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로코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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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7-03 23:28:12 KST | 조회 | 3,1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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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패트릭 모리세이, 그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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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스카 와일드를 사랑하는 아일랜드계 잉글랜드인이었다.
야심은 많았지만 소극적이었고, 재능은 있었으나 동기가 부족했다.
어느 날 조니 마가 기타를 들고 맨체스터의 모리세이 집에 처들어와 대뜸 밴드를 결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잉글랜드 인디 록음악의 전설적 아이콘, "더 스미스"가 시작됐다.
그래, 더 스미스는 빠르게 부상했고 빠르게 몰락했다. 스미스의 영향력은 영국 내에서는 지대하지만, 그게 미국과 호주 등 세계 시장에까지 확장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국에서 출발한 거의 모든 현대 록음악들은 스미스에 빚을 지고 있다. 어쨌든 이것은 스미스의 흥망성쇠를 다루는 글은 아니고...모리세이에 집중해 보도록 하자.
모리세이!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반대로, 이 남자를 증오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모리세이는 누구인가?
그는 급진적인 채식주의자다. 인종차별주의자일 소지? 흠, 의심해 볼 만 하다. 아일랜드계 잉글랜드인의 독특한(그리고 기괴한) 애국심, 영국 공화주의자, 독신주의자, 무성愛者(금칙어때매), 오스카 와일드의 팬.
그의 가사 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가 모순적이다. 노동계급의 도시 맨체스터에서 태어나 애수에 젖은 사춘기적 감성으로 노래를 부르고(그래서 공연장에서 맞아 죽을 뻔한 적도 있다), 가죽과 고기로 재생산되는 동물들에게 무한한 애도를 보내지만, 중국인들을 혐오하는 트윗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이 몰상식하고 질질 짜는 남자한테 어떻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거냐고?
글쎄, 아마 그 지독한 가사 재능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의 인생,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독신주의-무성愛者의 삶.(NME같은 곳은 그의 사생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겠지만 가십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나이가 들어도 철들지 않는 그 한결같음. 그 자체가 일종의 포스트 모더니즘에 기반한 현대 예술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리고 스미스 최고의 앨범 중 하나임에 분명한 The Queen is dead의 가사를 보자. 퀸 이즈 데드도 좋지만,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의 후렴구도 최고다.
And if a double-decker bus
crashes into us
To die by your side
Is such a heavenly way to die
And if a ten-ton truck
Kills the both of us
To die by your side
Well, the pleasure - the privilege is mine.
그런가 하면 가장 최근(연도상으로는 최근이라 하기 힘들지만)의 노래 Irish blood, English heart는 여왕의 죽음을 노래했던 그의 감수성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힘차고 애국적인 가사를 새겨 넣었다.
Irish blood, English heart
this I'm made of
there is no one on earth
I'm afraid of
and no regime
can buy or sell me
하지만 모리세이는 어디 가지 않는다. 후렴구에서 그는 곧바로 어퍼컷을 꽂아넣는다.
I've been dreaming of a time when
the English are sick to death of Labour and Tories
and spit upon the name Oliver Cromwell
and denounce this royal line that still
salute him/ and will salute him forever...
이런 노래였지만, 오피셜 차트에서는 엄청난 대박을 쳤다. 이 치명적인 모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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