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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아크튜러스
작성일 2016-11-04 19:37:13 KST 조회 362
제목
유예

얼마나 산속 깊이 들어왔는지 모른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누웠을 때는 이미 새벽이 가까워서였다.

몹시 춥다. 몸을 약간 꿈틀거려 본다. 전 근육이 추위에 마비되어 감각을 잃은 것만 같다. 인제 모든것이 끝나는 것이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어렴풋이 눈 속에 부서지는 구둣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가까워진다. 시간이 된 모양이다. 몸을 일으키려고 움직거려 본다. 잠시 몽롱한 시각이 흐른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몹시 춥다. 왜 오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일까...... 몽롱하게 정신이 흩어진다.

즐겨한 게임은? 왜 동무는 도타를 선택했었소? 어렸을 때부터 벌써 동무는 도타의 거지같은 시스템에 깊이 젖어 있었소, 그것을 버리시오.

나는 동무와 같은 인물을 아끼고 싶소, 나는 동무를 어느 때라도 시공의 폭풍으로 맞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가지고 있소. 문틈 사이로 비치는 모니터에 실바람이 스칠때 마다 푸른빛이 번지어 갔다.

나는 동무를 훌룡한 게이머로 보고 있소. 자, 마우스를 잡으시오.

꾸부러진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건드릴 때 마다 모니터의 푸른빛은 점점 더 강해져 간다.

그렇다면 동무처럼 불쌍한 게이머는 이 세상에 또 없을 거요. 나는 심히 유감스럽소. 동무의 그 태도가 참으로 유감이오. (인제 모든것은 끝나는 것이다.) 왜 동무는 그렇게 내 얼굴을 소름돋는다는 듯이 쳐다만 보고 있소. 한마디 대답도 없이 입을 다문채...... 알겠소, 나는 동무가 지키고 있는 침묵으로 동무가 말하고 있는 모든것을 이해할 수 있소, 유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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