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의 여인

군대에 있을때 날 정말 괴롭혔던 건 부조리도 아니고 작업도 아니었다. 아니 사실 작업도 정말 힘들었다 훈련보다 훨씬..

 

하여간 제일 힘들었던 건 언어적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군대는 성욕이 정말 직관적으로 분출되는 공간이다. 나 역시 거기서 미디어가 선사하는 온갖 선정적인 매체들을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 나는 욕망의 침례교도였다. 이미지로 나오는 섹슈얼리즘은 현실과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최근에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 참을 수 없었던 건 친구들, 가장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들 마저 성적인 농담을 하고, 이성에 대한(그리고 주변의 여군 부사관이나 장교를 표적으로 한) 힐난과 불신, 그리고 다소 강1간 페티시가 섞여 들어간 음담을 소비할 때였다. 그리고 나는 허영이 정말 많은 사람이라서, 그 농담에 감히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이런 죄의식과 내가 어렸을 적부터 가지고 있었던 다양한 문화매체에서의 환상 뭐 그런 것들이 혼합되어 만들어진 것이 미네소타의 여인인 것 같다. 나는 일병 어느 시점에서부터 미네소타의 여인을 창조하기로 결정했다.

 

왜 미네소타인가? 나는 내가 창조하기로 결심한 세상에서 가장 고결하고 완벽하며, 내 정신이 기어이 본받고 따라야 할 이상향을 제시해주는 이 위대한 여성이 되도록이면 가장 이상적인 환경에서 자라길 바랬다. 미네소타는 세계의 자본과 상품이 집약되는 미국에서도 가장 풍족하고 부유하며 지적인 토양이 마련된 주들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쌍둥이 도시 - 또 그 중에서도 세인트 폴이 내 여인이 살기에 가장 적합했다.

 

이때부터 미네소타의 여인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사과파이를 만들기 위해 우주를 먼저 창조해야만 한다는 칼 세이건의 말이 있잖은가.

미네소타의 여인을 창조하기 위해 우선 나는 처음 미네소타를 개척한 근대의 노련하고 용맹한 스웨덴 탐험가를 먼저 만들기로 결심했다. 미친 놈이냐고? 놀랍게도 군대에선 이런 상상을 할 시간이 정말 많다. 특히 당신이 근무를 설땐...

사실 이 사람의 정체는

재능있는 변태입니다.

버게로 오시죠
오셔서 문화의 깊이를 한껏 더해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