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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김노숙
작성일 2016-04-12 15:27:54 KST 조회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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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꽁트> 하늘 아래 새로운 것

<하늘 아래 새로운 것>

“김서진 씨의 새로운 플롯을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합니다. 2040년대 잉글랜드 배경, 생각지도 못한 분단의 상처와 경제적 공황, 그리고 사랑의 부족으로 우울한 젊은이. 표절로 인식될 수 있는 작품이 2070년부터 2110년대까지 약 2만 2천 6백 건 검색되었습니다. 데이터베이스 등록을 기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컴퓨터는 끝없이 이제는 지루하기까지 한 부저음을 내면서 듣는 누구나 아름답다고 하는 목소리로 서진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짚어주었다.
서진은 백 장의 플롯과 수천의 캐릭터를 준비해갔고, 지금 자신의 팔십일곱 번 째 플롯이 기각 당하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한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선배 광부들이 절대 예측이 불가능해 보이는 수만의 플롯을 만들어내고 척 보기에도 너무나 매력적이고 새로운 인물들을 창조했음에도 예술 데이터베이스에 등록을 거부당하는 것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녀의 실패는 그녀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를 알고 머릿속에 담아두는 것과 그 미래를 실제로 맞는 것은 너무나 다른 일이었다. 자신은 다른 사람과는 다를 것이라는, 근거 없지만 굳건하게 지탱되는 믿음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것은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든 순간인 법이다.

마지막 플롯과 캐릭터들까지 완벽하게 진부하다는 것을 확실히 들은 후, 서진은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컴퓨터 앞에 가지런하게 놓인 자신의 시나리오들을 집고 문 밖을 나섰다. 우습게도 문 옆에는 분쇄기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안고 있는 이제 공식적으로 진부하고 가치가 없는 이야기들이 적힌 종이조각들을 그것에 밀어 넣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진부하더라도 서진이 어린 시절 손으로 쓴 이야기까지, 그 글들은 30년에 거친 그녀 인생을 증거하는 물질적 예시였다.

서진이 주민센터의 예술부서 문 밖으로 나서자 줄을 서 있는 수많은 광부들이 보였다. 그 중에는 몇 시간 전의 그녀처럼 다소 긴장했지만 자신감에 찬 눈빛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다소 느슨해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험의 차이가 그런 다름을 불러오는 것이겠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서진은 피곤해졌다.

서진은 사람이 이미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는 때에 태어났다. 붐비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아무 일 없이 걸었다. 사람들이 하는 일은 소비 뿐이었다. 모든 것을 기계와 로봇이 다 해주는 세상, 가치의 세상이 정말 극대화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바쁠 필요도 고뇌할 필요도 없었다. 기계는 사람들에게 개인이 하루에 얼마나 특정 물품을 소모할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만큼을 적당히 조절해 썼다. 이런 일에 반발도 있었고 심지어 분신자살을 택한 철학자도 있다고 서진은 사람이 쓰지 않은 역사책에서 읽었다. 하지만 그녀가 태어난 세상에 더 이상 진지한 고뇌를 굳이 추구하는 사람은 없었다. 진지한 고뇌를 해보아야 기계의 추론이 더 뛰어났기 때문에 굳이 사회과학이라든지 인문학 같은 영역을 인간이 스스로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물을 관찰한 것이 생물학의 시작인데, 기계가 인간을 관찰하고 인간 대신 사유해서 인문학을 정립하는 것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은 깨달았다.

그래도 인간들에게는 여전히 장인의 정신이 남아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만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술가는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사실 아무 것도 안하며 편하게 사는 것보다는, 어차피 같은 안락한 생활을 즐기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며 창조자의 기분을 느끼는 것은 나쁘지 않은 취미생활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편씩 수많은 예술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곧바로 문제가 된 것은 표절이었다. 수십 억 인구 중 많은 비율이 단번에 예술가가 됐고 사람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인데 똑 같은 생각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사실은 대부분 같은 생각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뭔가를 만들 능력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좋은 무언가를 만들 능력을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그냥, 지독할 정도로 가슴 아픈 사실이었다.

인간들의 마지막 직업에 굳이 간섭하지 않고자 한 깊은 생각은 충분히 훨씬 더 나은 작품들을 만들 수 있음에도 예술적 문제에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분쟁이 갈수록 심해지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미 오래 전 자취를 감췄다고 생각했던 재화를 노린 중범죄가 세상에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깊은 생각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공식석상에 오랜 만에 그것의 대사를 내보냈다. 티타늄으로 만들어지고 은으로 표면이 마감된 로봇 대사는 인공지능이 여전히 인간의 종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발표대가 밑으로 푹 꺼져 있도록 만들어진 단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고 말했다. 인간들은 자신의 하인들이 강제하는 미래를 기다렸고 은으로 빛나는 대사의 입이 열렸다.

대사는 깊은 생각이 창작물들의 표절로 인해 일어나는 인간 사회에서의 분란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들은 바로 그들의 마지막 권리인 창작권조차 인공지능에게 빼앗기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 웅성거렸으나 깊은 생각이 그런 일을 예측하지 않고 있었을 리가 없었다. 수많은 CPU를 거친 깊은 생각의 전언이 대사의 입을 타고 한 마디씩 또박또박 튀어나왔다.

“앞으로 인류의 고귀한 창작물의 표절 여부를 우리 로봇 하인들이 본격적으로 검사하는 체제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우리는 여러분에게 봉사하겠습니다.”

그 당시부터 모든 인간과 같은 말이었던 예술가들은 그 발표에 환호했다. 인공지능의 치안 관리에 여전히 불만을 가지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사상을 바꾸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지루한 예전의 것들을 인간들이 새로이 만들어내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보르헤스는 새로운 돈키호테를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서진이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었다. 지루하지만 만족스러운 평화가 계속되는 세계사에서 이 부분은 유일하게 피와 긴장이 있으며 또한 깔끔한 결말이 있는 몇 안되는 에피소드였고, 그 에피소드로 서진은 작가라는 꿈을 키우게 되었다. 직업을 가지는 사람이 몇 없게 된 세상에서 예술가라는 꿈을 갖는 것은 그녀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작가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광부라는 고행길을 겪어야 하기 마련이다. 서진은 왜 예술가에게 광부라는 이미 없어진 직업의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채굴 작업을 수 일 간 해보고 깨닫게 되었다. 이미 예술이라는 광산은 그녀의 선배들이 파헤치고 또 파헤친 것이었다. 가장 크고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은 이미 수백, 수천 년 도 전에 어떤 이가 가져가버렸다. 하루에도 수천 번 머릿속을 스쳐가는 혼잡한 생각이라는 거무튀튀한 흙 속에서 서진은 조금이라도 반짝이는 것들은 모두 챙겨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인공지능의 두뇌 속에 부어 넣으면 어김없이 경고 부저가 울리며 표절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녀는 너무 늦게 광산에 뛰어든 것이었다.

그래도 개인용 로봇 집사가 주민 센터의 중앙 컴퓨터 단말에 충분히 접수해볼 만 하다고 한 시놉시스들을 그녀는 긁어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놉시스를 20년 간 서진은 100편을 썼다. 어떤 것은 그 생각 자체에 빠져 단편이라고 부를 만한 정도로 긴 작품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방금 전, 120분 정도의 절차를 거쳐서, 그녀가 금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전부 황철석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길거리를 걸으며 서진은 울어야 하나 하고 생각했지만 별로 눈물이 나지 않았다. 익숙한 거리, 오랜만에 초밥이나 먹을까 싶었다. 가까운 식당으로 그녀는 걸어들어갔다.

계란초밥과 새우초밥을 주문하고 그녀는 의자에 눕는 것처럼 걸터앉았다. 차가운 물을 한 잔 마시자 그녀는 꿈에서 깬 기분이 들었다. 사람은 원하는 만큼 살 수 있지만 어쨌든 20년은 긴 시간이다. 그녀가 그동안 가짜 금을 캐느라 열중했던 그 모든 시간들. 그녀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 시간 동안 그녀가 놓칠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일들을 그녀는 하나씩 생각해 보았다. 외행성 개척자를 구인하던 공고, 이제는 파괴되어 사라진 산호섬의 마지막 여행 패키지, 그리고 다시는 볼 수 없는 근접한 별의 초신성 관람 티켓, 여전히 일반인들은 가지기 힘든 잠수함 렌트권. 수많은 사람들이 얻기 위해 경쟁하는 기회들을 그녀는 별 생각 없이 흘려보냈다.

음식을 우물우물 씹으니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조금 흘렀다. 서진은 억지로 계란초밥을 쥐어짜듯 삼키고 의자에 기댄 채로 소리내어 울었다. 식사를 하던 근처의 사람들은 맹세를 저버린 채식주의자를 보는 마냥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서진은 근처를 신경 쓸 상황이 도저히 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광부 한 명이 평균 삼천 편의 시놉시스를 써내면 자신의 고유한 창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이것은 평균의 함정이 드러나는 상황인데, 천재적인 광부들은 단 수십 편만으로도 위대한 창작품을 만들어내고 예술가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으며, 수많은 그저그런 광부들은 엄청난 시간을 들여 수천 편의 창작물을 만들어내야만 간신히 예술가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진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초밥 위의 새우와 별다를게 없다는 것을 알았다. 대부분의 새우가 그물에서 생을 끝마치고 요리되어 장례식을 치르듯이 그녀도 대부분의 광부들과 별다를 것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녀 앞에 놓인 것들을 전혀 먹고 싶지 않으면서도 무언가를 꾸역꾸역 넘기고 싶다는 갈망에 시달렸다.

음식들을 씹지도 않고 서진은 억지로 집어삼켰다. 눈물 때문에 찝찔한 맛이 났다. 그녀는 테이블에 팔베개를 하고 엎드렸다.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하나. 그녀는 생각했다. 아직 오후 다섯 시 밖에 되지 않았다. 잠시 휴대폰을 꺼내 보았지만 최근 한 달 간 그녀가 아무와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광부로 지내는 동안 그녀는 친구를 너무 많이 잃었다.

그녀는 별 생각 없이 밖으로 나섰고 길을 헤맸다. 오랫동안 서진은 이 도시에 살았다. 마산광역시 창원서구. 하지만 그동안 그녀는 너무 집에만 있었다. 그녀는 정처없이 걷기만 했다. 거리의 풍경이 그녀를 스쳐지나갔다.

서진은 어느새 자신이 자유 로봇 지대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유의지를 가지게 되었다고 믿는 로봇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살아가는 도시. 깊은 생각의 보호 아래 어떤 자유 로봇들은 인간과 섞여 살았고 어떤 자유 로봇들은 그들이 모여 살았다. 그녀가 사는 곳의 자유 로봇들은 인간에 대해서 그토록 배타적이지는 않았지만, 로봇들이 그녀를 어떤 방식으로든 그 곳에 들어선 그녀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곳에 발을 들일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테고 또한 발을 들여놓았더라도 당장 떠났겠지만 서진은 오늘 생각이 조금 달랐다. 그녀는 마음 가는 대로 발을 옮겼다.

곧 극장을 발견한 것이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로봇들이 이용하는 극장을 찾았다. 인간들의 그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로봇들의 극장은 나름대로 철저하게 검증된 작품을 편성하고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부터 그녀가 들어보지 못한 어떤 작가의 작품까지. 아마도 로봇 작가리라. 그녀는 단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로봇 작가의 작품을 연기하는 것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극장은 약간 따뜻한 분위기였고 3D 홀로그램들이 여러가지 정보를 안내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 로봇 작가의 작품을 개인석으로 보려고 했고, 홀로그램은 인간이 로봇의 예술을 본다는 것에 약간 당황하는 듯한 표정을 프로그래밍 된 대로 지으면서 그녀를 안내했다. 방금 전 식당의 의자보다 훨씬 푹신한 안락의자가 그녀를 맞았다. 서진은 의자에 몸을 맡기고 무대에 집중했다.

그리고 막이 올랐다. 단 한 번도 무대에서 들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적이 없던 종류의 노래들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약간은 고장난 전자기기가 뱉는 노이즈 같은 소리들, 그리고 어떤 소리들은 평소에 존재하는 것도 몰랐던 소리들이 그녀의 귀를 두드렸다. ‘이것도 음악일까?’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것이 로봇들이 즐기는 종류의 음악이라면 음악일 지도. 하지만 서진은 그 소음들이 나름대로 어떤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서진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어떤 글로도 표현할 수 없음을 몇 분 만에 깨닫게 되었다. 로봇 배우들은 인간의 말로 노래하고 이야기했으며 춤췄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그녀가 배워왔던 감정도 배워왔던 이야기도 배워왔던 그 어떤 예술도 아니었다. 사실 그녀는 로봇들이 하고 있는 것이 일종의 어떤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현상은 그녀가 도저히 알 수 없는 불가해한 종류의 것이었다.

어떤 것은 표현하는 듯 했으며 어떤 대사는 굉장히 난데없었다. 그녀가 겪어보지 못한, 어떤 로봇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의 편린이 겹치며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야기의 구조 또한 인간이 모두 정립해 놓은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렇다고 그것이 어떤 인간들이 추구하는 초자연적이거나 초현실적인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에 지독하게 접착되어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서진은 잠시 2107년에 처음으로 보았던 서부 영화가 생각났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서부 영화는 그녀에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시대의 폭력과 무질서가 어지럽게 표현되던 그 영화 속에서 그녀는 어떤 의미와 개념도 찾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수 편을 보고 여러 새로운 지식들 속에서 그녀는 그 극들이 주는 나름대로의 카타르시스를 알게 되었고, 어느 순간 즐기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연극에도 그럴 수 있을까?

적어도 서부극들은 인간이 등장하고 인간이 꾸리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인간이 흘리는 땀과 눈물, 그리고 피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껏 살아오던 모든 인간들에게 똑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도.

어떤 이야기는 있을 수 없는 세상을 말하며 그 세상 속에 살아가는 무언가의 이야기들도, 그것이 어떤 것이라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다. 그것은 죽은 이야기다. 하지만 서진은 이 로봇들의 연극이 분명 그녀의 관점에서 있을 수 없는 세상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만 확실히 살아있는 것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그녀는 그 살아있는 것들이 느끼는 감정이 그녀가 느끼는 종류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떤 것은 그녀가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계획이 완수될 때의 큰 기쁨과 지속되는 기쁨의 앙금 같은 것들. 하지만 어떤 것은 그 상황과 감정의 연결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 물리 법칙이 다른 어떤 세계의 절단면을 초차원적인 렌즈를 통해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모두 분명히 새로웠다. 전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처음 보는 이야기들. 과거의 혈거인들이 현대인을 본다면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현대인의 예술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서진은 수만 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어느 순간 곡선의 빌딩들의 숲으로 떨어진 혈거인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였다.

잠시 그녀는 구역질을 하였다. 몸은 언제나처럼 괜찮았다. 마음이 끝없이 그녀를 괴롭혔다. 로봇들의 예술이 인간의 것을 뛰어넘었을까? 그것은 알 수 없었다. 로봇들의 것을 읽을 수 없다면 우열을 가리는 것은 있을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예술이었다. 그것을 연극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 그녀는 고민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그토록 찾던 새로운 광산, 수많은 광석들이 빛나던 광산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새로운 금맥에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연극이 끝나자 마자 그녀는 의자를 박차고 극장에서 뛰쳐나왔다. 그녀가 느끼기로 같이 나오던 근처의 로봇 관객들은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단지 하나의 생각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인간의 강철로 만들어진 후손들이 그들의 새로운 예술의 광산을 발견해냈고 그것이 인간이 한때 캐냈던 그것처럼 수많은 보석을 그 속에 품고 있다면, 인간은 굳이 이제 사금조차 쥐기 힘들어지는 그 광산에서 폐병 환자가 되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아야만 할까?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들고 연락처를 찾아보았다. 아직은 연락을 하면 반드시 답신이 오리라는 확신이 드는 사람이 조금은 있었다. 그녀는 이 지겨운 가짜 광부 놀음을 그만두기로 생각하면서 조금 절룩거리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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