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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로코코
작성일 2016-09-06 14:33:54 KST 조회 324
제목
직업만족도 결산

당신이 문예창작과, 국어국문과, 아님 뭐 신문방송...학과를 나왔다면 당신 인생에는 두 가지 갈림길이 있다. 자살 혹은 굶어죽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당신에게도 아직 직업 기회가 남아있으니, 바로 저널리스트다. 저널리스트 - 한국에서는 주로 '기레기'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직업은 시민 사회를 떠받드는 주요한 기둥 중 하나이며 미래의 지식인을 양육하는 배양통이자 세상에서 가장 활발한 공론의 도가니다.(아닐 수도 있다)

 

즉, 당신도 저널리스트가 되면 인류 문명에 유의미한 기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흥분되는 사실은, 양복 입고 서류 가방을 들고 다니며 젠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받게 될 임금 수준을 생각하면 정말 가성비 높은 사회적 입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실제 저널리스트의 직업 만족도는 어떨까? 비록 필자는 직업 체험의 베타테스트라는 인턴을 경험했을 뿐이지만, 부디 내 경험이 네이버 어딘가에 잠들어있을 막대한 저널리스트 직업 만족도 관련 자료들 중 또 하나의 유의미한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남긴다

 

노동 강도:하

7-8시간 동안 타자만 붙들고 있을 자신이 있다면 당신의 미래는 저널리즘에 있다. 일만 잘 한다면 남아서 퇴고와 디자인 문제로 잔업을 하는 일도 그다지 없으며(물론 반대로 일을 못 한다면..), 부서가 널럴하면 정시보다 이르게 퇴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소한 필자는 그랬다.

 

임금 수준:하

짐작했다시피 저널리즘이란 서비스업 중에서도 가장 생산성 낮고 의미 없기로 악명 높은 직업이다. 하지만 우리 인문계열은 실용적인 지식이 아니라 저 우주 너머 어딘가에 있을 지적 법열을 숭상하지 않는가? 조선일보는 7000-8000쯤 받는다고 하지만, 그런 슈퍼 메이저 3사를 제외한 나머지 미디어 기업은 아무리 많이 받아도 연봉이 4000 넘기는 게 힘들다는 각오는 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3000~3500이거나, 그보다 더 낮으면 2000쯤 되는 듯 하다. 특히 최근에는 뉴미디어 계열 군소 언론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어서 임금 수준이 열악한 기업도 많은 것 같다.

 

전문성:중하

글을 쓴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글을 잘 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것도 동의할 수 있는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저널리스트는 최소한의 문장 구색만 갖출 줄 알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직업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에 취직하거나 높은 직급으로 승진하는 건 힘들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 정도도 안되는 사람이 무수히 많다는 걸 알면서 큰 충격을 받았는 바, 원래 '하'로 설정하려던 걸 중하로 올렸다.

 

성취감:최하

기자가 되면 당신은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무 글도 쓸 수 없다. 기껏해야 정부에서 발행하는 공공 정책 브리핑을 앵무새처럼 따라 적는 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혁명의 봉화를 지필 겁화와 같은 칼럼을 쓰는 건 어쨌든 당신에게 보장된 미래가 아니다.

 

당신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글을 잘 쓸 수 있느냐가 아니다...얼마나 상대의 요구에 맞춰 신속하게 쓸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당신이 선임 기자와 취재에 나가 어떤 기업인을 인터뷰했다고 해보자. 선임 기자는 워낙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아 당신에게 기사 작성 임무를 떠맡긴다. 당신은 신이 나서 글을 쓴다. 인문학적 소양이라고는 병아리 소뇌 만큼도 없는 선임 기자의 무의미한 질문지에서 당신은 기자다운 집요함과 영특함으로 기어코 훌륭한 글을 작성해냈다.

트러블이 생기면 안되기 때문에 당신의 글은 컨펌을 받기 위해 인터뷰 했던 기업인에게로 넘겨진다. 기업인은 당신에게 정당한 피드백을 준다. 당연한 일이다.

 

당신은 그 기업인이 '필요한 부분을 수정해서 준' 기사문 파일을 연다. 그리고 제목부터 말미까지 온갖 말도 안되는 비문과 맥락적으로 뜬금없는 문단, 노골적인 자기 PR성 정보로 부카케를 당한 당신 글을 보게 된다. 당신의 머리 속에서 영혼의 탈곡기가 탈탈탈 돌아가기 시작하고 당신은 전화를 걸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이 미친 샊1끼야!! 남의 글에 뭔 개짓을 해놓은 거야!!!"

하지만 당신은 기사가 최종 디자인에 들어가기까지 남은 27시간 32분 안에 엉망이 된 글을 최대한 자연스럽게(그리고 기업인의 요구를 100% 반영하여) 다듬고 다시 피드백을 받고 편집부로 넘겨야 함을 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의 전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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