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로코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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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8-14 16:11:30 KST | 조회 | 446 |
제목 |
나는 이제 서울을 증오하지 않는다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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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서울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했을 때, 내 머리속에는 오로지 증오와 의문 뿐이었다.
대체 이 먼지 많고 복잡한 도시에 어떤 간교가 숨어 있길래, 이다지도 많은 건물이 들어선 것일까? 이렇게나 많은 기업들이 입주한 것일까? 왜 이 나라에선 오로지 서울만이 자본 성장의 은총을 받을 수 있는 걸까, 나머지 지역은 모두 진흙탕과 뻘밭을 기어가고 있는데?
어느 날 나는 도무지 퀴퀴한 에어컨 바람을 참을 수 없어 바깥으로 나갔다. 흡연자들을 위해 조성된 간이 발코니였다.(저 담배 안핌) 거기서 저 멀리 도시화된 운무에 휩싸인 서울 메가 빌딩 밀집 단지를 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나는 서울이 좋아졌다.
먼 훗날, 나와 같은 분자들이 서울을 밑기둥부터 갉아먹기 시작할 것이다. 서울은 지금 당장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젊은이들을 받아들이고 있으나, 그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낙후된 나머지 지역에서 올라온 야심 없고 가난한 젊은이들. 그들은 서울역으로 정자동 역으로 기타 등등 내가 이름도 외우기 싫은 많은 부촌들로 걸어다니며, 서울이 제공하는 금빛 기회를 붙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 속에 거대한 불씨를 감추고 있다.
그들은 거역할 수 없다. 자신들의 마음 속에 깊이 뿌리내린 진짜 근본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깨어나는 날, 결국 서울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잿더미 속에서 찬란한 제2 수도 부천 공화국이 탄생할 것이니, 내 어찌 우리 부천에게 달콤한 양분을 길어주는 어머니 서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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