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가콘에 대하여 페이스북에 쓴 글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IP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것이고 그 이야기를 줄줄 꿸 만큼 너디하게 즐겼던 것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점점 멸망의 길로 걸어가면서 나도 거기서 발을 뺐지만, 여전히 곧 개봉한다는 워크래프트 영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 IP를 영화로 만들어서 성공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 그리고 이번 워크래프트 영화의 스틸샷을 보니 블리자드가 그 역사를 깨버릴 것 같지도 않다. 이야기야 이미 게임 상에서 다 알려진 것이니 어떻게 전개될 지 별로 궁금하지 않고, 더 중요한 것은 연출이 척 봐도 엉망이라는 것이다.

보니까 영화 내에서 마법을 묘사할 때 스크린샷처럼 푸른 안광이 눈에서 비친다고 하는데... 이건 게임에서의 연출을 그대로 영화에 때려박으니 생기는 거대한 오류이다. 인간적으로 누가 봐도 거의 벡터맨 급의 촌스러움이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나타나는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판타지 장르에서 나타나는 마법이란 매우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스크린에서 그걸 그럭저럭 관객이 납득할 수 있게 묘사하는 연출은 쉽지 않고, 반지의 제왕 같은 경우에는 깔끔하게 지팡이 끝에서 나는 빛 등의 광원으로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안광은? 이건 그냥 영화 만드는 애들이, 흥행 실패 시에 적어도 "게임을 그대로 따라서 만들지 않았다"고 욕을 먹는 일은 피하기 위해서 면책용으로 넣은 것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보기 안 좋다. 게임과 영화의 전달 방식 차이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이건 무슨 눈알에서 체렌코프 현상이 일어나는 사람 같다.

영화관 표값을 아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백터맨을 까다니

1은 준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