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플토지만허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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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7-22 00:11:33 KST | 조회 | 4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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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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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일제강점기 조선 사회에 대해 흥미를 가졌고, 나름대로 진지한 태도로 게으른 자신을 억지로라도 달래서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를 하면서 상당히 당혹스러웠던 적이 몇번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일본 제국과 조선총독부는 협력보다는 대립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와 생각보다 당시 조선인들의 반일감정이 폭발적이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였다 (3.1운동 이후). 무산자 계층일지언정 조선인들이 일본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생각보다 호의적인 편이었고, 더 놀라운 사실은 1930년대 조선총독부 고위관료층은 조선 사회에 대한 상당한 책임감을 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책임감과 거기에서 비롯된 조선총독부의 조선통치는 일본 제국 내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정치적 야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제 6대 조선 총독 우가키 가츠시게는 일본에서 일어난 5.15 사건 이후로 정치적 기반을 거의 잃은 채로 조선 총독으로 부임했지만, 야망은 그 누구보다도 큰 사람이었다. '세계의 우가키, 최소한 일본의 우가키'가 되기 위해 그는 조선을 일본 제국의 핵심적인 위치로 올리고자 했고, 내선융화와 농공병진정책, 특히 공업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일본 대자본이 조선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조선의 공업은 예전에 비하면 괄목상대할만큼 규모가 커졌다. 또한 조선 농업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지주와 중간층의 과도한 소작농 수탈을 개선시켰고, 학교의 수를 지속적으로 충원시켜나갔다.
여기서 한가지 기억해야할 사실은, 이러한 정책들이 그래도 순탄하게 펼쳐질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전까지 총독부가 조선인들을 착실하게 통제하기 위해 마련했던 폭력적인 공권력, 즉 경찰력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들 경찰력은 조선 병합 초기부터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거나 대결하면서, 그리고 자신들 입장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조선인들의 관습과 부대끼면서 조선인에 대한 편견을 깊이 받아들였다. 이는 하부 조직에 내려가면 갈수록 그런 경향이 심했다. 문화정치에 들어서도 이런 경향은 별로 완화되지 않았고, 조선인들의 머릿속에는 점점 총독부, 아니 일제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가 쌓여갔다.
해방 이후 조선총독부 고위관료들의 언급에 따르면, 이들의 통치의도는 누가 뭐라할 수 없을 만큼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실제로 총독부 통계와 자신의 경험에 비춰 분명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그들도 피식민지인들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일제강점기를 별로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분노를 했으면 했지. 어째서 이런 '비극'이 일어난 것일까? 정녕 일본인이 조선 사람을 대신해서 조선을 통치했기 때문에 그럴까? 개인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실은, 총독부는 조선왕조, 대한제국 정부보다 획기적으로 다른 그런 정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근대적 제도와 문물을 도입하고 산업화를 조선땅에서 일으켰다고 해서, 그리고 그것이 어느정도 조선인들의 삶을 평균적으로 올려놨다고 가정해본들, 그게 사실이더라도,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조선총독부는 조선통치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그들은 조선인을 끝내 끌어안지 못했다. 의외로 그들은 태평양전쟁 말엽이었고 종전 때문에 실시가 안되었을지언정 조선인의 제국 참정권을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업적을 이루긴 했다. 그러나 그건 결국 그들만의 업적이었다. 내선일체, 내선융화, 일시동인. 그들의 구호는 사뭇 진지했고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그들은 일본, 자신들의 조국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었다. 이는 조선의 독립과 자치의 움직임을 있는 힘껏 억제할 뿐 적극적으로 조선인들을 수용하지도 않으면서 일본 본국에서는 그렇게 원하지도 않는 내선일체를 관철시키려한 오만함의 결과였다. 그들의 오만함은 결국 조선 사회의 일본에 대한 트라우마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의 민족배반에 대한 정리를 못내리고 있다. 아니 이젠 내릴 수 없다. 오로지 뿌리깊은 반목과 조소만이 남았을 뿐이다. 난 조선총독부가 그래서 싫다. 어설프게 조선을 안으려 한 그 오만함이,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동정을 보내는 내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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