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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김노숙
작성일 2016-07-01 16:59:42 KST 조회 370
제목
시대유감

<한국 자본주의와 정의에 대한 유감>

 

이번에 전두환의 차남과 처남이 거액의 세금 포탈 혐의로 재판을 받아 벌금 40억 원이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그 둘이 그것을 낼 여력이 없어서 이런 경우에 따르는 노역형을 집행하기로 했답니다. 노역형은 말그대로 벌금을 낼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벌금을 노역으로 갚는 것으로, 지금 법 기준으로 일당 10만원을 받습니다. 그런데 웃긴지 슬픈지 아직도 애매한 것은 이 사람들이 벌금 40억원을 미납했으므로 일당 400만원을 받으며 형을 치른다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20대의 대학 졸업생입니다. 지방의 중산층 집안에서 자라서 저는 부러워할 것도 부러움 받을 것도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배움에 뜻이 있어 어릴 때 유학을 가지 못한 것이 가끔 부모님께 원망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나름대로 축복받은 환경을 거닐었다고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들도 나름대로 잘 해냈습니다. 사교육비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지만 2012 수능을 상위 1%로 해결했으며, 국가가 지원하는 인문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명문대로 취급받는 서강대의 심리학과에 12학번으로 진학했고, 학점도 4.0에 가깝게 받으며 지금은 졸업 예정 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지금 '형벌로 주어지는' 일당 400만원보다 더 큰 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당장 월급으로 4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일만 얻을 수 있어도 저는 당장 그 일을 하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저와 함께 서강대를 졸업하는 학생들 중 당장 월급 4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을 거라고 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 저만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인디 게임 개발이죠. 그동안 받은 장학금들 중 현금으로 받은 장학금을 모아서 제가 원래 꿈꾸던 인디 게임 제작에 쏟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3명의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고 아티스트는 홍익대를 다니고 있는 재학생을 고용했습니다. 저는 제 양심을 저버리고 법을 어기기 싶지 않기에 고용한 사람에게 최저임금 이상, 항상 100만원 이상의 월급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용역을 사면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과연 게임을 잘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는데 성공한다면 일당 400만원에 달하는 가치를 세상에 제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일당 400만원을 벌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약 오백만 원 가량을 사용했고 천 만원 가량을 더 사용하게 될 것 같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제 꿈을 충분히 이루었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인디는 배고픈 길이고 저는 그것을 알면서 택했습니다. 하지만 원래 가지고 있는 돈이 크게 많지 않은 청년이라면 새로 사업을 시작할 때 완전한 성공을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저와 그들이 전두환의 장남과 처남이 일당 400만원을 받으면서 하는 노역보다 사회에 가치를 덜 창출할까요? 글쎄요, 노역장의 노역은 원래 일당 10만원짜리 노역입니다. 저는 제가 만들 수 있는 가치가 그 일당 10만원짜리 노역과 비슷하거나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다른 청년 사업가들이 하는 일도 대부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저는 의문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이 벌금을 낼 능력이 없으면 일당 10만원을 받으며 치르게 되는 형벌이 누군가에게는 그 40배를 받으며 치를 수 있는 형벌이 될 수 있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일당 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수치스럽고 더러운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팀원에게 월급을 줄 날이 다가올 때면 얼마든지 더요. 또, 하루에 400만원을 받을만큼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 현실에 얼마나 될까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당 400만원의 노역을 '형벌'로 생각할까요?

 

저는 정말 억울하고 안타깝습니다. 전두환의 차남과 처남이 40억 원의 세금을 낼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어이가 없으며, 또 그들의 일당 400만원이 결국 저희 부모님이 피땀흘려 번 돈에서 나가는 세금일 것을 알기에 더 슬픕니다. 저는 공무원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흔히 하는 말로 우리는 유리 지갑을 가지고 살아가거든요.

 

어릴 때부터 법은 평등하게 적용된다고 배웠고, 저는 법은 사회의 합의에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모두에게 최대한 정의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이런 믿음은 허물어지며 오늘 저 기사를 보자 더욱더 슬픔이 차오르네요. 저는 세상과 저를 믿는 종류의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하면 세상도 저에게 보답을 준다고 생각하는 지극히 순진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고, 그 순진한 생각이 반드시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정말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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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파워군[성격파탄] (2016-07-01 17:09:3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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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한국이 돈 만있으면 살기좋은곳이 아니겠습니가
아이콘 갓료선 (2016-07-01 17:10:3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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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400만원은 대체 어디설 일하면 그렇게 주나. 40억이면 사실상 평생은 커녕 대물림해서 노예하는 금액이 아닌가.
아이콘 OvO (2016-07-01 17:24:5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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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일해도 4년이 안 되네
라마503 (2016-07-01 18:10:3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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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일당을 받는 게 아니고 벌금을 퉁 쳐주는 것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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