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로코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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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10-13 20:55:05 KST | 조회 | 487 |
제목 |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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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거리들은
어느덧 내 영혼의 고갱이라네
분주함과 황망함에 넌덜머리 나는
격정의 거리들이 아니라
나무와 석양으로 온화해진
아라발의 감미로운 거리,
불후의 광대무변에 질려
대평원 그리고 참으로 광활한 하늘이 자아내는
가없는 경관으로 감히 치닫지 못하는
소박한 집들이 있는,
자애로운 나무들마저 무심한 한층 외곽의 거리들.
이런 모든 거리들은 영혼을 탐하는 이들에겐
행복의 약속이라네.
숱한 삶이 집안에만 은거하길 거부하며
거리의 보호 아래 형제애를 나누고
우리네 희망이 부풀려진 영웅적 의지로
거리를 떠다니기에.
깃발처럼 거리가
사방으로 펼쳐지네
우뚝 솟은 내 시에서
그 깃발이 하늘을 펄럭이기를.
보르헤스도 젊은 시절에는 시인이었고, 공산주의자였다. 보르헤스의 유일한 시모음집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는 훗날 나이 들어 집필한 그의 단편집들과는 사뭇 다른 톤과 온도를 가지고 있다. 비록 늙은 보르헤스는 젊은 보르헤스를 부끄러워 했지만, 세기의 재능이 벼린 날카로운 발톱은 어린 혈기에도 무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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