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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로코코
작성일 2016-10-07 23:13:43 KST 조회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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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청년"사업가, 전혀 다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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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청년 사업가가 있다. 한 사람의 이름은 황효진이다. 아프리카 BJ 소닉으로 활동했으며, 인터넷 방송으로 끌어모은 자본금으로 신발 제조 및 유통업체를 만들었다.

다른 한 사람의 이름은 숀 머레이. 영국 게임 개발사 헬로 게임즈의 창립자이자, 노 맨즈 스카이(혹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게임, 갓 맨즈 스카이라 불리는)의 개발자다.

 

황효진은 '성공한 20대 창업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화려하게 피어 올랐다. 현재 한국 정부는 청년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재정부 관계자를 아이-워터링하게 만드는 무지막지한 청년 실업률을 낮추는데 이바지해주길 간절히 빌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방송이나 하다가 당당히 CEO가 된 황효진 씨의 예는 정부에게 우리 산업시대의 원죄이자 망령인 '하면 된다'의 초혼식 쯤으로 보였을 것이다.

 

한편 숀 머레이는 다른 쪽에서 각광 받았다. 그는 첨단 디지털 산업의 홀리 그레일로 여겨지고 있는 "젊은 혁신가"였다. Joe Danger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다양한 언론사로부터 '가장 혁신적인 개발자', '가장 유능한 젊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등의 칭호를 수여 받았다. 혁신적이고 고독한 사업가답게 그는 잉글랜드 서리 주(목가적인 풍경에 현혹되지 말라. 센트럴 런던보다 집값이 더 비싼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타락한 부자들의 전원형 소돔이 바로 서리다)에 자그마한 오피스를 얻어 헬로 게임즈를 세웠다. 그리고 야심찬 새 게임 노 맨즈 스카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헬로 게임즈는 총 16명의 사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황효진은 불사조처럼 피어오른 한국의 새 산업력군답게 화려한 마케팅과 물량공세에 집중했다. 그의 게임 덕후 팬들은 이름도 모를 대세 걸그룹을 홍보대사로 지명했고, 온갖 TV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PPL을 지원했다. 아 물론 법인리스로 롤스로이스 레이스와 벤틀리 GT 컨티넨탈도 샀다. 아시다시피 이 간드러지는 럭셔리 자동차는 성공한 젊은 사업가들의 관능적인 에고의 메타포다. 왜 아니겠는가?

 

숀 머레이는 어땠을까? 물론 그는 소니의 지원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보다 힙스터적이고 우아한 마케팅을 사용했다. 그는 이름조차 생소한 '슈퍼 포뮬라'를 자기 그래픽 엔진에 도입하여, 자사의 게임이 준엄한 자연 선택의 뜻으로 빚어진 진짜 우주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을 것이라 선포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의심했다. 그게 가능할까? 저 작은 인디 게임사가 가능할까? 하지만 몽환적인 파스텔톤 그래픽과 행성에서 대기권으로 도약하는 장면을 본 순간, 우리는 그런 의심은 그냥 접어둬버렸다. 그리고 서리의 흉폭한 집세와 16명의 유능한 엔지니어들의 밥값을 대신 내주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물론 둘 다 대중의 증오와 조롱을 받으며 화려하게 몰락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클래스의 차이가 있다. 황효진 씨는 결국 핍진한 몰골이 되어, 주인 잃은 벤틀리와 레이스를 떠나보낸 채 앞으로 고통스럽고 궁핍한 길을 걷게 될 운명이다.

하지만 숀 머레이와 15명의 디지털 사도들은 어떠한가? 물론 영국 상업광고위원회의 감사가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어쨌든 노 맨즈 스카이는 어지간한 AAA급 게임도 이뤄내지 못할 성적을(적어도 한 달 정도는) 냈다. 브렉시트의 불확정성 속에서도 영국의 폭발 중인 테크 섹터는 여전히 애니멀 스피릿을 뿜어내고 있다. 애초에 디지털 월드에는 국경이 없고, 파운드 약세는 그들의 서비스 수출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 영악한 16명의 개자식들은 적어도 자기 이름을 실추시켰을지언정, 무수히 많은 달러를 챙겼다.

 

그리고 제2의 한탕주의를 원하는 헬조선의 청년들이여. 부디 기억하시길.

사기도 우아하게 쳐야하는 것이다. 괜히 사기꾼이 콘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그리고 디지털 김선달을 원하는 조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 고한다. 여기는 미래가 없으니까 영어를 배우고 실력을 갈고 닦아서 캘리포니아든 실리콘 랑데부든 베를린이든 어디든 떠나라. 여러분의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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