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급 소년

2주에 걸친 여름 휴가를 끝마친 테레사 메이가 다시 다우닝 가로 돌어왔다. 그의 역사적인 첫 번째 정책은 다름아닌 정부 부처 감사였다.

이 감사는 영국, 어쩌면 세계 최초의 대대적인 인종 불평등 감사다. 주로 경찰, (형사)법정, 교육부, 보건복지 부처에 집중되며 영국 내 흑인과 소수인종 커뮤니티에 이들이 어떤 식으로 대응했는지를 정밀 조사하게 된다. 이 막대한 데이터는 아무런 가공도 거치지 않고 2017년부터 영국 민간에 공개된다. 그 이후로도 계속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아마 UN 인권 위원회의 권고가 메이에게 자극이 되어줬을 수도 있다. 위원회는 영국에 혐오 발언을 일삼는 의원에 대한 제재가 부족하고, 이것은 대개 이러한 의원들을 감시할 수 있는 정부 내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아직 그런 전문적 부처를 가진 정부는 선진국 중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더라도 너무 힘이 미약해서 의미가 없다.

 

정치적 수사일 뿐이더라도 테레사 메이의 '원 네이션 드라이브'에 대한 열망은 아주 강렬하다. 어쩌면 스코틀랜드의 2차 독립투표론이 근본적인 동력을 상실하고 영국 독립당이 자멸한 지금이 적기일 수도 있다. 메이는 언제나 긴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였으니. 그리고 아직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특이한 건, 테레사 메이가 구원의 손길을 내민 집단 중 영국-백인-노동계급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감사의 차별대우 조사 대상 중에는 백인 노동계급도 포함된다. 백인 노동계급은 대체 무엇인가? 이들이 흑인 커뮤니티나 파키스탄, 폴란드계 이민자들과 동등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백인 노동계급은 영국 사회의 치부에 가깝다. 이들은 영국 내 어떤 인종그룹보다도 고등교육을 덜 받고,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에 시달린다. 이들은 대도시가 아닌 낙후된 해안 소도시나 시골에 산다. 이런 지역은 영국이 제조업 사회에서 서비스업 사회로 전환하는 시기에 아예 잊혀졌었다.

그리고 이들은 극우 세력의 선택을 받아 느닷없이 아주 강력한 정치적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교화, 혹은 희석시키는 일은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시골 지방과 영국의 훌륭한 대도시 사이의 교통 인프라를 고치고 제대로 된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낙후된 지역에 대한 지원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지만, 실제 정책은 인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