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로코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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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8-06 01:03:22 KST | 조회 | 4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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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스비의 형제(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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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링컨셔의 작은 항구도시 그림스비는 인구 8만 명 남짓한 시골 마을이다.
요즘 온갖 언론들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그 유명한 백인 노동계급이 이 마을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림스비는 대구 장사로(영화 내에도 관련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대구를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어요!") 먹고 살며, 덴마크계 글로벌 기업 DONG 에너지의 재생 에너지 발전 단지로 채택되어 투자 받기 시작하면서 포스트 산업 시대의 기류를 가까스로 붙잡았다.
다른 영국의 많은 소도시들처럼 그리스비도 무자비한 도시 재개발 대상이 됐다. 불규칙하게 올라간 휑한 플랫 단지와 그 사이에서 양해를 구하는 것 마냥 옹졸하게 자리잡은 빈민가는 영화 내에서도 많이 포착된다. "그림스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체르노빌의 쌍둥이 도시입니다." 라는 자조적인 팻말과 함께. 물론 그것이 영화의 분위기를 침체시키지는 않는다.
(정말로 리암 갤러거를 닮은)주인공 노비와 동생 셉의 엇갈린 운명을 통해 영국 도시들의 빈부격차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고아원 장면에서의 "두 아이 모두 입양하셔야 합니다. 이 마을에서는 미래가 없어요!" 라는 대사라거나(그림스비는 영국에서 성인으로 살기에 가장 최악의 도시라는 악명을 가진 빈민가다) 내가 런던으로 갔으면 너처럼 살게 됐을 거라는 노비의 대사나.
토끼처럼 번식하며 정부 보조금이나 타내는 쓰레기들을 제거해서 지구를 치유하자는 최종보스의 범행 동기는 사실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잉글랜드 노동계급 특유의 징글징글한 유대감을 표현한 건 이 영화의 많지 않은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빌리 엘리어트 때부터 느낀 거긴 하지만, 영국 엘리트들은 자국의 구제할 길 없는 빈민층에 기괴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각본을 맡은 샤샤 바론 코헨은 유대계 영국인으로 케임브릿지 대학교를 졸업했다) 아마 그들이 실제로는 런던을 떠난 적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시타델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 받는 이들에게 낙후된 시골 지역의 삶은 자기들이 오래전에 잃어버린 어떤 원시적인 상징처럼 비쳐지지 않을까.
어쨌든 최근의 자랑스러운 좌파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대놓고 러브콜을 보내는 한편 은밀히 낙인 찍었던 노동계급에게 반동의 포화를 맞고 있잖은가. 어쩌면 백인 노동계급의 멸종을 바라는 사람들은 그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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