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주제, 특히 제1세계의 이해관계가 얽힌 분쟁을 묘사한 영화를 평론할 때 드러나는 가장 아이러니한 딜레마는 평론가가 스스로 이념의 선봉대가 된다는 것이다. 필름 예술은 렌즈를 현실에 밀착한 채 회색 지대를 아슬아슬하게 걸어오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고, 그 복잡한 스펙트럼에서 의미를 발굴해내는 것은 온전히 영화 평론의 몫으로 남았다. 하지만 평론가가 해석을 거부하는 영화가 나타난다면?
곱씹어 볼수록 정신이 아득해지는 말이다. "악어의 눈물", 그렇다면 이 영화는 부시와 블레어가 성조기와 유니언 잭을 흔들며 이라크로 날아가던 시절, 그들을 보좌하며 영미 패권주의의 복음을 설파하던 이들의 잠재적 후계자라는 것인가? 자신들의 죄를 은폐하고 우리를 기만하기 위해 사악한 GCHQ가 은밀히 조오작하여 방출한 프로파간다 상품이라는 것인가?
현대전을 다룬 영화는 많이 나왔다. 그 영화들은 부수적 피해, 군인들의 PTSD를 다루며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전쟁 당사자들의 책임을 경감하는 역할을 했고, 그것은 좋지 않은 매너리즘이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을 공격하는 평론은 더 심각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