯 뛰어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엄마는 마을회관에 있었고 아빠는 일을 나갔을 터였다. 동생은 군대에 갔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었다.
그녀는 집의 가장 안쪽인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모든 것이 그녀가 떠날 때 그대로였다. 거기다가 말끔히 청소되어 있었다. 엄마가 그녀가 올 것을 알았던 것일까? 아니었다. 아마 엄마는 매일같이 혹은 적어도 주기적으로 그녀의 방을 치웠던 것이다. 눈물이 났다.
그녀는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 자리에 누워보았다. 이곳에서 자지 않은지 오래되었건만 포근함이 느껴졌다. 집에서 따스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녀를 둘러싼 긴장이 조금씩 풀리는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었을까? 눈꺼풀이 스스르 잠겨갔고 그녀는 거부할 수 없었다.
엄마와 아버지가 이야기 하는 소리에 그녀는 잠이 깨었다. 부모님은 거실에 계시는 듯 했다. 그녀는 아차 했다. 이렇게 어이없는 방식으로 아버지와 마주 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아버지를 볼 면목이 없었다.
“무슨 급한일이 있다고 일하는데 부른거야?”
아버지가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
“그 얘가 왔다니까요...”
엄마의 목소리였다. 엄마의 목소리는 한껏 들떴지만 어딘지 모르게 걱정스러웠다.
“정말이야?”
아버지가 말했다. 엄마는 아버지의 그 날카로운 말에 움찔한 듯 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방에서 나왔다. 부모님은 깜짝 놀라신 듯 했다.
“네가 여기 무슨 일이냐?”
아버지가 물었다.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래, 네가 말한 건 이뤘냐?”
그 말이 그녀의 가슴을 후벼 팠다. 그녀는 푸욱 고개를 숙였다.
실패했다. 그것이 결론이었다. 그녀는 너무 평범했다. 천재들 사이에서 그녀는 결국 그녀가 빛나는 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평범한 사람이 위대한 꿈을 꾸는 것이 그리도 크나큰 죄였던가.
조롱이 쏟아졌다. 네가 별 인줄 아냐고, 너는 그저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일 뿐이라고. 돌멩이에 색을 칠한다고 별이 되는 줄 아느냐고. 처음은 괜찮았다. 기다려라. 내가 별인걸 보여주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그들의 말이 옳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서서히 지쳐갔다. 아버지 앞에 서있는 이 순간이 치욕스러웠다.
“나가라.”
아버지의 음성이 낮게 깔려 온 집안을 울렸다.
“못 들었어?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어서 나가.”
아버지가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 그녀는 움찔했다. 뭐라해도. 그녀는 죄인이 아니었던가. 뭐. 후회하게 될 거라고? 결국 후회하게 된 것은 그녀였다. 아버지가 아니였다.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보, 왜 그러세요...?”
엄마가 아버지의 팔을 붙잡았다.
“돈도 보내-”
“조용히 안해?”
아버지가 엄마의 팔을 뿌리쳤다. 그리고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너, 네가 한말은 꼭 지키고 들어와야 하는 거 아니냐? 설마 그런것도 못지키면서 그렇게 뛰쳐나간 거야? 지금까지 해온 시간이 아깝지도 않아?”
아버지는 거의 억지로 그녀를 밀어붙이다 시피 해서 집안에서 쫓아냈다. 아버지의 말이 그녀에게는 비웃음처럼 느껴졌다.
어렸을 적 놀던 느티나무아래 앉아 그녀는 엉엉 울었다. 아버지와 놀던 기억이 있던 나무였다. 그때 설치했던 간이 그네는 세월의 흔적 앞에서 사라져, 낡은 줄만 매달려 있었다. 너무 서러웠다. 아무리 그녀가 잘못했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아버지라면, 과연 저럴 수 가 있는가. 그래 떠날 것이다. 내 반드시 돌아와서, 아버지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말 것이다. 반드시. 이 치욕을 되갚아주고 말 것이다.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
“...”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확인했다. 여자였다. 그녀는 오늘 처음 보는 사람에게 우는 모습을 들켰다는 사실이 더 부끄러웠다.
여자는 당황한 것 같았다.
“앗, 저도 모르게 그만... 죄송해요...”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황급히 그녀의 어깨위에 올라 와 있던 손을 치웠다. 여자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여자에게 기대어 목 놓아 울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다. 너무... 힘들었다. 그녀의 고충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 이렇게 옆에 있어준다는 게 이렇게 힘이 되는 일인지 몰랐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울었다. 편안했다. 여자가 잘 알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울었을까. 그녀는 여자에게서 얼굴을 떼었다.
“죄, 죄송해요...”
그녀는 여자에게 말했다. 여자는 당황스러운 듯했다.
“저기 어머니가 오시네요.”
엄마였다. 엄마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찾고 있었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물러났다. 엄마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네 아버지 너무 미워하지 마렴...”
엄마가 말했다.
“왜죠? 왜...!”
그녀는 반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사 그러 들었던 서러움이 다시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왜? 어째서 아버지를 미워하지 말란 말인가. 엄마도 보았지 않은가. 아버지가 나에게 어떻게 대하는 지를. 과연 그 사람을 아버지라고 말 할 수가 있는가.
엄마는 말이 없으셨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던 것 같았다.
그녀는 화가 났다. 더 이상 이런 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자랐다는 것 자체가 화가났다. 젠장할 젠장할 젠장할! 그녀는 마음속에서 되뇌었다.
엄마가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이거 놔요!”
그녀가 날카롭게 소리치며 엄마의 팔을 뿌리쳤다.
“네 아버지가...”
엄마는 말을 잊지 못했다. 놀라서 목이 맨 것 같았다. 엄마는 한참이나 그녀의 팔목을 잡고 서 있었다. 적어도 그녀에게는 한참의 시간처럼 여겨졌다. 뿌리칠 수가 없었다. 아버지라는 말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엄마의 손은 뜨거웠다.
“네 아버지가... 아버지가... 믿지는 않겠지만...”
엄마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아버지가 뭐란 말인가... 뭘 했길래...
“그 돈들을 오히려 아버지가 보내라고 하신 거란다.”
그럴 리가 없었다. 저런 아버지가? 저 아버지가? 설마... 엄마가 아버지를 변호하기 위해서 거짓말 하는 것일 터였다. 아버지가 돈을 보내다니, 그만큼 웃긴 코미디도 없었다. 하하하. 그녀의 마음속의 단단한 알이 금이 가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이야... 내가 어떻게 네 아버지 몰래 그렇게 많은 돈을 보내겠니...”
사실이었다. 솔직히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큰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동안 그 돈이 어떻게 마련 된 것인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쁜 이유도 있었다. 그저 엄마가 따로 마련해 아버지를 잘 피해서 보낸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설마 아버지가 보내라고 한 것인지는 생각도 못했다.
“거짓말!”
그녀는 소리쳤다. 그녀의 생각이. 그녀가 5년이라는 꽤 긴 시간동안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었던 원동력이 꺼져가는 게 느껴졌다. 그녀가 글을 좋아했던 탓도 있었지만. 그녀를 무시한 사람들에 대한 증오로 글을 쓰며 버텨왔던 것이었다. 절치부심. 약해질 때면 그녀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반드시 그녀를 무시한 사람들을 뭉개버리겠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그녀는 엄마의 손을 뿌리쳤다. 더 이상 이딴 거짓말을 듣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엄마는 분명 지금 아버지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집으로 뛰어갔다.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이 모든 사실을 따지고 싶었다. 그녀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었다.
“정말이다. 마을 사람들이 네 험담을 할 때면. 네 아버지가 먼저 따지고 들었어. 그 얘는 자신과는 다르다고, 꼭 성공할 거라고... 아직 피지 않은 꽃일 뿐이라고, 꽃이 피는 걸 인내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엄마가 쫓아오며 말했다. 엄마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네 아버지 얼굴에 멍 봤지...?”
엄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음색이 달라졌다. 그녀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집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조금만 달려가면 집에 다다를 수 있을 터였다.
“그것도 네 욕하는 사람과 싸우다가 생긴 상처야...”
엄마의 말은 그녀의 정신을 깊게 후벼 팠다.
“하하하하하.”
그녀는 웃기 시작했다.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섞여 괴상한 소리를 자아냈다.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대하고...? 그녀에게 필요했던걸 뒤에서 잘해주는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녀와 얘기하며 소통하는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는 필요없었다. 뒤에서 잘해주면 뭐하는가. 그녀가 알 수 있는가? 왜 알아서 욕을 먹으려 하는가.
“그럼 왜. 왜 나한테 그렇게 한 거예요? 왜. 내가 힘들어 하는 거 알면서.”
그녀가 소리쳤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직접 말해주면 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그녀가 그렇게 아파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를 증오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직 증오가 풀리지 않았다.
“미안하다...다 내 탓이다”
어느새 그녀의 앞에는 아버지가 서 계셨다. 아버지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
그녀도 엄마도 아버지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슬픈 표정을 하고 계셨다.
“미안하다... 내가 싫었다. 내 잘못으로 인해 돈이 없어서. 자식을 도와주지 못하는 게. 말도 안되는 소리 같지만 그래서 더 그렇게 모질게 대했다.”
아버지의 음성이 나직하게 내리깔렸다.
“너에겐 항상 미안하다...”
그녀의 눈에, 그렇게 크게만 느껴지던, 최종보스 같았던 아버지가 작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그녀의 감정이 모두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내가 원했던건 이런게 아니란 말에요...”
그녀는 스르르 무너져 주저앉았다. 끝까지 증오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버지가 그녀에게 모질게 대하지 않았던, 어렸을 적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결국 그녀의 아버지 였다.
“차라리 끝까지 모질게 대하라구요...”
이 말은 거의 자조적으로 나왔다. 그녀는 모든 게 허무 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미안하다... 미안해... 미안해...”
아버지는 그렇게 끊임없이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도 같이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같이 울었다.
“벌써 가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다시 올라가기 위해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
그녀가 말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우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진정이 된 지금에는 못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동질감 때문일까? 왠지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뭔가 뻥 뚤린 느낌마저도 있었다.
“죄송해요... 너무... 동생같아서...”
여자가 말했다.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저야말로... 그런 꼴을 보여드려서...”
그녀가 말했다.
버스가 왔다. 그녀는 버스 앞자석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녀에게 인사했다. 어느새 구름이 개고, 해가 보였다. 버스가 가는 길 뒤로 해가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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