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건대 나는 악취 페티시가 있다.
그래서 근근웹을 자주 염탐하곤 한다. 나도 꽤 여러 커뮤니티를 눈팅으로나마 돌아다녔다고 자부하지만, 이렇게까지 정신병리학적으로 흥미로운 인간 유형들이 모인 곳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아마 전문가들도 인정할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루리웹의 정치적 '성향'을 송두리채 바꿔놓은 사건은 단연 메갈리아다.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뭉친 루리웹인 만큼 사이트 전방위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여기서 한 가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게, 루리웹의 성향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좌파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애초부터 진보주의와는 거리가 멀었고, 계몽적이기엔 사이트 전체가 주류 지성을 혐오하며(나는 그렇게 거대한 사이트가 이렇게나 확고한 반지성주의 성향을 보인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여성혐오, 이슬람배격주의,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꼰대 성향이 아주 강하게 드러난다. 루리웹의 주요 유저층은 아마 20대에서 30대일 것인데, 한국의 1세대 하급문화 향유자들의 나이가 이제 슬슬 30대 이상을 넘어갈 무렵이므로 루리웹의 보수화는 매우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따라서 메갈리아 하나가 루리웹의 성향을 좌파에서 우파로 바꿔 놓았다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수구 세력의 아젠다를 선호하는 루리웹이 주류 세력 혐오라는 자신들의 집단적 특성과 합쳐져(+이렇게 말하면 좀 모멸적이긴 하지만, 그들은 여성을 제외한 사회적 약자-자신들과 밀접한-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으니까) 진보 언론과 진보 인사들을 지지하던 것이 이제야 원래 길을 되찾아가는 거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사실 최근 들어서는 진보/보수의 개념이 이전처럼 잘 들어맞지 않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영미식 자유주의도 한국의 진보주의와는 온도 차가 크다. 일베는 노동자 인권(말했다시피, 이들은 자신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에 대해 동정적이다.)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것은 전통적인(?) 한국 보수주의의 경제 이념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나는 일베, 루리웹 등, 원래부터 아주 밀접한 아이덴티티를 공유할 수밖에 없었던 이 "커뮤니티"들에 대해 새로운 성향을 부여하고 싶다. 이들은 밀레니얼이고, 경계에 서있다. 이들은 이전 세대의 부조리와 앞으로 한국이 지향해야 할, 혹은 원래는 지향해야만 했던 가치들의 충돌지점에 정체되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사회적 결핍이 무엇 때문에 오는 것인지 잘 알기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할 분노를 표출한다. 그러나 자기 집단을 제외한 모든 것에 매우 적대적이다. 그들은 숙명적으로 자기 부모 세대의 적자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젊은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