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로코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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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8-25 20:59:40 KST | 조회 | 397 |
제목 |
가계부채, 슈퍼파워2, 권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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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유일호를 욕한 걸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 이 남자는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쥐고 있는 패는 한정되어 있는데 그가 쓰러뜨려야 할 상대가 너무 강하다.
내가 슈퍼파워2 바닐라 버전을 플레이할 때는 국가의 부채가 감당 못할 지경으로 커지면 그냥 포기했다. 혹은 세금을 99%로 물렸다. 신기하게도 이 게임은 어떤 마법의 경제 공식을 사용하고 있어서, 그렇게 해도 GDP가 감소하거나 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그랬다.
유 장관이 부임한 지 얼마 안되고 나서 그가 경제 인사, 재계가 모인 회담 자리에서 했던 말이 기사화된 적이 있었다...솔직히 한국 상황이 정말 어렵고 힘들어서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아니, 한 나라의 재정부 장관이 대놓고 비즈니스 심리를 깎아먹는 발언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때는 최경환이보다 더 최악인 놈이 왔다고 모두들 좌절했지만, 이제 우리는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 유일호의 고독한 싸움은 정말로 절망적이다.
가계부채의 예만 봐도 그렇다. 이게 우리에게 120kt 핵탄두급 재앙인지 아니면 미지근하게 성장률을 갉아먹고 차오를 암종양인지는 아직 모르겠다만, 사태는 이미 유 장관의 손을 떠났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한 번 백기를 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정책으로 이전에 썼던 것을 좀 더 강화해서 내놓았다. 아마 그 다음에도 백기를 들 것이다.
나는 가끔, 무지하고 근시안적인 나로서는 도무지 엄두도 나지 않는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할 국가 엘리트들의 심정을 코끼리 다리를 짚는 장님의 심정 마냥 추론할 때가 있다.
지금 유일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그리 생각한다. 아마 그의 경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절을 상상하며 작은 위안이나마 얻고 있지 않을까. 아름다운 델러웨이 강이 가로지르는 학문의 성지 필라델피아, 그 중에서도 으뜸인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경제학 박사. 닥터 유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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